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연구단장

푸드 패디즘은 과학저술가 마틴 가드너의 책 ‘과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변덕과 궤변’ 제 18장에 소개된 개념으로 ‘먹거리가 건강과 병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푸드 패디즘의 원동력은 20세기 전후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알지 못했던 세균, 독성물질, 영양성분 등에 관한 지식이 급속히 늘어나면서부터다. 이 같은 푸드 패디즘은 20세기초반 미국에서 한 차례 광풍을 일으켰다가 원론적인 연구에 대한 오류로 인해 사그라졌음에도 반세기를 훌쩍 지난 현재, 한국 땅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나트륨이 건강에 부정적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이때부터 김치와 장류는 나트륨 급원식품으로서 역풍을 맞으며 푸드 패디즘의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트륨 1일 섭취 권장량은 WTO(세계보건기구) 기준인 2000mg을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루 총 섭취량만을 감안한 것이지 한 끼 식사에서 서로 어우러지는 음식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한식은 식사방식이 맨밥에 양념이 된 반찬을 함께 먹는 한상차림 구조라 밥, 채소류 등의 반찬을 통해 섭취된 나트륨 상쇄되는 부분까지 고려돼야 한다. 따라서 김치는 개별 식문화권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치를 기반으로 획일적 1일 권장량에 맞춰 해석되고 있으며, 전통발효식품으로 인한 나트륨 섭취량이 위험수준인 것처럼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김치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저염화됐고 1인당 김치소비량도 줄었기 때문에 한국인이 김치를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양은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 총량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칼륨이 풍부한 채소를 발효시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체외로 배출된다. 김치는 나트륨의 주 급원식품이기도 하지만 칼륨의 주 급원식품이기도 하다. 칼륨의 함량이 높아 자체 배설을 촉진시킨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으며 염분섭취가 체내 항상성유지 기작(Na-K펌프)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또한 우리가 오랜 기간 먹어왔던 음식물은 의약품과 달리 통제된 실험실에서 실험하기 전에 이미 사람이 몸으로 먼저 검증해왔던 것이 대부분이다. 김치를 소금이나 장에 절이는 형태였다가 젓갈을 사용한 것은 1500년대, 고추를 사용한 것은 1600년대 말이므로 소위 김치의 유해성분으로 알려진 나트륨은 적어도 100세대 이상, 젓갈에서 유래한 아질산염은 17세대 이상, 캡사이신은 11세대 이상을 거치며 김치를 통해 섭취하고 검증해 온 셈이다.

이밖에도 동물성단백질과 지방섭취 비중이 늘어가는 추세인 우리 국민들이 식이섬유소의 주된 급원인 김치 섭취량마저 줄인다면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김치는 한국인의 채소군 섭취량 중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녹색채소에 풍부한 엽산, 아연 및 각종 파이토케미컬 성분과 비타민의 주 급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혈압이 높으니 김치섭취를 줄이라는 권고는 벼룩잡자고 초가산간 태우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조사 제공하는 각종 통계자료들은 개개인의 실제 식생활문화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국민들의 식생활을 하나의 덩어리로 가정해 정책이나 국가미래를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표로서의 역할을 해주기 위해 산출된 대표 값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작 나와 우리 가족의 식생활을 꾸릴 때는 각각의 식습관과 생활패턴, 가족병력 등의 상황에 맞게 개별화된 대응이 요구된다.

따라서 실제 한국인 대상의 식문화 행동지침은 한식의 특성을 감안한 기준치 설정과 한 끼 상차림 단위의 보완 조사, 나트륨 흡수와 배출에 영향을 주는 기타 식문화 변수들이 보완돼야 한다. 김치가 한국인 나트륨 다량섭취의 주범이라는 푸드 패디즘에서 벗어나 실제 한국 식문화 틀에 맞는 최적화된 처방이 마련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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