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창희 충남대 교수

기원전 400년경 고대 그리스의 페리클레스 시대 의사이며, 의학사에서 의사의 아버지라 부르는 히포크라테스는 완전식품으로써 우유를 인식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을 구한 윈스턴 처칠도 나라를 튼튼히 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마시게 하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어렸을 적 집에서 유산양을 서너마리 키웠다. 1960년대에 유산양은 시골에서 흔한 가축은 아니었다. 마침 뒷집에 젖먹이 아이가 미음으로 엄마 젖을 대신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건강은 좋지 않았던 같다. 아버지는 산양유를 뒷집에 보내 아이가 먹게 했다. 아이는 또래의 어느 아이보다 토실토실하게 무럭무럭 자랐다. 그 집에서 아이의 이름까지 개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양순이라 바꿔 불렀다.

우유의 영양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완전한 식품으로서의 위치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로부터 한참 활동량이 많은 청장년, 그리고 노년층까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들이 포함돼 있다. 성장기에 필요한 지방, 단백질을 포함해 노년기의 비타민 칼슘 등은 건강을 위해서 대표적인 필수 영양소다.

사람들의 영양소에 대한 기호도 세월에 따라 많이 바뀌기도 한다. 1890년대 초 미국에서는 유가공산업의 발달로 우유의 크림에 대한 요구량이 많아지자 위스컨신 주립대학의 밥 콕 교수는 ‘밥콕 테스트’라 하는 유지방함량 측정법을 개발했다. 그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젖소의 개량과 유대산정에서 유지방 함량은 산유량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인류의 식생활이 개선돼 유지방 외에 많은 영양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유단백질, 불포화지방산 등 다른 많은 영양소도 측정하고 있다. 특히 많은 국가들이 치즈와 관련된 유제품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유대산정체계에 단백질량도 가격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치즈 생산과 소비는 낙농 선진국과는 차이가 많다. 그나마 대부분은 수입해 소비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14만톤 중 겨우 3만톤만 정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의 국민의 영양적 가치를 고려해 소비자 단체와 낙농진흥회를 중심으로 유단백질을 가격 산정요소로 포함시킬 것을 공론화했다. 유대산정체계 연구단계에서는 적절한 단백질의 가치를 반영하고, 낙농인들이 유단백질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사양방법, 유단백질을 높이기 위한 개량방법 등 시작은 창대했다. 단백질 요소를 포함하는 유대체계의 시행과정에 공청회 등을 통한 여러 이익 집단의 의견을 반영해 현재의 유대산정 체계가 만들어졌다. 국민들은 유단백질의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고 우유를 소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중에는 국민들을 착가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이 있다. 부동산 특별 대책, 지하경제 양성화, 세금행정의 투명성 대책, 첨단 신무기 개발 등 이러한 정책이 나올 때 국민들은 ‘앞으로 우리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되겠지’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착각이란 걸 깨닫는다. 2010년 단백질이 포함되기 이전 유대체계 보다 2014년 단백질이 포함된 신유대체계에서 단백질의 생산량과 농가의 순수익과 관계에서 상관이 더 낮아졌다. 수치적으로 0.11에서 0.07로 그리고 젖소의 유전적 상관에서는 0.82에서 0.77로 낮아졌다. 복잡하게 만든 유대체계 산정식이 국민과 농민을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지금의 유대체계로는 유단백질의 생산량이 증대되는 젖소의 개량이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