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소를 잃은 주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유비무환이 최선이었겠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는 축사를 튼튼하게 고치는 행위가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는 최선의 행위가 된다.

지난달 25일 충북에서는 전국적인 대규모행사로 철통방역을 위한 ‘2017년 전국 가축질병 가상방역훈련’을 실시했다. 많은 예산과 인원 방역관련 시설과 장비가 총동원돼 많은 준비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가상훈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록 농림축산신품부 장관, 이시종 충북도지사, 이승훈 청주시장,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를 비롯해 농협중앙회 관계자 청주시의회 의원들과 육군 제37사단, 축산단체대표, 축협조합장, 농협지역본부,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약품협회, 농림축산검역본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 전국에서 수많은 관계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러나 오후 3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5시 40분까지 2시간 10분동안 예정됐던 ‘2017년 전국 가축질병 가상방역훈련’은 합당한 이유없이 불과 한시간만에 끝이 났다. 당초 계획됐던 ‘발생농장 살처분 시연’ ‘농장 오염물건 처리 시연’ ‘통제초소와 거점소독시설 시연’ 등 현장시연과 각종 실무관련 동영상과 설명은 시간관계상 모두 생략됐다. 한시간 중 50분은 장관과 충북도지사 등 주요참석인사의 인사말과 낯뜨거운 퍼포먼스들로 채워졌다. 실제 가상방역훈련이 펼쳐진 시간은 ‘오리농가 AI의심축발생 가상훈련 현장시연회’에 소요된 10분에 불과했다. 10분을 위해 많은 예산과 인원이 투입돼 힘들게 행사를 준비하고 수많은 인사를 초빙하고 관련업계와 업체가 전국에서 총출동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짧은 시연회가 끝나고 구제역과 AI가 모두 종식됐다며 환호하고 박수를 치자 한쪽에서는 "방역업체들은 모두 굶어 죽겠다"는 조롱섞인 소리도 들렸다.

우리는 벌써 여러번 소를 잃었다. 소를 잃을 때마다 축사를 튼튼하게 고쳤다고 자부했지만 늘 아픔은 반복돼 왔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방역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실제 방역도 아닌 가상방역훈련마저 이렇게 겉 핥기식으로 운용된다면 축산인들은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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