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진 농림축산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장

옛날 임금님의 식사는 ‘12첩 반상’ 진수성찬이었다면 미래세대의 밥상은 그보다는 간소하면서도 영양과 기능성이 강화된 건강 밥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1920년대에는 품종개발을 통해 인류의 기아를 해결하는데 기여하였다면, 지금은 이상기상에도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거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꽃, 기능성 쌀이나 채소 등 연구 목적도 다양해 졌다. 바꾸어 말하면, 전통적인 종자시장에 비해 미래의 종자시장은 지속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없이는 경쟁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값보다 비싼 고부가가치 종자라는 의미의 ‘황금종자’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GSP)는 품종개발을 통해 종자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다양한 품질의 종자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농식품부의 주도하에 기획된 R&D과제이다. GSP사업은 기존 연구개발사업과 달리 종자수출과 수입대체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사업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종자업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GSP사업의 추진상황과 성과달성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그 어느 과제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GSP사업은 채소·원예·식량·종축·수산 등 5개 사업단으로 구성돼 있고, 20개 전략품목을 선정해 83개 기관과 업체가 참여하고, 연구원 2371명이 참여하는 거대 프로젝트이다. 2013년 7월에 본격연구를 시작해 2016년까지 1단계 사업을 추진했다. 3년 반이라는 1단계 연구기간 동안 3000만달러의 종자수출, 193억원의 국내매출, 300건의 품종출원, 201건의 특허출원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다. 육종기반 구축을 위한 746건의 분자마커 개발, 39만점의 병리검정 등의 분석서비스 제공, 196명의 석박사급 인력양성의 성과를 거양했다. 이 성과들은 수출을 제외하고 당초 기대했던 성과목표를 초과달성한 실적이며 이렇게 확보한 기술력은 중장기적으로 종자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GSP 사업이 크고 작은 성과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수출목표의 미달과 특허나 품종보호 등록시기가 일부 늦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다보니 이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은 현장에서 땀으로 일구어낸 성과를 자랑하기도 전에 앞으로 남은 5년, 더 나아가 미래의 한국 종자산업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GSP사업에 참여하는 자들만의 몫이 아닌 우리 종자업계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다.   

연구자가 꿈을 갖고 우리나라 종자산업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종자산업계 종사자와 GSP사업 참여연구원들에게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육종가의 연구목표는 황금보다 값진 종자로써 미래의 풍부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식품, 의료, 화장품 등의 다양한 산업소재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황금종자를 개발하는 일이야 말로 식문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연금술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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