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제주 이미지 먹칠…고개숙인 양돈업계

최근 제주 한림읍 용암동굴 일대에서 일부 양돈농가들이 축산분뇨를 지하수 생성 통로 등으로 몰래 흘려보내 무더기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청정 제주’ 이미지에 먹칠을 가하고 있다.

제주 양돈농가 일부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축산분뇨 유출사태는 제주도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민원 등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 제주 양돈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향후 사태전개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악취와 분뇨처리 문제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어서 정부의 깨끗한 축산농장의 확산, 축산환경관리원 컨설팅 강화 등 대책을 보다 확대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 지난 1일 사과 기자회견

지난 1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선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사과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석 기자들의 이어지는 질문공세에 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진 제주양돈농협조합장과 김영선 대한한돈협회 제주특별자치도협의회장은 연신 사죄의 뜻으로 협의회 임원들과 고개를 숙여야 했다.

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의 진상과 원인의 철저한 규명, 제주자치경찰단의 수사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위법농가에 대해서는 농협법과 대한한돈협회 정관에 따라 제명 등을 포함한 제재조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과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가던 김영선 공동의장의 목소리는 다소 떨렸지만 결의는 분명했다. 가축사육제한구역내 양돈장의 국공유지 이전과 관련해서도 논의가 시작되면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나서고, 가축분뇨 무단 배출 시 현행보다 처벌 규정을 엄격하게 하기 위한 제반 조례 등 관련 법률 개정 작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생산자 스스로 농가별 배출량과 처리량 부합 여부, 처리과정의 적법성 등을 행정과 별도로 모니터링하는 자체 점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또한 공공 및 공동자원화시설 확충을 통해 개별 처리시설 비중을 낮춰 축산분뇨 처리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증대시키고 환경보전기금을 조성해 제주환경보전과 재생 등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분뇨처리 및 냄새 문제 등 환경 부담을 덜고 단위 면적당 적정 사육마릿수 유지에 노력하고 냄새 문제 해결과 친환경 축산기반 구축을 위해 친환경 유용미생물과 생균제 생산 시설을 도입, 축산농가에 보급하는 한편 농가 스스로 정화조 등 노후화된 분뇨처리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 험악한 도민…플래카드 내걸어

이날 협의회의 기자회견에 앞서 제주지역을 둘러본 결과 한림읍 금악리, 명월리 일대의 도로 곳곳에는 ‘양돈업자는 돈냄새 맡고 리민은 똥냄새 맡는다, 제주도민, 관광객 여러분~~! 양돈살인악취 구역입니다. 코를 막고 운행하세요 등’ 다소 과격한 문구가 적시된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달렸다.

돼지 약 56만 마리를 사육 중인 제주는 한림읍에만 양돈농장 133곳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이번 용암동굴 일대 축산분뇨 유출사태를 보는 도민들의 험악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296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김경원 제주특별자치도 축산과장은 “악취방지시설을 해야 하는데 상당수 농가가 그동안은 냄새 부분에 대한 자구노력이 선행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제주도에서 생활민원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가 인식도 많이 바뀔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가축분뇨 자원화 등과 관련해 23개사업 131억9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올해는 164억92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냄새 해결을 위해 내년도 예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 깨끗한 축산농장 신속히 확대해야

협의회,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이번 유출 사건으로 일부 농가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고 A농장 등은 폐쇄 수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주도에서 신규농장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에 더해 직선거리 1km를 벗어나고 주민동의를 받아내기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의 냄새민원을 줄이려면 개축하는 과정에서 포집시설, 무창돈사 등으로 시설을 현대화해야하고 이를 적극 권장해야 하지만 개방식 돈사로 인한 악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도민들의 민원이 많아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김영선 도협의회장은 “농가입장에선 깨끗하게 잘하고 있는 곳도 많고 최근 냄새저감과 관련해 축산과에서 도지사에게 2곳의 시범사업결과 10% 냄새가 줄었다는 보고를 하기도 해 기대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져 도매금으로 질타를 받지 않나하는 부담도 있다”면서도 “행정의 양돈 농가 전수조사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단순히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악취와 가축분뇨처리를 컨설팅하고 있는 축산환경관리원의 전문 인력 추가 확충, 예산 지원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양돈부문에 있어 악취와 가축분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주도처럼 ‘한돈’의 이미지를 해치는 것은 물론 생산성 향상이나 질병문제 해결을 제대로 할 수도 없다”며 “앞으로 깨끗한 축산농장을 전국적으로 만들어 가는데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투입하고 정부와 지자체, 농가가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 더 늦지 않게 갈수록 커지고 있는 환경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가축분뇨 악취저감 및 정화시설 개보수 등을 통한 깨끗한 축산농장의 확산을 위해 750곳을 추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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