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선노후화, 이대로 괜찮은가
어업경쟁력강화·상향식 추진 '키워드'
日, 실증사업시 어업인·정부 경비공동부담으로 리스크 저감

▲ 어항에 정박중인 199톤급 신조 선망어선 키요마루호.

우리나라와 유사한 어업여건에 놓여있지만 지속적인 어선현대화로 연근해어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는 일본.

특히 일본은 2008년에 정부주도로 시작된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를 통해 상향식의 어선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지난 6~8일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원양선망어협과 일본 히라도 시를 찾아 일본의 199톤급 대형선망 신조선을 둘러보고 일본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上) 낡아가는 어선
  (中) 일본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 무엇이 다른가
  (下) 어선현대화, 어떻게 추진해야하나

# 정부 주도의 ‘상향식’ 어선현대화

2008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일본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의 핵심은 ‘상향식’에 있다.

정부가 일괄적인 표준선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업인이 스스로 에너지와 인력절감, 수산물 선도제고 등 다양한 유형의 개혁형 어선을 일본 어업협동조합을 통해 제시하면, 산·학·연·관의 전문가로 구성된 지역협의회와 중앙협의회를 거쳐 사업을 3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실증사업을 실시한다.

심의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검토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조업방식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이며 생산성을 3%이상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 된다.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 개혁형 어선의 경우 어선의 규모가 기존 어업제도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증사업이 종료되면 일본 수산청에서는 어업허가를 변경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해 현업에 적용하게 된다.

정부가 주도하지만 상향식 추진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마코토 호타이 일본 원양선망어협 부장은 “일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는 선주가 배를 만들기 위해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어업인이 스스로의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수산자원관리가 병합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면 정부에서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 운영비 지원으로 리스크 저감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어선 신조시 건조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실증사업기간 동안 용선료와 운영경비를 지원, 선주의 경영상 리스크를 저감시키는 데 있다.

어선의 전체 운영경비는 인건비와 연료비, 먹이대, 빙대, 어상자대, 판매비, 자재비 등 경영비와 감가상각비와 어구 등의 상각비, 수리비, 소모품비 등으로 이뤄진다.

일본 원양선망어협 소속 선망어선을 예로 들면 우선 선주가 실증사업에 들어가는 시험조업선을 신조하게 되며 이때 일본 정부는 정부 산하의 융자취급공단을 통해 시험조업선 신조자금을 1~1.2%의 저리로 대출, 15년간 분할상환토록 한다.

또한 정부에서는 일본 원양선망어협 측이 시험조업 기간인 3년 동안 해당 선박을 운영토록 실증경비를 지급하는데, 선주는 시험조업선 감각상각비의 3분의 1이나 2분의 1 중 선택해서 용선료에 포함시킬 수 있다.

시험조업기간 동안 조업을 통한 수익이 운영경비보다 많을 경우 그 차액은 선주의 몫이 되며, 반대로 운영경비가 수익보다 많을 경우 부족한 운영경비는 선주가 부담해야 한다.

어선 감가상각액의 2분의 1을 선택했을 경우 운영경비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어획금액이 많아도 기대수익이 적어지게 되며, 반면 어획이 부진할 경우에는 정부보조 덕분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즉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를 통해 어선을 신조할 경우 어선신조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업인과 정부가 나눠서 지게 되는 것이다.

히로유키 스에타케 일본 원양선망어협 과장은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실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여주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도 어선 노후화가 문제인 만큼 어협차원에서 선주들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선원복지공간 ‘늘리고’ 비용 ‘줄이고’

지난 7일 승선한 일본의 대형선망 신조선인 키요마루호는 일본 히라도시 선적의 199톤급 어선으로 선원복지공간을 대폭 확충한 반면 선단의 구조를 변경, 비용을 줄인 특징을 보였다.

기존의 일본 대형선망어선은 5척의 배가 하나의 선단을 이뤄서 조업한다.

하지만 어업구조개혁 프로젝트를 통해 4척의 배가 하나의 선단을 이루도록 구조를 개선했다.

이에 따라 선단에 필요한 선원도 기존 55명에서 45명 수준으로 줄었다.

ILO(국제노동기구) 어선원노동협약의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어선원 복지를 위한 공간은 대폭 확충했으며, 어선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선실의 대부분이 수면위에 위치토록 했다.

또한 선실에는 선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별 냉장고와 TV 등을 설치했으며, 어선의 층고를 높여 선원들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코토 호타이 부장은 “이번에 신조한 어선은 기존 선망어업 허가톤수인 135톤에 비해 월등히 큰 199톤 규모인데, 어획강도에는 변화가 없고 어선원의 거주편의성과 안전성을 대폭 강화하는데 초점을 뒀다”며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어선원 구인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줄여 총 인건비부담을 줄이고, 어선의 거주여건을 개선해 선원모집이 용이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마코토 호타이 일본 원양선망어협 부장

- 수산업경쟁력 제고…공감대 형성이 중요

“일본은 어선노후화와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 유가상승, 조업 경쟁 심화 등에 직면하면서 이대로 가서는 일본 수산업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어업의 구조를 개선, 수산자원관리와 어업인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가지 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마코토 호타이 일본 원양선망어협 부장은 일본의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의 배경과 취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는 해당 업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이든지 지원하지만 외국인선원을 고용해 수익성을 향상시킨다든지, 선원에 대한 처우를 낮춰 수익을 개선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선주들은 선동시스템이나 냉각해수를 이용한 선도관리 등을 도입해 판매단가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어망을 경량화하거나 선단의 규모를 줄여 전체 경비를 줄이는 형태도 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가 단순히 어선현대화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협 소속 20개 선단 중 9개 선단이 현재 구조개혁프로젝트에 참여중인데 이 프로젝트들이 성공이나 실패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조합원들이 스스로 어선을 신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선사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다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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