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채취로 어류 출현종수·개체수 '급감'
전문가들, "바닷모래, 저렴한 골재 아냐…연구결과 기다려야"

▲ 전국바다골재협의회에서 바닷모래채취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며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진은 남해 EEZ에서 모래채취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전국바다골재협의회가 바닷모래채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바다골재협의회는 지난 18일 바닷모래채취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바닷모래채취를 재개토록 해줄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바닷모래채취피해대책위원회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정부보고서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에 재점화되고 있는 바닷모래채취논란을 짚어본다.

# 채취지역은 바다면적 0.04%에 불과

바다골재협의회는 2015년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어업피해조사에서 바닷모래채취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현재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지역은 한반도 바다면적의 0.04%에 불과하고 수심은 90m에 달한다며 이 수역은 현실적으로 어류가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호소문에서 “어족자원이 고갈된 것은 치어남획과 어업인의 불법조업, 중국의 불법조업, 수온변화 등에 따른 것으로 수산자원고갈의 모든 책임을 바닷모래업체에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횡포”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파괴라는 올가미로 바닷모래채취를 중단시켜 건설산업 종사자들의 일터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의회는 “10월이면 바닷모래 재고가 동나 골재파동이 불가피하며, 건설업계 종사자의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연간 모래소비량은 1억㎥로 이중 15톤 덤프트럭 270만대 분에 달하는 2700만㎥가 바닷모래인데 해수부에서는 이 많은 바닷모래를 해외에서 조달하라는 현실감 없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 영향없다는 주장은 ‘거짓’

바닷모래채취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바다골재협의회의 주장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발주로 진행된 연구용역중 2015년에 실시된 연구에서만 피해가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 다른 보고서에서는 수산자원의 서식지파괴와 조업환경 악화 등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의 발주로 수자원연구소가 실시한 ‘남해 EEZ골재채취단지의 해양생태계 구조 및 부유사거동 연구(1차년도)’에 따르면 해사채취구에서는 19종의 어종이 채집돼 대조구의 36종에 비해 어류 출현종수가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해사채취지점이 대조구보다 출현종수나 개체수가 적었던 결과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바닷모래채취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바닷모래채취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국토해양부 발주로 국립수산과학원이 실시한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실시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방안 연구(VI) 부제:수산자원분포 및 변동연구’에 따르면 바닷모래채취과정에서 표층퇴적물과 함께 저서생물이 제거, 먹이생물이 감소하거나 작은 수산물들이 직접 사망하는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앵커드렛징(Anchor Dredging) 채취방식은 깊은 웅덩이가 형성돼 조업선들의 조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웅덩이부분을 빈산소상태로 만들어 수산생물의 폐사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수과원은 보고서에서 “대조구와 과거채취구 주변이 현재 채취구 서식수산생물의 자원량이 많았으며 현재 채취구 주변 또한 다양한 수산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사해역에서 서식하는 주요수산자원생물들은 저서성 단각류와 요각류 등을 주로 섭이하는 것으로 파악돼 해사채취동안 생물교란으로 인해 발생되는 일시적인 저서 중형동물의 감소는 해양생태계의 먹이연쇄를 통해 수산자원생물의 성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 환경비용 포함시켜야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것과 관련해 수산업계의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바닷모래 가격에 환경비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닷모래를 채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바닷모래채취로 파괴되는 해양환경을 복원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모래가격에 산정되지 않는데 따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바다골재는 골재업자의 소유가 아니라 전 국민이 공유하는 공유자산으로 바닷모래채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골재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양생태계보전협력금을 높게 부과해야 한다”며 “협력금이 부과된다고 해서 파헤쳐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 국가의 여건상 꼭 필요할 경우에 최소한도 수준에서만 채취하되 부과된 협력금은 해양환경복원과 수산자원조성 등에 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도 “바닷모래를 사용하는 것은 결국 비용의 문제인데, 환경비용을 감안했을 때 과연 바닷모래가 저렴한 골재원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바닷모래채취가 저서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된 바가 없는 만큼 더 이상의 골재채취는 중단하고 관련 연구결과를 기다리는 게 바람직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임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장도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은 수산업계와 골재업계의 이해관계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이 아니라 ‘환경’과 ‘자원보호’라는 공익적 가치와 골재업계와 건설업계의 이익이라는 사익이 충돌하는 것”이라며 “골재업계나 건설업계 입장에서 바닷모래는 선택의 문제이겠지만 어업인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인만큼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바닷모래채취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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