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 및 기금의 총지출 규모가 14조494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에 비해 53억원, 0.04% 증액된 예산이다. 증액이라는 말을 붙여도 될지 민망한 금액이다.
농업인 소득안정,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기반 조성, 쌀값 회복, 가축질병 예방, 식품안전 등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하고, 현안을 해결하는 게 중점 편성 방향이라고 밝혔지만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해양수산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 축소 등 수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성장 산업으로 키울 목적으로 이번 예산을 편성했다고는 하지만 해양수산부 소관 예산은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다. 기금을 포함한 내년도 해수부 예산은 4조9464억원으로 이는 올해에 비해 300억원이 줄어든 금액이다.

농어업에 관심이 없었던 지난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농어업계의 강력한 지지로 출범한 이번 정부마저 농어업 예산 수립에 인색해 농어업의 홀대가 되물림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내년도 국가 총 예산은 올해 대비 무려 7.1%가 늘어난 429조원으로 편성돼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이 같은 국가 총 예산 증가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강화 공약이 농어업 예산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농어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최저임금 지원을 비롯해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지원 확대 등 복지예산의 증가율이 무려 12.9%에 달한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농어업분야의 내년도 예산은 마이너스이고, 이 같은 예산으로 농어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어업에 대한 정권의 관심이 농어업 분야의 예산을 잣대로 삼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농어민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무한경쟁시대에 내몰린데다가 잦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수산물값 폭락, 각종 질병 등으로 인해 농어민들의 고통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농어업을 위기로 몰아넣은 FTA(자유무역협정)로부터 농어업을 보호하고, 불안정한 농수산물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또 이 같은 정책적 배려에는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의 신뢰는 곧 예산이다. 농어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식량안보차원에서의 노력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농어업분야 예산 증가율이 최소한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 만큼은 돼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량창고를 담당하는 국가기간산업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역할과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농업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