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8일 한·미 FTA 타당성 조사 등에 대한 국회보고를 마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내년 초 1차 협상을 시작해 약 한 달 간격으로 후속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압력을 노골적으로 시사해 이번 협상을 바라보는 농축산업계 입장에서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산자부는 한·미 FTA 재협상에서 농업분야를 적극 보호하겠다는 입장이 강경해 농축산업계의 우려가 기우일 수 있다. 김현종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국회보고에서 “농업 분야는 이미 많은 부분이 개방돼 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며 “만약에 농산물을 건드리면 우리도 미국 측에 민감한 이슈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농산물을 이 시점에서 건드린다는 것은 미국이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농축산분야의 경우 이미 대미무역적자가 과도하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대미 수출실적은 7억2000만달러에 그친데 반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무려 74억450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농축산물 차이가 열배에 달하고, 대미 무역적자 만큼 국내 농축산업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농업의 희생을 강요할 수sms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약속이 한·미 FTA 협상 과정 내내 지켜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2014년 한·미 FTA 협정체결을 앞두고 농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잇따르자 정부와 재계는 한·미 FTA로 인해 발생할 피해를 보전해 줄 것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피해보전을 위한 농어촌상생기금 모금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법상 국내 절차의 하나인 공청회 개최가 요식행위로 끝난 것도 미덥지 못한 부분이다.

한·미 FTA 재협상에서 농업인들이 정부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농축산물 등 민감한 시장을 적극 보호하겠다는 원칙론적 답변을 넘어 이익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피력해야 한다. 농축산물 대미 무역적자가 열 배에 달하는 등 이미 이익균형의 원칙이 무너진 점을 감안해 한미 FTA 재협상에서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농업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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