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 대세다! TV를 켰다하면 여지없이 먹는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채널을 지상파 TV로, 종편 TV로, 케이블 TV로 이곳저곳 아무리 돌려봐도 먹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먹방’이라고 부른다. ‘먹방’은 이미 보편화된 얘기다. 일상인 음식물 섭취행위인 ‘먹다’가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는 점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먹방’은 먹는데 그치지 않는다. 요리가 곁들여 진다. 요리는 특급호텔 일류 셰프만 하는 게 아니다. 가정주부는 매일매일 요리를 한다. 하루 세 번이나 요리를 하는 가정주부도 있다. 가정주부는 가족들 건강을 챙기고, 가족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요리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요리는 주부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문제는 요리 전후과정이다. 요리를 하려면 장보기를 해야 하고, 농축수산물을 다듬어야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며, 발생된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수고를 거쳐야 하는데 이런 과정들이 모두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이라는 점이다. 이 가운데도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지옥가기 만큼이나 싫으며, 설거지 또한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장보기와 다듬기도 귀찮고 힘든 일이다. 여기서 새로운 트렌드가 생성됐다. 요리는 즐거움을 주지만 준비과정과 그 후 처리과정이 너무 힘들다보니 외식에 의존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곁들여 요리 전후 힘들고 하기 싫은 일들을 줄여주는 HMR(가정식 대체식품) 소비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먹다’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가 1인 가구 증가다. 증가가 아니라 대세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하면 50%를 훌쩍 뛰어 넘는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539만 7615호, 2인 가구는 506만 7166호다. 이들 1~2인 가구는 전체 가구 1983만 7665호의 52.75%를 점하고 있다. 통계청은 2045년에 가면 1~2인 가구가 1590만 호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1인 가구의 식생활은 가정에서 요리를 하기보다는 외식에 익숙해져 있고, 설령 가정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HMR을 애용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3인 이상 가구도 가정에서 음식을 마련해 먹는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다. 더 나아가 이들 가구도 1~2인 가구의 식생활방식을 답습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4인 가구가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HMR 4인용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1인용 4개를 구입하는 쪽으로 식생활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가정의 식생활패턴이 1인 가구를 따라가는 행태다.

이 같은 변화는 농축수산업에 또 다른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소비지 트렌드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국내 농축수산업은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맞춤형 생산과 맞춤형 마케팅이 강조되지만, 국내 농축수산업은 종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고,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얼마 전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1인 가구가 새로운 트렌드로 제시됐고, 토론자나 참석자들은 모두 수긍을 했다. 한 토론자는 이와 관련 “1인 가구의 외식증가는 수입 농축수산물 소비증가”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농축수산물 산지는 도매시장이나 대형마트처럼 대량 취급처와 거래에 익숙한 반면 소량다품목을 취급하는 외식업체와의 거래는 하려는 노력도 안했고, 하기도 힘들었다. 그 틈새를 도시에서 소형트럭으로 농축수산물을 배달해주는 트럭상인이 맡았고, 그 트럭에는 수입 농축수산물이 많다.

1인 가구가 대세인 시대에는 외식부문과 HMR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농축산업계는 변화하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익숙한 기존의 행태에 만족하다가는 시나브로 국산 농축수산물시장을 잃게 될게 너무나도 뻔하다. 변화하는 1인 가구 트렌드에 맞춰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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