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합세 불구 송아지 낙찰 줄지어 시장 '북적북적'
번호 뜨는순간 리모컨으로 입찰

▲ 지난 11일 보령 청소면 신송리 보령축협 송아지경매시장에서 축산농가들이 구매하려는 송아지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8시 보령시 청소면 신송리 보령축협 송아지경매시장. 100여명의 축산농업인과 소 유통관련 직원 및 상인들이 웅성거리고 계류장에는 이미 350여마리의 송아지가 자리잡았다. 일부 늦게 도착한 소들도 서둘러 차에서 내려지고 있었다.

축주와 장꾼들은 휴게실에서 1000원짜리 믹스커피나 2000원짜리 컵라면을 먹으며 냉기를 피하고 있었다. 본격 경매는 9시부터여서 한 시간 가량 더 지나야 하는데 서리가 두껍게 내린 2~3도의 초겨울 아침공기를 밖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투다. 소시장이라지만 80~90년대 시끌벅적하던 시장모습과는 아주 딴판이다. 축주와 거간 중개인들이 뒤얽혀 목청을 높이고 손짓하며 육두문자도 넘나들던 왁자지껄하던 소시장 모습은 그야말로 추억일 뿐이다. 지금은 전광판에 리모컨으로 가격을 정하는 현대식 경매다. 가격사정사(중매인등 3인)와 직원들만 바삐 움직일 뿐 축주나 상인들은 대기실이나 경매실에서 느긋하게 기다린다. 마리당 최저가 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3~4초. 20년 경력의 노련한 중개사가 부르면 그것이 최저가로 공시된다. 보통 7~8개월령부터 12개월령들이 나왔지만 월령수가 짧고 몸매, 털빛, 뒷방치가 튼실한 놈이 상품이다. 개월 수가 높고 비실거리면 유찰되기 십상이다. 9시 경매 개시 이전에 송아지별로 최저가가 모두 공시된다. 이걸 보며 구매자들은 좋은 소를 찜해 두고 가격도 결정해 놨다가 방송으로 입찰번호가 뜨는 순간 리모컨을 누르면 된다. 최고가 입찰 방식이다.

9시에 본격적인 장이 열리자 모두들 전광판과 방송멘트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며 리모컨을 두드린다.

이날 소시장에는 30대 초반 후계축산인과 여성축주들도 눈에 띄었다. 천안 성환읍에서 왔다는 한 후계축산인은 현재 60마리 규모의 아버지 농장을 이어받아 100마리 이상으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소시장을 배우고 씨소 유명세가 있는 보령송아지를 입식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역에 있는 연암축산대를 나온 2세 축산인이다. 축산업이 전업화되면서 양돈, 한우, 낙농목장에 이처럼 2세들이 모여드는 것도 요즈음의 농촌 신풍속도다.

5년 전 청소면에 정착한 조민숙 씨는 은퇴귀농자로 축산밖에 돈 될 성 싶은 것이 없다고 봐 지금 소농장을 만드는 중이다.

조 씨는 “아버지들이 겪으신 소 파동을 생각하면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축산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7개월령 수송아지 1마리를 출하한 남포면 최진임 씨는 자식같이 키운 송아지가 불쌍한지 계류장에 있는 소의 눈물을 휴지로 연신 닦아주고 있었다.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 장이 서는 시간 내내 10명의 보령축협 직원들은 담당한 역할 별로 분주히 움직였다. 차량 통제로부터 경매보조 및 진행, 컴퓨터 전산 입력, 가격 정산 등 일사불란하지 못하면 낭패다. 지난 3월 개장한 신설시장이지만 시장이 원만히 돌아가는 것은 보령축협 직원들의 재빠른 몸놀림과 강한 팀워크가 한 몫 한다고 자랑한다. 매달 11일 하루 열리는 송아지 경매일은 신용창구 직원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소시장에 참여한다.

본점 신용파트 김우중 과장은 “이렇게 한 2년 배우면 소 장수해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경매장에서 만난 청라면 김봉조 씨는 “봄에 난 송아지 4마리가 있는데 시장 판세를 엿볼 겸 왔다”며 “이젠 젊은 사람들이 50마리, 100마리 혹은 200마리 이렇게 하지 우리 같이 10마리 남짓 키우는 늙은이들은 이제 축산이라고 말도 못 꺼낸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시장에서 20마리의 수송아지만 낙찰받은 홍성 경민한우(敬民韓牛) 이근우 사장은 “봄에 생산된 송아지들이 몰려 나올 때라 가격이 주춤해야 하는데 이렇게 강보합세가 유지되는 건 최근 대형축사 건립에 의한 대량입식에다가 기업축산이 가세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귀띔해 줬다.

이날 송아지 평균낙찰가는 지난달 363만원과 비슷한 362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고가는 수송아지 455만원, 암송아지 368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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