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

세종시민 약 10명 중 9명은 친환경농산물 가격이 일반농산물보다 20% 정도 비싸더라도 구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세종시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친환경농업연구회가 도담동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연 ‘친환경농산물 홍보전’을 찾은 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소비자 대다수는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이 약간 더 비싸더라도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일간지 ‘USA 투데이’의 지난 7월 27일자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친환경(유기농) 식품 판매량은 43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8.4% 늘어난 결과다. 미국의 전체 식품 시장의 지난해 성장률이 0.6%에 그친 것에 비하면 시기를 받을 만한 성장이다.

소비자는 왜 일반농산물보다 가격이 비싼 친환경농산물에 열광할까? 환경 보전을 위해서? 친환경 유기 농산물 구입이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환경 보전이 친환경 농산물 구입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난해 미국ㆍ영국ㆍ호주 소비자 301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 가량은 ‘환경에 대한 관심’, 25%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 관련 이유’로 친환경 농산물을 고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농산물이 건강에 유익할 것 같아 구입하는 것은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학균 박사팀의 조사 결과(수도권 거주 기혼여성 526명 대상)를 보면 ‘안전성과 가족건강’(59.9%), ‘영양가가 높을 것 같아서’(10.5%)가 친환경 농산물의 구입 동기였다.

최근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흥미로운 연구를 마쳤다. 연구팀은 하루 세 끼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14명의 지원자에게 2주간 제공했다. 친환경 농산물이 건강, 특히 장(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 2주간 친환경 농산물만 섭취하게 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산물 섭취 후 장 건강에 이로운 세균은 늘고 해로운 세균은 줄었다. 만약 친환경 농산물이 환경도 보호하면서 건강, 특히 장 건강까지 챙겨준다면 비싼 값은 톡톡히 하는 셈이다. 친환경농산물과 건강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앞으로 더 많이 수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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