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품 중심 수출증가…농업인 혜택 '미미'
광우병 위험부위 수입금지 품목 추가 등 위생조건 강화를

▲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주최, 본지 주관으로 이에 대한 농축산업계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논의에 대비한 농축산업계의 대응방안이 요구되는 가운데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공동대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는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주>

△주최 :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주관 : 농수축산신문
△일시 : 2017년 9월 12일 10시~12시30분
△장소 :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좌장 :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주제발표자 :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장,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지정토론자 : 이광섭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정문영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장, 정용호 농림축산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장,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이상 가나다 순)
△정리 : 이한태 기자, 김동호 기자, 최은서 기자, 이미지 기자
△사진 : 엄익복 본부장

[개회사]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 비례대표)

최근 북핵과 관련된 안보국면 등 여러 가지 국가적 사안들에서 협상이 아닌 거래라는 개념을 갖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 속에서 한·미 FTA 파기 내지는 재협상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지금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보이지만 언제든지 다시 돌출될 것이고, 미국은 그 요구를 집요하게 매우 폭력적으로 관철시키고자 할 것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시장, 특히 농수축산물시장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이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율 철폐 카드를 꺼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농업이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우리 농업계의 철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지난 5년 동안의 한·미 FTA 진행 싱황을 점점하고 문제가 있다면 공식적으로 이를 제기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토론회가 우리 농업이 새로운 시대를 헤쳐 나가는 지혜와 대안을 모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인사말] 최기수 농수축산신문 대표이사

국내 농축산업은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과 뒤이은 농축산물 수출국과의 무차별적이고 전방위적인 FTA 체결 및 발효로 수입 농축산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설 자리를 위협받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로 시작된 ‘한·미 FTA 재협상’은 국내 농축산업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중단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통상 당국은 재협상이 아니라 ‘재논의’라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방어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당당하고 공세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에서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수세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아니라 공세적인 대응방안을 찾아내 우리 농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제발표] 한·미 FTA 이행과 농업부문 영향 -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장

한·미 FTA 이행 5년차인 지난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71억8000만달러로 발효 전 평균대비 14.1%가 증가했다. 특히 과일·채소, 축산물, 가공식품의 수입액은 발효 전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반면 곡물과 임산물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의 농축산물 수출액은 7억2000만달러로 발효 전과 비교해 80% 증가했다. 다만 가공식품 수출비중이 75.6%로 매우 높아 국내산 농산물과의 연계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FTA 수입 특혜관세 활용률을 보면 지난해 기준 수입은 71.3%인 반면 수출은 48.7%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2016년 기준 축산물 수입액은 발효 전 대비 82.9%, 수입량은 18.5% 증가했다. 과일은 수입액이 114%, 수입량이 62.6%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산 신선과일의 수입가격은 관세율 하락효과가 24.1%나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곡물은 브라질, 러시아 등으로의 수입선 전환으로 미국산 수입액과 수입량은 각각 32.6%, 22.7% 감소했다.

이러한 한·미 FTA가 국내 농업에 미친 영향은 피해보전직불제 발효와 폐업지원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3년부터 한우, 한우송아지, 수수, 감자, 닭고기, 포도 등 12개 품목에 걸쳐 피해보전직불제가 발효됐으며 한우, 체리, 포도, 블루베리 등에 대한 폐업지원이 이뤄졌다. 이는 이행 경과에 따라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농가에서는 수혜를 확대하기 위한 증빙자료를 잘 구비하고, 지자체 등에서는 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폐업지원의 경우는 산업 위축이나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주제발표] 한·미 FTA 재협상 대비 농업부문 대응방향 -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한·미 FTA 재협상 시 농업분야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6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는 분야임을 적극 강조해 농업분야를 협상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미국 측이 농업분야까지 포함해 개정작업을 요구할 경우 우리 정부는 한·미 FTA 발효 이후 농업부문 이행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연구, 평가를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이와 함께 농업부문의 이익 균형 차원에서 한국의 대표적 무역적자 산업인 농업에 대한 양허수준 조정 등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미국이 멕시코와 진행 중인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미국 협상전략을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국 내 농업부문의 한·미 FTA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대부분의 미국 농축산업계가 자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 중에서 한·미 FTA가 가장 미국 농산업의 이익 창출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어서다.

특히 한·미 FTA 재협상을 계기로 WTO 출범과 동시다발적인 FTA 협정 체결 이후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농업부문에 대한 종합적 영향평가를 실시해 농업과 농촌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기회로 삼아야 한다. 더불어 한·미 FTA 재협상이 한국 농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효과적 전략을 마련키 위한 민관합동 TF팀 구축이 필요하다.

 

[지정토론]

△<좌장> 양승룡 교수=기획재정부가 최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 시키는 3대 악재 중 하나로 한·미 FTA 개정을 꼽은 바 있다. 현재 한·미 FTA 재협상이 오리무중 상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등의 정보가 부재하다. 그렇지만 농업계가 이 문제를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문제다. 실질 진행 과정에서 대응해 나가는 것 보다는 사전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과 적극적이고 공세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정책토론회가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철저하게 잘 준비해야 한다. 농업계가 지혜를 모아서 이 문제를 잘 대응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김광섭 회장=미국은 한·미 FTA 체결 이후 5년간 우리나라 대미 무역 흑자가 116억4000만달러에서 232억5000만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지만 미국은 2억달러 감소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산품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가공품이 중심이어서 농업인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보기 어렵다.

