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내부의 고민 바탕으로 기업 설득해야

# 한민수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
"일회성 자금지원으로 그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한농연은 FTA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협력기금)의 원활한 조성을 통한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어려운 재정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출연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인해 재벌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기부 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들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해 상생협력기금 사무국이 지난 봄 출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활동도 전개하지 못한 채 운영본부장마저 공석인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에 따른 조치였다.

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말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과 관련한 후속 대책의 일환으로 여야정 합의사항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초 한농연을 포함한 농업계는 물론 학계 전문가들도 조세 방식의 무역이득공유제를 실시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기업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한 기금 조성 방식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해 상생협력기금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기금 조성과 운용에 필수적인 관련 법령 개정 절차가 한·중 FTA 비준 만 1년이 되었던 지난해 말에서야 마무리됐으며, 이 과정에서 한농연을 포함한 농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의 소극적인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아울러 농업계는 기금의 원활한 조성을 위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매년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총 1조원 규모의 사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출연도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채우지 못한 부족분을 정부가 반드시 보충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촉구한 것이다. 여야 정치권 또한 이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 바 있으나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은 채 현재까지 사태가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범 정부부처들의 각별한 관심과 특단책의 제시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농연은 지난 4월 13일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 당시 두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매년 1000억원, 10년간 총 1조원을 확보·운용할 예정인 상생협력기금의 자금 확보 상한 및 운영 기간의 제한을 폐지해 지속가능한 자금의 확보·운용이 가능토록 개선해야 함을 강조했다. 둘째, 농업·농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생협력기금의 효율·효과적 활용 방안을 적극 강구해 실행할 것 또한 요구했다. 예를 들어 농업법인·농어업 분야 협동조합·청년농업인 등의 신규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라든지, 농업과 식품산업간의 연계·상생 방안 등을 포함한 농식품·농업 전후방 산업분야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특히 상생협력기금이 1회성 자금 집행에 그치지 않고, 농어업·농어촌의 근본적 혁신을 선도할 수 있게끔 지속가능한 기금 확보 및 운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한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0조의2에는 △농어촌주민 복지 증진·농어업인 자녀교육 장학사업 △농수산물 생산·유통·판매 등 공동협력사업 △농수산물 상품권 사업 등으로 용도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는 농어업·농어촌 부문의 극히 제한된 사업 분야로만 자금 사용 용도를 제한하는 것으로써 농업법인·농어업 분야 협동조합·청년농업인 등의 혁신적 사업 아이템을 발굴·지원하는데는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농업인, 농업법인·협동조합 등 농업경영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해 사업을 성장·확대시킬 수 있도록 자율추진사업 혹은 공모사업 신청시 적극 발굴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FTA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1회성 자금 지원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기금 원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무이자 혹은 저리 자금 형태로 융자 지원토록 하고 중앙정부·지자체가 이차보전을 하는 방식으로 운용함으로써 저금리 기조 하에서도 원금 잠식을 최소화하면서 운용 수익을 늘릴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무쪼록 상생협력기금의 조성과 운용이 제대로 될 수 있게 대기업, 중소기업, 농식품부, 산자부 등 정부 부처의 각별한 노력을 촉구하며 5000만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계 내부의 고민 바탕으로 기업 설득해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협력기금)의 사용과 사용방법이 기업과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계 내부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상생협력기금을 일부 농업인들와 그 기금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쓴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상생협력기금이 만들어 질 때부터 용도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법률에 개략적인 사용처를 정해 뒀지만 보다 세밀한 사용처와 사용방법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돈을 내는 기업이 팔을 비틀려서 어쩔 수 없이 낸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자유무역에 의해 당신들이 이익을 보고 농업이 피해를 본다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논리에 갇혀 모금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래가지고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과 농촌의 상생이라는 관점에서 사용처와 사용방법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증진에 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는 그 과정에서 돈을 내는 기업이 그 용도를 정할 수 있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티슈를 만드는 회사에서 한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토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려 했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퇴색하였지만 2000년대 추진하였던 1사1촌 운동은 기업과 농촌과의 교류협력을 통한 상생에 초점을 뒀다. 이번에 조성되는 상생기금은 그 보다는 규모가 크고 공식적이지만 세부 행동은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농촌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촌의 자연생태 환경 보전, 재생에너지 생산 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의 자연생태 환경 보전을 위해 농촌 주민과 기업이 협력한 국토청결운동, 국민 숲가꾸기 운동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해 농촌 주민과 기업의 협력은 기업의 이익과 농촌경제 활성화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촌도 어렵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도 어려운 사람이 많다. 농촌이 환경적으로 건강하고 그 결과로서 안전한 농식품을 국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가장 기본사항을 강조하고 여기에 상생협력기금의 사용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