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창희 충남대 교수

근년에 들어 양돈이 축산업에서 뿐만 아니라 전체 농업의 작목들 중에서도 매출이 가장 높아졌다. 그만큼 양돈이 국민의 식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농업 중에서는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회상해 보면 양돈산업은 축산업뿐만 아니라 농업 전체 중에서도 비교적 조기에 시장을 개방했고, 정부의 보호정책에서도 일찌감치 소외돼 있었다. 예를 들면 한우 송아지 가격 안정제, 생산원가를 보상하는 우유납품가격 체계, 어업에서 폐업보상제, 수도작의 직불제 등 열거하자면 농어업에서 많은 수의 산업보호 또는 생산자 보호정책들이 시행돼 왔다. 양돈산업이 조정되고 효율화돼 산업이 건강해진 것은, 반추해보면 정부의 보호가 없어서 이루어진 성과가 아닌가 싶다. 보호보다 시장에 맡겨 놓으니 산업 스스로 규모화하고, 체질을 강화해 생산성을 높여가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돼지고기 생산능력은 유지돼 왔다. 양돈은 타 축종이나 농업의 작목보다 산업이 훨씬 건강하게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양돈인들은 우리나라를 양돈산업의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양돈인들은 스스로 국내 우수한 양돈사례를 보고 배우고 연구하고, 또한 양돈선진국을 향한 배움의 여행을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

양돈 기술, 시설 등을 둘러보고 저마다 자신이 느끼고 배워온 것을 나름 현장에 접목하고자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문가들을 모셔와 강의와 세미나까지 열고 있다. 거의 모든 산업이 국제화해 활발한 거래와 교류는 필수적이라 이런 현상이 오히려 당연하다.

우리가 주로 돌아보고 배움의 대상으로 찾아가는 국가는 북유럽과 북미의 국가들인데, 덴마크와 미국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 나라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왔다. 그러나 관심을 갖고 보면 비슷한 양돈 선진국이지만 이 두 나라는 각기 다른 산업의 구조를 갖고 있다. 덴마크는 조합을 중심으로 산업의 생산 및 유통체계가 발달돼 있으며, 미국은 민간단체와 기업군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덴마크는 단일 양돈조합이 생산 및 유통을 통제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덴마크는 국가가 생산과 유통에 대한 규제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축산법이 없어도 조합의 내규로 양돈산업의 다양한 문제들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생산 및 가공 주체들은 사실상 위축돼 존재감마저 없어졌다. 사실상 사회주의 시스템이다. 그러나 조합 운영진은 자율적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조합원인 생산자들이 운영주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은 자유 시장주의라고 보면 맞다. 거대한 두 개의 공룡 유통기업이 발달돼 있고 그 계열에 의한 생산이 이루어진다. 그 중 하나인 스미스필드(Smithfield)는 가공 유통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 80만마리의 모돈을 갖고 있는 생산자이기도 하다. 거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돈육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계열 밖의 일반 계약농가의 생산 부분도 있지만 연간 도체평가 점수에 의해 다음 해의 계약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스미스필드의 요구를 일반 농가가 소홀히 할 수 없다. 양돈산업 관련 민간단체들이 있지만 덴마크의 양돈조합과 같은 통제력은 없다.

생산농가 입장에서 보면 두 나라 중에 어느 나라의 체계하에서 더 많은 자유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양돈산업의 구조는 오래전 몇 개의 조합이 결성되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췄지만 조합의 영향력은 덴마크보다는 훨씬 미약하다, 국내 유통기업도 생산에도 직접참여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은 발전과 더불어 계속 진화돼 왔다. 산업구조의 진화는 어디로 향할까? 미국의 시장주의인가? 덴마크의 사회주의인가? 아니면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체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현재는 생산자의 자유가 가장 많이 보장돼 있지만 어려운 시기가 오면 생존도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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