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열대과일류 병해충 유입 경로
외래 해충 연구·조사 이행…고위험 수입식물 위험평가 강화돼야

▲ 외래 붉은불개미를 추적하고 있는 모습.

개방화·세계화로 인한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경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고 있다.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가 우리의 일상이 돼버린 것이다.

지난 추석 연휴에 온 국민의 관심을 모은 주인공이 있었는데 바로 ‘외래 붉은불개미’다. 부산 감만항에서 식물검역관이 국내 최초로 붉은불개미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개미가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놀랐고, 외래 해충의 유입이 우리의 삶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사건이다.

사실 해외병해충의 유입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1900년 이래 우리나라에 유입된 해외병해충은 89종에 달했는데 교역량이 증가한 2000년 이후에만 34종이 유입됐다. 1988년도에 유입된 소나무재선충은 지금까지 많은 방제비용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박멸되지 않고 있고, 2015년에 경기도 안성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과수화상병은 올해까지 3년째 주변 지역에서 발병하면서 285ha 면적의 사과와 배 과수원에 피해를 입혀 폐원에 따른 146억원의 피해보상이 이뤄졌다. 아직까지 수출 과수단지에는 발생하지 않아 수출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안심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 외에도 꽃매미와 미국선녀벌레와 같은 돌발해충의 발생은 매년 농업인들의 골칫거리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 반입된 수입과일을 검역하고 있는 모습.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식물이 국경을 넘어올 때 식물병해충과 같은 위험 요소가 함께 유입될지 여부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해외여행객이 검역 절차 없이 무단으로 반입하는 망고, 라임 등 열대과일류도 병해충 유입의 주요한 경로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모든 식물류는 공산품과는 다르게 수입될 때마다 검역을 받아야 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입식물류의 검역과정에서 검출된 해외병해충 수가 6만9445건에 달했다. 2015년 이후 연 1만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 간 교역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해외 병해충의 검출이 늘어나는 상황 하에서 ‘외래 붉은불개미’ 유입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외래 병해충의 유입과 피해가 증가하고 외래종의 생태계 교란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시점에서 정부의 검역시스템 강화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외래 붉은불개미’의 예에서 보듯이 식물류와 무관한 컨테이너 혹은 선박 등과 같이 비식물류 관련 물품과 장비에 의한 해외 병해충의 유입을 막기 위한 검역시스템 보완도 요구되고 있고 국제 크루즈선 취항,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외국농산물의 해외직구 급증 등 새로운 검역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도 필요하다. 이미 국경을 넘어와 국내 분포 중인 ‘외래흰개미’와 같은 외래 해충에 대한 연구와 조사도 이행돼야 할 것이다. ‘붉은불개미’ 유입과 같은 경우에 대처하기 위해선 상시 병해충 예찰·방제 기능을 강화로 외래병해충 탐지 및 방제의 ‘골든타임’을 확보해 조기박멸 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병해충 유입 위험이 사전에 차단되도록 역학조사와 고위험 수입식물에 대한 위험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검역에 대한 많은 요구가 있지만 검역 인력과 예산 여건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0년 이후 수입식물 검역 건수는 화물, 국제 우편, 특송화물 물량을 포함해 약 219%나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식물검역관 1인당 연간 처리하는 수출입화물 검역 건수도 233% 증가했다.

외래병해충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연생태계와 농림업을 지켜내는 것은 생물안보와 같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국경검역 인력이 보강되고 최전방 감시가 보다 꼼꼼히 이뤄지도록 국경검역시스템이 보완돼야 할 것이다.

김수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과장은 “하잖게 보이는 외래 병해충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우리의 농림업에도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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