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알아주는 '공부벌레'…한우관련 교육으로 졸업증서·수료증만 수십장
부모님 어깨너머 배우는 것과 천지차이…시행착오 최소화 위한 방법은 교육

▲ 손봉구 대표는 우사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이 소들에게 까지 전해지는지 우사에 손 대표가 들어서자 소들이 반가운 기색을 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축산업에 높은 미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주저없이 귀농을 택한 손봉구(32세) 米소짓다 대표. 이같은 신념 하나로 법학과를 졸업한 뒤 준비 중이던 사법고시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께서 일궈놓은 한우농가를 집적 운영키로 결심했다. 3여년간 공부해 오던 것을 단번에 놓고 고향으로 내려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테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손봉구 대표를 만나 그의 도전기를 들어봤다.

# 부모님 반대 꺾은 ‘황소고집’

“처음 부모님께 고향으로 내려와 농장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반대가 무척이나 심하셨어요. 평생 농장과 밭을 일구며 힘들게 살아오셨으니 내 아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으셨던 거죠.”

경북 경주시에서 70~80마리 규모의 한우 번식농장 ‘米소짓다’를 운영하고 있는 손 대표. 축사를 직접 지으며 농장을 일궈온 아버지의 대를 이어 한우를 키우고 있는 후계농이다.

가끔씩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의 일손을 돕던 손 대표는 2015년, 본격적으로 고향으로 내려와 농장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대학에서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준비를 하던 손 대표가 고향으로 내려온 이유는 축산업에 비전이 있다는 확신에서였다. 쉽게 말해 축산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처음 농장운영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한 이후 손 대표는 부모님의 반대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다. 그러나 향후 10년간의 농장 계획까지 설계해 놓은 손 대표의 고집을 부모님은 끝내 꺾지 못했다. 부모님과의 갈등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많은 후계농들과 마찬가지로 의욕적으로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는 손 대표와 옛 운영방식을 고집하던 부모님과 의견충돌이 잦았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를 승계 과정의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부모님과 대화하고 충분히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후계농과 부모님과의 갈등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대화를 피하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대화를 통해 수십년간 농장 운영을 해오신 부모님에게서 배울 것은 배우고, 고쳐나가야 할 것은 분명하게 말해 부모님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동네에서 소문난 공부벌레

손 대표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공부벌레’로 통한다. 한우와 관련된 교육이라면 어디든 마다치 않고 달려가 붙여진 별명이다. 그 덕에 졸업증서, 수료증 등이 수십장에 달한다.

“사실 처음 농장 운영 당시 ‘사료만 제때 주면 알아서 잘 크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 한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축산과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양지식이 제로에 가까웠죠. 이런 저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여러 농업대학이나 한우협회, 축협 등에서 개최하는 교육에 기회가 되는 대로 참석했습니다.”

▲ 손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졸업증서와 수료증.

손 대표가 내려올 당시 번식전문 농장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개량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다. 여러 교육을 통해 개량의 중요성을 터득한 손 대표는 본격적으로 고능력 송아지를 만들기 위한 밑소 개량에 몰두했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무조건 1군 정액만 찾아다니는데 우군의 능력만 정확히 파악한다면 2·3군의 정액을 사용하더라도 충분히 1군만큼의 능력있는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주인이 자신의 농장에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파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는 것이죠.”

또한 새벽에 송아지를 낳는 등 일정하지 않은 분만시간 때문에 고생했던 일도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사료를 일괄적으로 오후 4시에 급여하는 방법을 통해 암소 90% 이상이 주간에 분만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교육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농장관리를 할 수 있었다는 손 대표는 필수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농장을 경영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님에게 어깨너머 배우는 것과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후계농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축산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직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새 축사를 짓기 위해 경주시 천북면 화산리에 1만3223m2의 부지를 마련,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 축산전문기업 운영이 최종 목표

손 대표는 농장운영을 결심한 이후부터 축사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축사는 지은 지 오래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고, 본가와 가까이에 있어 차단방역에도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부지를 찾는 데에만 자그마치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적당한 부지를 찾아 어렵사리 건축 허가를 받더라도 주민들의 민원으로 늘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재 경주는 축산농가와 주민들간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축사가 지어지기도 전에 민원을 넣어 허가를 취소시키는 일이 많아졌죠. 앞으로 전업화, 규모화돼 가고 있는 축산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손 대표는 경주시 천북면 화산리에 축사 건설을 위한 1만3223㎡의 부지를 마련했다. 내년 중순에 완공을 앞두고 있는 새 축사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번식에서 일관사육농가로 전향, 한우 500마리를 키우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손 대표는 설명했다. 손 대표의 최종목표는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판매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축산전문기업을 운영하는 원대한 꿈을 키워 나가고 있는 손 대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인터뷰] 손봉구 米소짓다 대표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 축산을 하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젊음이 저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SNS를 이용한 주변 농가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ICT 장비들도 빠르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듯 젊은 축산인들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전세계 어느 시장과도 당당히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봉구 米소짓다 대표는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고 실패한 것은 빠르게 버리는 젊은 축산인들만의 유연한 대처로 축산업이 활기를 띄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우산업은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언제나 즐겁고 보람이 됩니다. 축사에 들어갈 때 인상 한번 찌푸린 적이 없을 정도니까요. 특히 제가 직접 받은 송아지가 가축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더욱 맛있고 품질 좋은 한우를 공급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건강한 소를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米소짓다는...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米소짓다는 번식우 70~80여마리를 키우는 한우농장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농장을 손 대표가 2대째 이어 운영하고 있다. 농장의 이름인 ‘米소짓다’는 벼농사와 한우농장 운영을 병행하고 있는 손 대표가 쌀을 뜻하는 ‘米’와 ‘소’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