쌀은 그동안 모든 FTA에서 양허제외 대상이었고, DDA(도하개발아젠다)에서도 특별민감품목으로 설정하는 등 보호대상 품목이었지만 최근 미국의 성향을 본다면 무조건적인 보호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미국은 한·미 FTA 협상에서도 쌀 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만큼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쌀도 협상 품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쌀 산업은 현재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농가소득이 감소하는 등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난 8월 말까지 정곡 kg당 1600여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한 쌀의 관세철폐나 감축은 우리 쌀 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우리 쌀 농업의 대안으로 수급균형을 통한 산업안정과 이를 위한 법률개정, 목표가격 조정을 통한 소득안정망 확대, 농지분할 방지대책, 구조개선 방안 등이 시행돼야 한다.

△황 엽 전무=한·미 FTA 타결 이후 한우농가는 2011년 15만7559호에서 지난해 8만5040호로 반토막이 났다. 뿐만 아니라 한우 자급률도 38%로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우산업의 존립을 위해선 국가 전반적인 정책 시행과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먼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세이프가드의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세이프가드 기준은 27만톤으로 비현실적으로 설정돼 한우산업의 피해가 명확함에도 세이프 가드는 단 한차례도 발동되지 않았다. 또한 종전 단계적 관세 철페기간인 15년만으로는 한우의 육종 개량 및 사육 기반 확충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힘든 실정이다. 재협상 테이블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의 보호를 위해 철폐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방안으로 재설정돼야 한다.

더불어 최근 문제가 된 미국의 광우병 사태, 햄버거병 등을 감안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에 비위생적이고, 광우병 위험이 있는 부위를 수입금지 품목에 포함시키는 등 수입 위생조건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업체가 진행하고 있는 수입육 검역을 전적으로 국가에서 진행토록 해 수입육에 대한 보다 엄격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감소하는 한우농가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무허가축사 특별조치법 제정과 적법화 기한 연장, 송아지생산안정제 현실화,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 자조금 법 개정을 통한 수출확대 추진, 청탁금지법 개정 등 농가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도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승호 회장=한·미 FTA 체결 당시 정부에서는 176%의 고율관세를 유지했다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유사대체 품목인 혼합분유가 낮은 세율로 철폐되기 때문에 당초 TRQ 제도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탈지 및 전지분유, 연유에 대해 TRQ 5000톤을 배정하면서 매년 복리로 3% 증량한다는 전례 없는 협상결과를 내놨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TRQ 설정으로 국내 낙농산업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면서 농산물 세이프가드 적용대상에서 낙농품을 제외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유제품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수입량은 2010년 4만9000여톤에서 2015년 9만2000여톤으로 86.8%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은 2010년 21.5%에서 2015년 36.7%로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유제품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유제품시장 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어 치즈, 분유 등 수입 유제품에 의해 국내 시장이 잠식돼 우유 자급률이 2010년 65.4%에서 지난해 52.9%로 급락했다.

따라서 분유 TRQ 제도와 관련 3% 복리 증량에 대한 연한 설정이 필요하다. 또한 TRQ 배정방식도 국내산 구매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일본의 EU, 호주와 EPA 협상결과 자국 치즈 사용 시 수입 치즈를 배정하는 TRQ 관리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TRQ 물량 배분시 가공업자에 한정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농산물 세이프가드에 낙농품을 포함함으로써 국내 낙농산업 기반 유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문영 회장=축산업계의 입장에서 한·미 FTA 폐기를 위한 재협상을 전폭적으로 찬성한다. 한·미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철강, 전자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농축산업은 많이 소외됐고, 실제로 많은 손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협상과정에서 FTA피해보전직불제도를 만들고, 상생협력기금, 무역이득공유제 등 다양한 대책들이 나왔지만 축산업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 축산업에 대한 홀대와 무관심이 재현되고 있다. 세이프가드제도만 봐도 그렇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재의 발동기준으로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우산업의 위기가 온다 해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수입축산물 증가로 국내시장이 교란된다 하더라도 대비방법이 전혀 없는 협상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한우농가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12년 14만5000호였던 한우농가가 이제는 8만5000호 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한·미 FTA를 시장경제로만 따지지 말고 농촌경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축산업은 농업생산액의 43%에 달하는 19조원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재협상 과정에서는 세밀하게 따져보고 철저히 대책을 마련, 우리 축산업계를 위한 요구를 관철시켜야한다.

△정용호 과장=현재 상황은 한·미 FTA로 인한 적자가 FTA 효과인지 평가를 하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결정된 것은 공동위원회의 합의사항이고, 언론에서 계속 보도되고 있다.

앞서 계속 거론됐던 농축산물의 수입이 수출의 10배라는 등의 지적에 대해서는 농축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대응해나가려고 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협의에 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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