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3면이 나무…철저한 내외부 관리로 '귀감'
말보다 행동 '농장개방'…주민들과 거리감 좁혀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던 양계농장을 어깨너머로 배우던 장재권 김포자연농장 대표. 어느덧 2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또 한 농장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열정 가득한 20대 시절, 농장을 떠나 다른 직업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장 대표는 다시 농장을 찾았다. 1세대의 노하우와 2세대의 정보력을 모두 겸비하고 있는 김포자연농장의 장 대표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다양한 모임을 통해 장 대표는 여러 농장들과 활발한 정보교류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불어 잘사는 양계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국내 계란산업, 국제 경쟁력 갖춰야

장 대표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장운영에 가담하면서 농장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오래된 시설을 전면 교체했다. 같은 자리에서 8년간 농장을 운영하다 주변에 산란계농장이 밀집돼 있어 질병에 취약한 문제를 개선코자 2015년 현재 위치로 이전, 10만마리 규모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농장을 드나들며 양계업을 배운 장 대표는 전문 컨설팅없이 HACCP 인증을 받을 만큼 전문가로 거듭났다.

27년째 양계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장 대표는 이제 산란계산업이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계란수입이 허용되고, 최근에는 계란 안전성에 대해 의심을 품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되고, 자급률이 90%가 넘는 계란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 농장을 이어받게 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입계란이 들어오는 등 계란산업에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산란계 농가들도 경각심을 갖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가들도 무조건 계란만 생산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보다 신선한 계란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맡은 직책만 ‘5개’…다양한 농가들과 교류

장 대표는 현재 농장경영을 비롯해 김포 2세모임인 ‘풍우동주’에서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양계협회 김포지부 이사, 지역 농촌지도자회 사무장, 최근에는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감사까지 맡게 됐다. 맡은 직책만 5개지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다양한 모임이나 단체에서 장 대표를 원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장 대표는 엄연히 양계 2세대지만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농장을 관리한 덕분에 1세대의 노하우까지 두루 겸비하고 있어 1세대와 2세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동안 아버지 옆에서 일을 배우다 보니 1세대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나이는 젊으니 2세대들과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죠. 이처럼 1세대와 2세대의 중간쯤 걸쳐져 있다 보니 맡은 임무가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특히 장 대표는 본인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정보를 다른 농가들에게 나누고, 더불어 잘 사는 양계산업을 만들기 위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저분하다는 인식이 박혀있는 양계산업이 조금이나마 변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농장관리 노하우를 작게는 제가 소통하고 있는 2세들에게, 넓게는 양계산업 모두에게 전파하고 싶습니다.”

▲ 김포자연농장은 이름에 걸맞게 자연친화적인 모습이다. 주민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한 장 대표 나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나무로 둘러싸인 ‘자연농장’

김포자연농장은 자연농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농장의 3면이 나무로 둘러 싸여있다. 농장 주변의 알록달록한 꽃들도 눈에 띈다. 모두 장 대표의 작품이다. 김포자연농장은 양계농장 가운데 보기 드물게 조경관리에 힘쓰고 있다.

‘왜 쓸데없는 데 돈을 그렇게 쓰냐’, ‘농장일도 힘든데 헛짓한다’는 주변의 면박도 있었지만 주민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장 대표 나름의 노력이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농장을 만들어 보고자 농장 주변을 가꾸는 데만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민들이 우리 농장을 지나가다 스쳐가는 꽃향기에 미소 한번 지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장 대표는 지금과 같이 주민들과 웃으면서 인사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처음 농장을 이전할 당시에는 양계농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자 민원이 빗발쳤다. 이런 주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장 대표와 아내는 마을회관에서 농장에 관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을 설명하며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농장이 지어지기 시작한 이후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렸습니다. 농장을 개방해 지나가는 주민들이 농장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믿음을 줬습니다. 나의 사업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이해시키는 작업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농가의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가족이 사는 농장, 위생관리도 ‘엄격’

장 대표는 농장 외부 환경뿐만 아니라 내부까지도 엄격하게 관리한다. 계사 바로 옆에 가족들이 사는 집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김포자연농장의 닭들은 AI(조류인플루엔자)뿐만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된 닭이(와구모)로부터도 자유롭다.

“이전 농장은 워낙 시설이 오래되다 보니 와구모로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이사를 하면서는 ‘와구모 없는 농장’이 목표일 정도로 청결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와구모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장 대표는 시간이 날때마다 계사 내의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또 여름에는 펜을 이용해 먼지가 모두 날아갈 수 있도록 했다.

철저한 농장 내외부 관리로 지역 농장들의 귀감을 사고 있는 장 대표의 앞으로의 목표는 아내와 즐기면서 농장 일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농장을 더 크게 키우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규모를 확대하면 일에 치이기 마련인데 저는 그저 제 아내와 여유를 즐기면서 농장을 가꿔나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장재권 김포자연농장 대표

“이만큼까지 농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이 큽니다. 농장 일을 같이하다 보니 농장경영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나 큰 결정을 앞두고 아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많은 2세 농가들이 부러워하는 점이죠.”

장재권 대표가 활동적으로 대외활동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아내 김정숙 씨의 공이 컸다. 많은 2세들의 아내는 젊은 나이 탓에 농장과 거리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장 대표의 아내, 김정숙 씨는 장 대표의 가장 든든한 사업 파트너다.

“제가 대외활동으로 농장을 비울 때면 아내가 제 몫까지 두 배로 농장일을 하곤 합니다. 아내에 대해 항상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제 아내는 나가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라고 등을 떠밀기도 합니다.”

장 대표와 아내는 집에서는 금슬 좋은 부부로, 농장에서는 최고의 파트너로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농장을 꾸려나가고 있다. 지역에서 명실공히 최고의 ‘내조의 여왕’으로 불리고 있는 김정숙 씨는 장 대표가 장차 양계산업에 큰 인물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항상 아내는 제게 제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정보로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해 줍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후세 양계인들이 편안하게 농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면 양계산업에 ‘장재건’이라는 이름 석자 하나는 남지 않겠느냐고 얘기해요. 이런 아내에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오늘도 저는 다른 양계인들을 만나 혼자가 아닌 산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 김포자연농장은...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수참리에 위치한 김포자연농장은 10만마리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는 3만80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하루 계란 생산량은 3만개 가량이며, HACCP인증을 받아 신선하고, 안전한 계란 생산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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