김재홍 서울대 교수

2017년 인천세계수의사대회가 지난 27일부터 열리고 있다. 5000여명의 국내외 참가자와 다양한 주제로 대회 성공을 기대하고 있고, 반려동물·축우·양돈·양계·수생동물·말·야생동물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AI(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One Health, 공중보건, 동물복지, 교육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망라해 다양한 주제가 강연의 형태로 펼쳐진다.

이 준비로 여념이 없는 가운데, 뜻하지 않게 닭 진드기(red mite, 와구모)를 처치하기 위해 사용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같은 살충제나 농약 성분의 계란 잔류 문제로 뜨거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계란에서 사용금지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알만한 사람은 국내에도 조만간 여파가 닥칠 것을 걱정했을 것이다. 우리 소비자의 특성상 안전성의 실체보다 더 무섭게 쟁점화하는 경향이 강하고, 광우병 사태에서 보았듯이 취재 경쟁에 열 올리는 언론으로 인해 우려한 대로 지나친 공포심이 조장되고 있다.

피프로닐은 진드기와 같은 곤충류에 비해 척추동물(사람 포함)의 세포 수용체에는 친화성이 매우 약해서 잘 흡수되지 않는다. 따라서 독성도 중간 정도로 분류되고 있고, 통상적인 계란 섭취량에서는 식약처 발표대로 잔류 기준치 kg당 0.02mg을 조금 초과하는 0.036mg의 잔류량으로는 사람의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네덜란드의 잔류량도 성인이 하루에 7개 정도를 매일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발표됐다. 이를 계기로 비록 난제이지만 닭 진드기에 대한 근원적 방제 기술과 대책을 수립하고, 나아가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산업구조의 개편 등 근본적 정책을 세워야 할 필요는 있다.

이번에도 언론이나 일부 환경·동물보호단체에서는 대단위 밀집사육(공장식 사육)과 환경친화형 또는 동물복지 농장의 사육형태를 구분해 모든 것을 밀집사육 때문이라고 뭇매를 가하고 있다. 물론 대규모 밀집사육은 전염병에 취약해 질 수밖에 없고 피해를 증폭시키는 사육형태다. 국내 양계산업 특히 대규모 산란계 사육업계도 동물복지형 사육에 대한 관심과 이를 향한 국제적 추세를 단계적으로 수용할 때가 됐다. 계속 이를 외면해서는 소비자로부터 오히려 외면 받을 우려가 있다. 태국이나 미국으로부터 계란을 수입한다고 하지 않는가.

살충제 파동 때문에 다가올 겨울철에 대비한 AI 특별방역이 소홀해 질까 우려스럽다. 계속되는 AI 유입 위험과 여전히 취약한 방역체제, 지방방역기관의 구조적 열세와 업무 과중, 열악한 대우로 인한 전문인력 기피현상, 농가의 신고 지연, 철새 도래지 인근의 논밭에서 사육되고 있는 육용오리와 종오리 방역관리의 취약성과 위험성, 계란 수송매체를 통한 산란계 농장 간의 AI 확산 위험성,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에서 도축, 판매되고 있는 가금육과 AI 유행시 이를 통한 전파 우려, 전통시장에 가금류를 공급해 주는 중간상인과 이들이 운영하는 계류장 형태의 사각지대 등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의 종합적 대책발표만 있었지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개선되고 있는 것이 드물다. 같은 오류나 시행착오가 반복될까 염려스럽다.  

더구나 중국에서 가금류에는 비병원성이지만 사람에게 많은 사망을 일으키고 있는 H7N9 AI 바이러스가 닭에도 고병원성으로 변했고, 북쪽 내몽골의 가금농장에까지 발생을 하고 있다. 철새를 통해 언제 국내에 유입될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가금산업도 중요하지만 국민 안전을 지키는 축이 무너지면 산업의 붕괴는 일순간이다. 단편적 접근보다 총체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접근해 나가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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