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곤 한국수산경영학회장

우리나라 수산물 조리방식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회뜨고, 지지고, 볶고, 조리고, 굽고, 끓이고, 삭히고…

한 마리의 생선을 거의 버리는 것 없이 알뜰하게 먹는 것이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형태다. 살코기 부분만 남기고 모두 버리는 서구의 수산물 소비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이런 문화 덕택에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고생하시는 우리 어선원들의 노고가 어느 정도 덜어지고 보람이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이 오랜 전통과 관습 하에 이루어진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문화가 요즘 들어 매우 다양하고 빠르게 바뀌고 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한다.

많은 식구들이 함께 집에서 조리해 먹던 소비패턴이 외식, 간편식, 개별식으로 바뀌어가고, 신세대들의 등장으로 전혀 새로운 소비패턴이 예고되고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어르신들의 소비문화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전통적인 수산물 생산 및 공급정책만으로는 이러한 수산물 소비 트렌드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예견해주고 있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정책은 어떤가? 여기서 말하는 소비정책은 소비자 정책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수산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소비자 맞춤형 공급정책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소비정책은 어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한 수산물을 원할 때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수량만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정책을 보면 산지와 소비지 도매를 중심으로 한 유통정책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더욱이 법정 산지 및 소비지 도매시장에 한정돼 있다.

계란 파동에서도 본 바와 같이 생산 단계와 생산 이후 단계가 두 개 부처로 업무가 분산되어 혼선을 야기했고 소비자 불안은 커졌다. 이러한 양상은 수산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는 소비정책은 대단히 미흡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산정책이 생산 및 생산자 중심 정책에 치우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를 도외시한 생산정책은 생산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소비자가 외면할 때 수산업은 그 뿌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어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하고 고품질의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법정도매에 한정된 정책의 범주를 법정도매 외의 도매시장과 소매시장까지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는 정책수단을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또한 유통단계에서의 수산물 취급에 관한 엄격한 규정을 신설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유럽의 수산물 시장에는 ‘바닥에 떨어진 수산물은 쓰레기다’라는 표어가 있다. 수산물은 식품으로서 안전성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산지 및 소비지 수산물시장 뿐만 아니라 운송과정에서 수산물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 식품이라고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수산물 소비정책 중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은 수산물 유통과정상 위생안전과 품질관리 정책일 것이다. 나아가 지금까지 취급하지 않았던 수산물 소매분야에 대한 정책의 발굴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소비정책 중에 중요한 분야는 착한 소비정책이다. 다양한 조리방식에 의한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 형태는 한편으로는 수산자원의 남획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어린 물고기를 뼈채 썰어 먹는 막회(일명 세꼬시) 문화나, 풀치(갈치 새끼)와 노가리(명태 새끼)도 수산물로 간주하는 소비문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 수산자원을 고갈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세계적인 소비 트랜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수산자원관리는 정부와 어업인들이 가장 큰 몫을 담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소비가 존재하는 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어업인들은 그 유혹을 버릴 수가 없다. 정부는 바람직한 수산물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홍보와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NGO 육성을 통하여 착한 수산물 소비문화를 형성시키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정책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를 위한 정책이다. 소비정책을 강조하는 것이 결코 생산중심의 수산정책을 소비정책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간과했거나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소비분야를 중요한 신규 정책으로 채택하고 확대해 나가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산물을 통한 국민 후생 증진, 국가 산업 발전 및 그리고 수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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