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원헬스(One Health)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용어는 2003년 4월에 워싱턴포스트지의 에볼라출혈열 기사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1960년대에 수의역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캘빈 슈바베라는 수의학자가 하나의 의학(One Medicine) 운동을 주창함으로써 원헬스 개념의 실질적 개척자로 생각되고 있다. 2007년에 와서 미국 수의사협회장과 의사협회장이 회동해 의학과 수의학의 통합적 영역(One Medicine)을 논의, 2009년에 미국 과학아카데미 의학연구소에서 원헬스 대표자 회담을 개최하면서 의학과 수의학의 교육이나 연구, 임상 진료 분야에서 정식 과목으로 편성함으로써 본격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원헬스는 조류인플루엔자, 에볼라,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사람과 동물과 환경생태계를 질병면에서 한 축으로 긴밀하게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근래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연합해 주요 전염병과 항생제 내성 문제의 공동대응을 추진함으로써 원헬스 차원에서 세계는 하나(One World, One Health)라는 개념이 정착됐다. 여러 현안 중 고병원성 AI, 광견병 및 항생제 내성 문제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선정돼 있다.

OIE에 따르면, 사람의 전염병 중 약 60%가 인수공통전염병이며, 에볼라, 에이즈 등 신종 질병의 75%가 동물에서 유래된 것이다. 생물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병원체의 80%도 인수공통전염병이다. 1997년 이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나 2014년에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에볼라출혈열, 2015년 우리나라의 방역관리 허점을 세계에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메르스 사태 등 계속 닥쳐오는 교훈은 인류와 축산업의 미래가 이런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구촌에서는 개간을 위해 매년 약 1300만 ha의 삼림이 지구상에서 소멸되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우리나라 면적(약 1000만 ha)만큼의 삼림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환경생태계가 파괴되면, 밀림에서 서식하던 박쥐나 유인원, 그 외의 야생동물이 보금자리를 잃고 떠돌게 된다. 그 와중에 먹이를 찾아서 민가 쪽으로 몰려오게 되면 인류의 입장에서는 전혀 접촉해 본 적이 없는, 야생동물의 새로운 병원체에 감염될 수 있는 두려운 경로가 생긴다. 신종질병 발생 위험의 신호탄이다. 또한 원시부족의 야생동물 고기 사냥도 잠재적 위험요인이며, 밀림 탐사활동이나 이와 유사한 사회적 프로그램의 증가도 신종질병 발생의 위험요소다. 이렇듯, 신종질병은 대부분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됐고 이를 원점에서 제대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동물과 환경생태에 있는 위험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만 한다. 오리사육과 관련된 산업생태계를 바꾸지 않는 한 거듭되는 AI 피해를 막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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