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안양대 국제통상유통학과 교수(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핵심기술의 하나인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스마트농업, 유전체분석, 소비패턴 분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빅데이터는 초대용량의 데이터라는 ‘규모(volume)’, 다양한 ‘형태(variety)’, 빠른 생성 ‘속도(velocity)’라는 특징과 여기에 ‘가치(value)’를 더해 4V로 정의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산업에 적용돼 가치를 창출할 때 의의가 있다. 맥킨지는 산업 부문별 빅데이터 활용으로 0.5~1% 정도의 생산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테드 고든은 “방대한 자료를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 현실화될 것이다. 최근 빅데이터에서 그 가능성이 보인다. 향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사회 변화를 미리 알 수 있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도 빅데이터가 활용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소비패턴 분석에 의해 마케팅 활동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농산물, 특히 노지채소류 가격 안정에도 활용돼 생산자 및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빅데이터가 우리 농업에도 다양한 편익을 줄 것으로 기대되나 농업분야에 빅데이터라고 부를만한 데이터가 확보되고 축적돼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기초적인 데이터의 수집과 축적에는 관심이 없고 분석, 이용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는 총알이 없이 근사한 총을 만드는 것과 같다. 빅데이터 분석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데이터의 수집과 축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마존과 같은 첨단 IT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유통혁신을 이룬 것도 수십 년 동안 소비데이터와 같은 기초데이트를 착실히 수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빅데이터 분석으로부터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수집 및 집계, 정제 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인의 데이터 수집 및 축적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면지역에 대졸 미취업자를 배치, 각종 통계 등 데이터 수집 분석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농협 및 농촌지역 행정기관들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데이터 수집 활용이 곤란하고 농가도 데이터 및 정보에 대한 관심이 낮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에 배치되는 데이터 전문가는 재배면적, 작황, 저장량 등 수급관련 정보 수집은 물론 농가 회계 기록 등을 담당해 농업 발전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의 농업경영체 정보, 생산비 및 소득 조사 등을 통합해 데이터 관점에서 조사 시스템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이들이 각각 독자적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있어 비효율적이고 통합, 연계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특히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와 같은 채소류는 재배면적 변동이 심하고 기상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아 가격의 폭·등락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수매비축, 수급안정사업, 농업관측사업 등을 통해 주요 채소류의 가격안정화를 도모하고 있으나 여전히 가격 불안정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주관연구기관인 과학기술기반 채소류 수급유통 고도화 사업단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빅데이터를 활용한 채소류 수급안정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사업단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채소류의 지능형 수급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생산, 소비, 기후, 해외 시장과 관련된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인터넷 및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의 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통해 채소류의 수급과 가격 예측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과제이다. 특히 소매매장의 POS(Point of Sale) 데이터 및 인터넷상의 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량을 예측하고 중기 가격 예측이 가능한 인공신경망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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