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장

한국의 수산관련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구 약 5천만 명, 소금을 제외한 연간 수산물 생산량 약 300만 톤, 수산물 수입량 150만 톤, 수산물 수출량 약 55만 톤으로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 약 60㎏에 달하는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적으로는 수산물 소비시장이 돼있다.

어업(생산)과 소비를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의 수산업은 생산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수산업의 성장도 산업생명주기 상의 성숙기 후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수산물 생산은 연근해 수산물의 자원 감소에 따른 강력한 자원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원양어업은 과거의 100만 톤 생산 수준에서 국제여건 변화로 50만 톤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양식업의 사료용 해조류 생산량 증가로 그나마 300만 톤을 유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수산물의 단백질 공급능력은 오히려 쇠퇴해 수산물의 고급 단백질부족을 수입 수산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 수산물 수급의 현실이다.

우리와 달리 풍부한 수산자원을 보유한 연안개발도상국들은 수산업 분야를 1차 산업(어업) 중심에서 2차 산업(가공업)ㆍ3차 산업(수산물류)으로 성장시켜 경제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고자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수산가공국이 됐고 러시아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필두로 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뒤를 잇고 있다.

이 가운데 1차 산업형 성장 한계에 도달한 한국 수산업의 자본은 그 속성상 성장세가 현저한 연안개도국의 수산 관련 2·3차산업으로 눈을 돌리려 하고 있다.

연안개도국들의 1차 수산업 구조 변화는 새로운 기술과 자본을 해외로부터 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도 변화에서 동북아 수산물류 거점 역할을 해 온 한국의 냉동냉장보관물류업의 해외진출을 앞으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한국의 수산업과 관련된 전후방산업의 업체들은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나지모바 곶에 어항과 냉동냉장물류센터를 연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투자의 성과에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수산가공업 유치까지 바라보고 있다. 또한 물류업계 관계자나 수산업 관계자들의 동남아 진출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기도 하다.

구조의 축이 바뀔 때 국가나 산업의 움직임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변화를 어떻게 든 막아서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다.

단지, 지금 이뤄지고 있는 세계적인 변화는 우리의 입장에서 외생변수이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가 될 것이다. 변화하는 글로벌 수산물 공급망에서 적어도 우리 대한민국의 역할 하나 정도는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것.

지난 9월 6일~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수산물류가공 복합단지 조성으로 이뤄질 수산분야의 협력은 미래 식량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수산업계가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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