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낡아가는 어선
어선 감소에도 늘어가는 노후어선
어선 노후화로 국내 수산업 경쟁력 약화
어선사고 위험도 커져
지속가능한 수산업 위해 재투자 나서야

▲ 국내 연근해어선의 노후화로 수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선원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중인 대형선망어선.

어선은 수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생산기반이자 어선원의 안전과 복지문제에도 직결된다.

하지만 국내 어선은 원양과 연근해를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 마저 해치고 있다.

이에 어선 노후화의 현황과 일본의 어업구조개혁 프로젝트를 짚어보고 국내 어선의 노후화문제를 해소키 위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上> 낡아가는 어선
  <中> 일본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 무엇이 다른가
  <下> 어선현대화, 어떻게 추진해야하나

# 어선 감소에도 늘어가는 노후어선
국내 어선은 정부의 감척정책과 어업인의 고령화 등이 맞물리며 감소추세에 있다.

수산정보포탈에 따르면 1997년 8만1000척이었던 국내 어선수는 이후 점차 늘어 2000년에 9만5890척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어선의 수는 해마다 줄어 2014년에는 6만8417척까지 감소했으며, 2015년에는 6만7226척까지 줄었다.

어선의 척수가 빠르게 줄고 있지만 노후어선은 늘고 있다.

선령 20년을 초과한 노후어선은 1997년 7477척에서 빠르게 증가해 2015년에는 1만1698척까지 늘었다.

또한 5년 이내에 노후어선으로 분류되는 선령 16~20년의 어선 역시 1997년 7942척에서 2015년에 1만6090척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어선노후화는 어선 가격이 높은 근해어선을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높아졌는데 2015년 기준 연안어선의 15.5%가 노후어선이고, 근해어선은 28.9%가 노후어선이다.

특히 대형선망어선의 경우 선령 21년이상인 어선이 전체 어선의 92%에 달할 정도로 어선 노후화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올해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통해 △어선현대화사업 확대를 통한 노후어선 안전사고 예방 △구명조끼 보급사업 확대 △어선불법개조, 어선위치발신장치 작동의무 위반 등에 대한 처벌강화 △어선안전조업에 관한 개별법률 마련과 어선안전조업기본계획 수립 등을 과제로 꼽기도 했다.
 
# 약해지는 경쟁력

어선의 노후화로 국내 수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점과, 복지공간 부족으로 젊은 선원의 승선기피가 심화될 수 있다 것이 문제점이 제기된다.

우선 동일한 어장을 이용하는 중국, 일본 등 인근 국가와의 조업경쟁에서 우리 어선이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한·일 어업협정에 따라 우리 EEZ(배타적경제수역)에 입어하는 일본 원양선망어협의 조합원이 운영하는 대형선망선단 중 9개 선단이 현대화사업을 마쳤으며, 이를 통해 선박이 199톤급까지 커진 상황이다.

현대화를 통해 조업경비를 줄인 어선과 우리 어선이 직접 조업경쟁을 해야하는데 이 경우 우리 수산업은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선박 노후화는 어선원의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후화된 국내 근해어선에는 선원을 위한 복지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는 젊은 층의 어선 승선기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근해어선에는 어선원의 쾌적한 생활을 위한 시설은커녕 화장실조차 갖추지 못한 선박도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수산업계 내부에서도 ‘제 자식에게 그런 배를 타라고 할 수 있나’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마일도 대형선망수협 지도과장은 “한·일 어업협정이 타결될 경우 국내 선망어선들은 양국의 EEZ에서 조업경쟁을 해야하는데, 이 경우 199톤급 신조선과 20년이 넘은 노후어선이 같은 수역에서 경쟁해야하는 것”이라며 “대형선망어선은 연근해에서 조업하는 어선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복지공간도 많이 확보한 어선임에도 불구하고 병역특례로 승선하는 젊은 선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 선원의 안전까지 위협하다
어선 노후화로 인해 초래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어선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해양사고는 7087건으로 이중 4804건의 사고가 어선에서 발생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사고유형별로는 6097건의 사고 중에 기관손상으로 인한 사고가 1821건으로 가장 많았다.

바다에서 작업을 해야하는 어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어선 노후화에 따른 사고 발생시 인명피해로 연결되기 쉽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포항에서 발생한 어선전복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해상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경우 단순한 기관 고장도 상황에 따라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 어업인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조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선 노후화로 인한 작은 사고도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 어선현대화는 ‘난항’

근해어선을 중심으로 어선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어선현대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어선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근해 어선 표준선형을 개발,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후어선 비율이 가장 높은 대형선망업종에서는 실증사업에 참여하려는 사업자를 찾지 못했으며 기선권현망어업은 실증사업 과정에서 어로장 등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실증사업에서는 정부에서 시제선 건조비용의 50%를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조건을 제시한 상황에서도 수산업계에서 현대화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터라 앞으로도 어선현대화는 요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어선은 어로어업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생산장비인 만큼 노후어선이 급증하는 것은 국내 수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어선현대화를 위한 지원은 단순히 어업인을 지원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생산기반구축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산업계에서도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재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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