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선노후화, 이대로 괜찮은가
수산물 원활한 공급 관점에서 접근해야
선사규모화·생산성 제고 필요

어선노후화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작 어선 현대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업인들이 재투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동시에 국내 어업여건상 재투자에도 한계가 있다는 반박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과 임준택 대형선망수협조합장으로부터 어선노후화에 따른 문제점과 어선현대화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上) 낡아가는 어선
  (中) 일본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 무엇이 다른가
  (下) 어선현대화, 어떻게 추진해야하나

[전문가제언 - 엄선희 KMI 부연구위원]

▲ 엄선희 부연구위원

# 어선현대화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어선현대화에 대해 어업인과 정부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어선현대화의 개념을 수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측면으로 바라보지만, 어업인들은 어획능력을 증강시키는 측면으로 본다. 어획능력이 지나치게 높다고 해서 국민의 세금을 들여 감척사업을 진행하는데 또다른 쪽에서는 기존의 어선을 현대화한다는 이유로 어획능력을 증강시킨다고 하면 누가 이를 이해할 수 있겠나. 어선현대화는 어획능력을 증강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키 위해서는 수산업도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 어업에 투입되는 비용과 어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확인하고, 어업인들이 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어선현대화 정책방향은 어떻게 가야하나
“우리나라는 수산물을 굉장히 많이 먹는 나라인 동시에 수산물이 굉장히 저렴한 나라다. 정부가 어선 현대화를 지원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들에게 수산물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 어업인에게 시혜적으로 ‘어업은 힘드니까 지원해야한다’ 이런 관점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은 국민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어떻게 지원해줄 것이냐의 문제다. 보조금을 사탕 주듯이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보다 과감하게 지원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대형선망어업 같은 경우 연근해어업중에서는 가장 규모화된 어업형태이다 보니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면 ‘기업형 어업을 지원한다’라는 비판이 나오게 된다. 이는 정부의 지원사업을 단순히 ‘어려운 어업인을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능력을 갖춘 어업인들을 지원하다보면 경쟁력이 없는 경영체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감척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도태된다. 더불어 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규모화와 생산성 제고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잡기만 하던 선사들이, 규모화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수직계열화 등을 통해 수산물의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문가제언] 임준택 대형선망수협 조합장 

- 선주 리스크 줄이는 정책 필요 

- 안정적 경영에 주력할 수 있도록 도와야

▲ 임준택 조합장

# 재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우선 리스크의 문제가 가장 크다. 어황은 부침이 심하다. 제조업의 경우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검토할 수 있지만 바다는 예측불가능이다. 더불어 대형선망업종이 대형업종인만큼 투자규모 역시 크다. 대형선망수협 조합원은 수가 많지 않으며, 어선의 대부분이 노후어선인데 전체 자산규모를 보면 4000억원이 넘는다. 1개의 선단은 6척의 배로 이뤄지는데, 이를 전부 신조선으로 대체하려면 수백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최근 어획부진이 이어지고 한·일어업협정까지 지연되고 있다보니 선주 입장에서는 어업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조합원도 2세가 경영을 이어받은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2세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새배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든 리스크를 선주가 감내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어선현대화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어선현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해수부에서 대형선망어선 표준선형을 개발, 실증사업을 위해 어선 건조비의 50%를 지원한다고 한바 있다. 50%가 보조된다해도 선주에게 필요한 돈은 70억원에 달한다. 선주입장에서는 70억원을 투입해 새 배를 건조해도, 이후에 있을 모든 리스크는 선주가 직접 감당해야한다. 보조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업계의 여건에 맞춰 조금 더 유동적인 형태의 현대화사업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어업구조개혁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개혁형 어선의 개발과 신조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어선의 선주가 현대화 초창기에 겪는 리스크를 저감시켜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초기에 지원하고, 이후의 모든 리스크를 선주가 떠안게 하는 것 보다는 지원비율은 조금 낮더라도 경영상 위협요인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선망업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어류인 고등어를 생산, 국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우리 선망업계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결국 서민생선인 고등어를 비싸게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선망업계를 기업형 어업으로만 보지 말고 국민에게 저렴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생산자의 한 사람으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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