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첫 공청회, "인정 못한다"

농·축산물 시장개방 분석결과 비공개…논란 가중 최은서 기자l승인2017.11.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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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가 ‘농민을 외면한 불공정 공청회’라고 강력 반발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을 위한 첫 절차인 공청회가 파행을 빚다 중단됐지만, 정부는 공청회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 개정절차를 진행하기로 해 개정 협상 국면에 진통이 예상된다.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는 농민단체들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정보 공개조차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은 정부 측의 일방적인 공청회’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이하 축단협)와 FTA대응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공청회 시작 전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한데 이어 공청회에서도 반발을 이어갔다. 축단협과 대책위 관계자는 공청회장 내에서 팻말을 들고 시위했으며, 일부는 공청회장 단상 위에 올라가 ‘한·미 FTA 폐기’를 부르짖으며 신발을 벗어 던지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물리력으로 맞섰다.

이날 공청회에서 유명희 산자부 통상정책국장은 ‘한·미 FTA 개정 추진 경과’ 발표에서 “한·미 FTA는 양국 간 이익균형을 달성한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으로 지난 5년간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히자 농민단체장들은 ‘거짓말 하지마라’, ‘농축산업 죽이는 FTA 폐기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공개된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양국의 잔여 관세 품목이 제한적이고 관세율 수준도 높지 않아 효과도 제한 적일 것으로 추정됐지만, 요약본인데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 여부에 따른 분석 결과는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빚어졌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한·미 FTA는 우리의 생명산업인 농축산업을 반토막 낸 불평등·불공정 거래로 이젠 더 이상 쌀 한 톨, 고기 한 점도 양보할 수 없다”며 “한미 FTA로 자동차와 철강, 반도체 등은 이익을 얻은 반면 농축산업은 도산 위기에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확한 피해 산출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도 “한·미 FTA가 국가적으로 이익이 됐으면 그 반대급부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산업에 대한 피해 역시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두루뭉술하고 불투명한 경제적 타당성 검토 분석을 내놓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 제발 안정적으로 농축산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홍길 한우협회장도 “농업인의 날 행사가 치뤄지고 있는 오늘 농업·농촌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준 한·미 FTA를  개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여는 게 말이 되냐”며 “농축산업의 피해는 현실인데 정부는 농업부분은 더 이상 내어주지 않겠다는 식의 입장만 내놓고 대책은 전혀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후 공청회는 농업인들이 공청회 현수막을 벽에서 뜯어 찢는 등 격화됐고 산자부는 공청회의 예정 종료시간이었던 낮 12시가 지나자 “이것으로 오늘 공청회를 마친다”고 종료를 선언했다. 공청회 종료 이후 축단협과 대책위는 ‘공청회 무산’을 선언하고, 총력을 다해 국회 보고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파면과 백운규 산자부 장관 사퇴, 한·미FTA 폐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산자부는 이날 공청회 이후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공청회와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반영해 통상절차법 제6조에 따른 한·미 FTA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산자부가 농업계를 비롯한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요식행위로 공청회를 치뤘다는 비판과 함께 공청회 개최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은 이날 공청회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봤다. 송 변호사는 “통상법상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돼 있고 행정절차법에는 공개적 토론을 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실질적 요인인 토론이 진행되지 못했으므로 공청회은 무산된 것”이라며 “통상당국에서는 ‘농업인들의 점거로 공청회가 마무리되지 못했지만 공청회가 진행됐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지금은 통상절차법이 제정됐으므로 2006년 당시와 상황이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FTA 관련 공청회는 2006년 당시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시작 30여분 만에 중단됐지만 당일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한·미FTA 협상 개시를 공식선언한 바 있다.
 


최은서 기자  eschoe@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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