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투명하고 원활한 수집과 분산활동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설립된 목적 지향적이고 정책지향적인 시장이다.

해방이후 우리나라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변화과정은, 산지와 소비지의 유통환경변화에 따른 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 변화라는 측면에서 크게 3개의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해방이후 1985년 가락시장 개전 이전 시기로 유사도매시장이 농산물유통의 다수를 지배하고 있던 시기이다. 유사도매시장 중심의 농산물 유통 체계는 크게 <영세한 소규모 생산자 → 산지반출상인 → 도매시장(위탁상이 수집과 분산기능을 통합) → 영세한 소규모 소비지시장 → 소규모소비자>라는 5개의 유통경로와 2개의 도매유통기능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이 시기 농산물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자에 대한 위탁상의 수요독점, 소비지에 대한 위탁상의 공급독점 즉 위탁상의 쌍방독점에 의한 폐해가 매우 큰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우후죽순 확산되기 시작한 유사도매시장의 시장 점유율은 1972년의 65%에서 1977년에는 73.7%로 크게 확대되었다.

두 번째 시기는 가락시장 개장 이후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전 시기로 공영도매시장이 농산물유통의 중심이 돼 온 시기이다. 공영도매시장 중심의  농산물 유통체계는 크게 <영세한 소규모 생산자 → 도매시장(수집과 분산기능을 법인과 중도매인으로 분리) → 영세한 소규모 소비지시장 → 소규모 소비자>라는 4개의 유통경로와 2개의 도매유통기능 형태가 일반적이다. 유사도매시장(위탁상)의 시장 점유율이 농산물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사회적으로 각종 폐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공영도매시장의 건설을 통해 영세한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농산물 수급을 도모하기 위해 1985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개장했다. 특징적인 내용으로는 상인의 마케팅파워에 의해 영세한 산지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민간법인은 수탁을 통해 수수료 수입만을 목적으로 하는 수수료상인으로 제한했다. 또한 수집과 분산기능을 인위적으로 분리시켜 법인과 중도매인간의 경쟁과 협력관계를 통한 상인의 이해관계 관철 행위가 자연스럽게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해관계를 도모할 수밖에 없게끔 도매시장 내 거래 시스템을 정비해 나갔다. 민간법인에게는 산지의 생산물을 대행 판매하도록 하는 공익적 기능만을 부여해 산지에 대한 수요독점 현상을 폐지시켜 나갔다. 이 시기의 주요 성과로는 유사도매시장(위탁상)의 존치에도 불구하고, 공영도매시장의 시장 경유율이 50% 이상을 상회할 정도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관행이 정착돼 왔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시기는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현재까지 대형유통자본이 먹거리 시장 전체의 중심이 돼 온 시기이다. 대형유통업체 중심의 유통체계는 크게 <영세한 소규모 생산자 → 도매시장(수집과 분산기능을 분리) → 대규모 유통업체 중심의 소비지시장 → 소규모 소비자>라는 4개의 유통경로와 2개의 도매유통기능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1996년 유통시장 개방과 더불어 국내외 대형유통자본의 등장과 확산 및 대자본에 의한 먹거리 시장의 잠식은 도매시장에 대해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거래조건(4定 : 定品, 定量, 定價, 定時)이 일반화되고 있고, 산지와 도매시장 모두 생산과 유통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어 나갔다. 이는 도매시장이 소비지시장에서의 지배적 주도권을 상실하게 돼 판매유통환경이 매우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이윤구조 창출이 한계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조직화되지 못한 영세 생산자들의 개별 출하 형태와 이에 따른 도매시장 내 현대적 수집 기능의 미비, 규모화 되지 못한 대부분의 소규모 영세 중도매인의 시장 대응력 상실, 소비지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거래시스템 도입여건의 부재 등으로 나타나면서 <도매시장의 위기 현상>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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