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종자 국내시장 좌지우지…국내기업 진출 '큰의미'
종자 품종 출시 적어도 10년 이상 걸려…단기간 성과 어려워
해외보다 국내종자 지속적 R&D투자로 경쟁력 향상시켜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페인트 회사로 잘 알려진 노루그룹이 종자업계에 투자를 시작한 지 2년 정도의 세월이 지났다. 종자산업은 미래산업으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으며 노루뿐만 아니라 CJ도 종자회사인 CJ브리딩을 설립했다. 다국적기업인 몬산토와 신젠타 등이 종자부분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전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종자산업 진출은 우리나라 농업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로열티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종자가 많은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이 국산 종자 개발에 힘쓴다면 농업인들에게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종자를 보급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종자주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70년 역사의 페인트 기업으로 잘 알려진 노루그룹의 종자산업 진출 의미와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 우리나라 종자경쟁력 향상 도모

노루그룹 그리고 그 산하의 더기반(THE KIBAN)은 종자산업에 진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종자부분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종자산업은 외국기업들이 주도해 식량주권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종자를 해외에서 수입하다보니 해외 종자가격이 국내시장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농우바이오, 팜한농, 아시아종묘 등 국내 기업들이 종자산업의 선두주자로 R&D(연구개발)를 통한 종자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토마토, 파프리카 등의 종자는 해외에서 주로 수입된다.

더기반 관계자는 “국내 종자산업의 여건이 좋지 않고 시장도 한정적이지만 중견기업들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종자경쟁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며 “노루그룹이 70년 동안 화학 한 분야에만 집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종자부분도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앞으로 30년의 미래를 내다보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더 기반은 최근 R&D 기술력 확보를 위해 경기 안성시에 연구단지를 설립했으며 2000억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종자생산기지 조성 외에 유전 자원 보호·외화 절감 등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노루 그룹의 이 같은 투자는 정부의 GSP(골든시드프로젝트)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노룹그룹 만의 전 세계 네트워크는 향후 더기반 종자의 해외진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종자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종자부분에 지속적인 R&D투자와 전 세계에 구축된 네트워크는 국산 종자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단 기간 성과 기대 어려워

하나의 종자가 품종으로 출시되기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하다. 노루그룹이 종자산업에 뛰어든 지는 2년 여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생명공학과 종자가 결합된 연구가 오래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막 연구단지를 설립한 노루그룹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게 종자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종자부문 전문가들을 영입했지만 노루만의 종자를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은 아직 멀었다. 이 때문에 노루그룹이 종자부문과 함께 투자를 하고 있는 스마트팜에 몰두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노루그룹은 중국과 카자흐스탄 도시 외곽 그린벨트와 스마트팜을 연결하는 원 벨트, 원 로드 전략에 맞춰 최신 기술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노루그룹이 종자부문에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종자업계 관계자는 “노루그룹, 그리고 더기반이 종자산업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갖추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보려하지 말고 적어도 20년 이상의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며 “국내 종자시장이 포화됐다고 해서 해외로 먼저 눈을 돌리지 말고 종자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포부 그대로 국산 종자주권을 지키는 데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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