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설치는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이뤄졌지만 농업과 농촌은 논의 테이블에서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개헌특위 소속 여야 의원 36명 중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은 단 한 명도 없고,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 개헌특위 자문위원 53명 중에도 농업계 인사는 찾아볼 수 없어서다. 농업계에서 ‘농업 홀대’ 기조가 개헌 논의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헌특위는 내년 6·13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내년 2월까지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고 3월에 개헌안을 발의, 지방선거 직전인 5월 24일까지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렇듯 개헌특위는 구체적인 향후 일정을 내놓았지만 헌법상 농업·농촌 관련 조문을 어떻게 손질할지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농업계는 현행 헌법이 농업과 농촌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관련 조문을 시대적 흐름에 맞게 다듬고, 농업과 농촌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업계 전문가들도 농업 관련 단독 조문을 신설하고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농업·농촌의 다원적 역할과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명시적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개헌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데 농업계의 이야기는 풀어내지도 못한 만큼 범농업계가 결집해 나서야 한다. 농업·농촌 지원에 대한 입법 및 정책을 수립·시행키 위한 헌법적 근거를 확보키 위해서라도 농업의 역할과 국가의 지원 의무를 보다 구체적으로 헌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모든 가치는 헌법에 근거해야만 정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30년 만에 찾아 온 지금의 개헌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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