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맛 '유기농 배 스타 농장'
철학도에서 트랙터 모는 농사꾼으로…유기농업 고되지만 보람

‘자연 그대로의 맛을 담겠다’는 마음으로 2003년부터 유기농 배 재배를 시작, 2006년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농 배 인증을 획득한 주원농장. 화학비료는 물론 유기합성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해 자연스러운 배의 참맛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특히 안전하고 신뢰받는 농식품을 생산해 소비자의 건강보호와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서는 농업계 핵심리더로서 ‘대한민국 대표농장 스타팜’에 수차례 선정되는 등 명실상부한 ‘스타 농장’이다.

이러한 주원농장의 소중한 마음이 할아버지, 아버지를 거쳐 젊은 농부이자 주원농원의 만능재주꾼 김후주 이사(29)로 이어지고 있다.

# 철학도에서 농사꾼으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과수원 일을 도왔던 김 이사는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과수원 일과는 멀어지게 됐다. 가톨릭대에서 평소 관심도 많고, 적성에도 맞았던 서양철학을 공부했다. 무슨 일이건 열심히 하는 성격인 김 이사는 대학에서 수석으로 졸업, 장학금으로 대학원까지 진학을 했다.

철학을 좋아하는 철학소녀, 김 이사가 석사 과정를 마치고 박사를 진학할 것인가, 유학을 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의외의 결정을 내린다. 진학과 유학 모두를 포기하고, 부모님의 뒤를 잇기로 한 것. 철학을 계속 공부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믿을 수 있는 유기농 배를 생산, 국민의 밥상을 지키고 우리 농업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그렇게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김 이사는 본격적으로 농장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4만9500㎡(1만5000평)에 달하는 규모의 농장을 관행농법이 아닌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손이 가는 부분도 많고, 힘들었지만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운다는 겸손한 자세로 성실히 땀흘리고 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배울게 많습니다. 일이 익숙해지고 시간을 보다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온라인과 관련한 부분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여유가 생긴다면 철학을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현재는 재배와 관련된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만 점차 직거래 활성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확대하는 등 변화도 시도할 계획이다.

#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선입견 극복 

▲ 아버지와 함께 선별 및 이물질 제거 작업 중인 김후주 이사

정적이고, 당찬 김 이사지만 농장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농사일만이 아니었다.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여성이 농사를 짓겠다며 내려온 것에 대해서 주위에서 가지는 선입견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젊은 애가 와서 얼마나 하겠어?’, ‘여자애가 힘이나 쓸 수 있겠어?’, ‘시집이나 가지…’ 등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에 상처를 받기도 했었다. 또 여느 후계·승계농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님과의 의견 차이에 따른 갈등도 있었다.

이러한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 밖에 없었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쉴 틈 없이 보다 품질 좋은 유기농 배를 많이 생산하는 일에 매진했다. 무거운 박스도 거뜬히 나르고, 트랙터를 몰고 다니는 모습은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돈 쓸 시간조차 없을 정도지만 반대로 돈이 모이는 재미도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김 이사는 자주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과의 시간 위해 팜 파티를 열곤 한다. 농촌 현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땀 흘려 일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그 나름의 휴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정성 탓인지 올해는 평년 150톤을 훨씬 상회한 수확량을 기대하고 있다. 과도 크고 상품성이 높아 생과 판매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원농원의 유기농 배는 우수한 상품성으로 백화점 등에서 kg당 3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판매되는 등 ‘유기농 프리미엄’ 배로 최근 초과 공급에 따른 가격하락에도 걱정이 없다.

# 유기농, 고되지만 나아갈 길 

▲ 유기가공인증을 받은 작업장 사무실에서 유기농 배즙 가공제품을 들고 있는 김후주 이사

이에 따라 김 이사의 유기농업에 대한 신념도 확고하다.

주원농원의 유기농법은 관행농법과 달리 약제를 사용할 수 없어 일일이 사람이 손으로 꼼꼼하게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특히 재배면적이 넓다보니 관리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병해충 방제도 칫솔로 일일이 쓸어줘야 하고, 유기농 퇴비도 10cm 두께로 덮어주는데, 사람이 쟁기질로 해야 한다. 약제를 안 쓰니 방제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때문에 4만9500㎡에서 유기농업을 재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이사는 유기농업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입산 농산물이 범람하는 가운데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은 안전한 최고 품질의 농산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농산물의 공급과잉까지 더해져 수급이 불안정하며 가격의 급등락 또한 농업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유기농업을 통해 국민의 먹거리 안전 확보, 환경 피해 최소화 등 사회적 기여와 더불어 경제적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기농업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농업인의 건강입니다. 농작업을 하면서 작업복은커녕 마스크조차 하지 않은 채 농약 살포 작업을 하는 농업인들이 많습니다. 공기 좋은 시골에 살면서도 암에 걸리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기농업은 농업인의 건강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것이죠.”

# [인터뷰] 김후주 주원농원 이사 

“농업을 가장 잘 알고, 농산물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농업인입니다. 품질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이 농업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농업인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체험 등 농업과 친숙해질 수 있는 경험, 급식 등을 통해 우리 농산물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 등을 갖고, 관련된 설명까지 듣는 것은 미래의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 학생, 젊은이 등에게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며 농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역할은 젊은 농업인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농업을 잘 알고,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 농업의 지향해야 할 방향이며 젊은 농업인들은 이들이 원하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농업인이 똑똑해져야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술과 시대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인부터 먼저 변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 주원농원은...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국내 최대 유기농 배 과수원이다. 1958년 개원해 3대째 농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유기농 배 인증을 받은 과수원이다. 농업경쟁력 강화와 위상 제고 등의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충남도지사 표창, 충남농업대축전 대상, 충남도 농어촌발전대상, 아산시 농업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스타팜으로 지정되는 등 유기농 배 재배와 관련해서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현재 유기농 배 생과와 가공식품(배즙, 도라지즙, 배농축액, 배말랭이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농장체험이나 교육방문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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