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일 비중 매년 증가…국내 과수산업 입지 좁아져
생산-소비대책·시장교섭력 확보 '시급'

[글 싣는 순서]
(上) 과수산업 현주소와 의무자조금 필요성
(下) 과수의무자조금 현황과 과제는


다자간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시장개방 가속화와 과일 수입국의 다변화로 국산 과일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수산업은 재배시설 고도화로 생산량 증가하는 반면 소비자 기호 변화와 가격 급등락 심화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과수산업이 체질을 개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의무자조금’이 부상하고 있다. 소비자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키 위해서는 의무자조금 제도를 정착시켜 정부와 농가·생산자단체가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과수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의무자조금 현황과 과제 등을 2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주]

#수입과일 공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과일 생산액은 2015년 기준 3조7000억원으로 농업 생산액(44조5000억원)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사과 생산액이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감귤 18%, 포도 11%, 복숭아 8%, 단감 7%, 배 5% 등의 순이다. 과일 재배면적도 2000년대 초반에 감소하다 중반부터 증가세로 전환돼 2006년 14만7000ha에서 2015년 15만4000ha로 늘어나 경지면적 대비 과일 재배면적의 비중은 2006년 8%에서 2015년 9%로 확대됐다.

문제는 과일 공급량에서 수입과일 비중이 매년 증가, 국내 과수산업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일(신선) 전체 공급량은 2000년 275만톤에서 2015년 341만톤으로 24% 증가한 가운데 수입과일의 비중은 2000년 12%에서 2015년 21%로 확대된 반면 국내 과일 비중은 같은 기간 88%에서 78%로 감소했다.

또한 FTA 체결로 2000년대 들어 과일 수입이 다양화되고 수입국도 다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과일 수입량은 2000년 32만톤에서 지난해 75만톤으로 134%나 늘었다. 과일 수입도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아열대지역 재배 감귤류(오렌지)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체리, 블루베리, 석류 등 온대과일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과 칠레에서만 수입하던 포도는 페루와 호주까지 수입선이 확대됐고 키위도 칠레와 미국에서 이탈리아까지 수입국이 늘어났다. 태국과 필리핀에서 주로 수입되던 망고도 한·베트남 FTA 발효 이후 베트남산도 수입되고 있다. 체리도 미국산 체리에서 칠레산 체리까지 다변화되고 있다.

#의무자조금으로 위기 돌파

국내 과수농가가 이 같은 수입과일의 공세를 돌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의무자조금 제도가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방위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기 위해서는 의무자조금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농가·생산자단체가 품목별 전국 조직화를 통해 시장교섭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국제무역 규정상 관세에 의한 보호무역이나 정부보조금은 한계에 직면, 정부 주도로 농업보조금 위주의 개별농가 지원책 등은 지속되기 어려워서다.

더구나 정부는 과수 등 원예농산물 자조금을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하도록 2014년에 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4년도에 발표한 자조금제도 개편계획에 따라 올해를 마지막으로 임의자조금에 대한 지원은 중단할 계획이다.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내년부터 정부 보조금 지원이 중단될 예정인 것이다.

의무자조금은 생산자가 스스로 소비촉진과 판로 확대, 수급 조절, 가격안정 등 품목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거출금을 조성하면 1대1 비율로 정부 지원을 매칭해 소비 촉진, 수급안정 분야 사업 등을 추진하는 정책이다. 또 품목 생산 농가가 의무적으로 자조금을 납부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의무거출금으로 조성된 의무자조금을 통해 소비 촉진 홍보사업, 교육 및 정보제공 사업, 수급안정 및 경쟁력제고 사업, 유통구조 개선사업, 수출활성화 사업, 조사·연구 사업 등을 수립해 실행할 수 있다.

국내 의무자조금의 대표적 사례로는 축산자조금이 꼽힌다. 한우는 자조금 1원당 평균 17.58원의 한우농가 소득을 증가시키고, 양돈은 1원당 59.56원의 추가수익을 올렸다는 분석결과가 나오는 등 자조금 사업을 통해 생산농가의 실익을 높였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양재석 농협경제지주 원예부 과수화훼팀 차장은 “과수 품목이 대내외적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의무자조금을 도입하고 그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며 “국내 과수 품목들이 의무자조금 도입을 통해 중장기적 발전을 도모하고 생산·판매 기반을 확충과 수출 활성화 등으로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우수사례-뉴질랜드 제스프리]

뉴질랜드는 키위 하나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제스프리’는 1997년에 설립돼 2015년 기준 3700여 농가(뉴질랜드 2500, 해외 1200)가 조합원이다. 매출액은 1조5000억원대이며 뉴질랜드 키위 수출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뉴질랜드 키위 산업은 1970~1980년대 성장해오다 1990년대 위기를 겪었으나 2000년대 자조금위원회(마케팅보드) 주도로 이를 극복했다. 1999년 키위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 키위후르츠마케팅보드(이하 마케팅보드) 소속 판매회사인 제스프리에 독점 수출권한을 부여했다. 마케팅보드가 계획을 수립하고 전체 농가의 75%가 동의해 농림부에 단일 수출조직 지정을 요청, 이후 농림부가 승인과 함께 명령을 시행한 것이다.

마케팅보드는 자조금 위원회 역할도 맡았는데 생산부터 수출까지 통합마케팅 역할을 수행했다. 자조금을 통해 키위농가가 자립했고 정부가 법과 제도로 뒷받침한 것이다. 특히 제스프리는 연간 마케팅 비용에 1500억원, 연구개발에 정부 간접지원 100억원을 포함한 220억원을 투입해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이끌고 재배지역을 북반구로 확대해 연중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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