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올 한해는 조기대선에 따른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농정 방향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과거 정권에서 풀어내지 못한 농업계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전면적인 개편의지를 표명한 상황이어서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느냐에 대한 범농업계의 시선이 모아졌다. 내년도 헌법 개정과정에 농업·농촌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범국민적인 서명운동이 이어졌으며, 끝없는 하락세를 이어가던 산지 쌀값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등으로 15만원대를 회복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이어졌다.

하지만 자연재해에 따른 농산물 수급문제는 농식품분야 단골 문제로 올해에도 회자됐으며 만성적인 AI(조류인플루엔자), 살충제 계란 논란, 무허가 축사 관련 문제 등은 농축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찌푸리게 하는 악재로 등단하기도 했다.

본지가 선정한 ‘2017년 농림축수산분야 10대 뉴스’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를 뒤돌아 봤다. <편집자 주>

1) 새정부 문재인 농정 출범

▲ 사상 첫 대통령 탄핵사태로 문재인 대통령이 조기 대선에 당선, 문재인 정부의 농정이 본격 시작됐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사태로 앞당겨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문재인 농정이 본격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농정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와 직불제 중심 농정으로의 전환,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등을 통해 국가 농정의 기본틀부터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한 쌀값 문제 해법으로 쌀 목표 가격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하는 것과 강력한 쌀 생산조정제 시행, 농업재해보험 지원 강화 및 농어업산재보험제 시행, 공공급식 확대, 축산진흥정책과 수의방역업무 엄격 분리, 40세 미만 농민 직불제, 농어촌형 마을택시 전국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마련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핵심전략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 조성 △농어업인의 소득안정망의 촘촘한 확충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 기반 조성 등 3대 농정과제를 담았다.

 

2) 농업·농촌 가치 헌법 반영

농업·농촌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명시하고 국가 지원의무에 대한 철학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농업계를 넘어 국민적 관심사안으로 떠올랐다.

최근의 헌법 개정 논의는 현행 헌법이 오랜 기간 시대 변화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시작됐으며 각 산업분야별로 활발하게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농업분야 역시 이러한 시대상을 헌법에 반영,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대내외적인 변수에 대응하고 미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초석을 다지자는 논리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농업분야 헌법 개정 논의의 골자는 헌법에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명문화, 시대상황을 반영한 국가 농업정책의 목표와 과제를 명확히 제시하자는 데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 농협이 농업가치 헌법 반영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을 지난달 1일 추진해 불과 30일만에 그 목표치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3) 청탁금지법 개정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1월 전원위원회에서 가결, 지난 13일 입법예고 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을 기존 ‘3만원·5만원·10만원’에서 ‘3만원·5만원(농축수산물 선물비 10만원)·5만원(화환은 10만원)으로 재설정됐다.

선물비의 경우 상한액을 5만원으로 유지하되 농수산물 및 농수산물이 원재료의 50%를 초과한 가공품에 한해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했다. 경조사비는 기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하되 화환은 1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농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농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농축수산물이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제외되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농축수산물에 청탁금지법의 법적 예외를 두거나 허용가액 범위 조정 등을 담은 법률이 다수 발의돼 계류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4) 쌀값 회복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9월 올해 가장 중요한 농정발전 개혁과제로 쌀값 회복을 꼽고 수확기 수급안정을 위해 신곡수요 초과 물량 이상 시장격리와 재고관리 대책 등 선제적 수급안정 대책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농협에서도 벼 매입자금 1조9000억원 지원, 농가 출하 희망물량 전량 매입, 고령농가 노동력 절감을 위한 산물벼 매입확대, 산지농협 보관·저장능력 향상 등의 쌀 수확기 대책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예년보다 발 빠르게 공공비축미 35만톤과 시장격리 물량 37만톤 등 72만톤을 매입한다고 발표하고 매입물량도 지난해보다 3만톤이나 늘리면서 쌀 가격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또한 신곡의 시장공급량이 예상보다 감소하면서 산지 쌀값은 80㎏ 기준 15만원 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13만1837원 선에 거래됐던 점을 고려하면 14.5%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쌀 생산과잉으로 산지 쌀값이 20여년 전 수준으로 떨어져 농업인들의 근심을 키운 점을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5) 자연재해

▲ 올해는 가뭄, 폭우, 우박, 지진 등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농가들은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

올해는 가뭄에 이은 폭우, 우박, 지진,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가 극심했던 해이다. 봄철 지속된 가뭄으로 양파와 마늘 등은 일조량 증가로 단수가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생육이 늦어졌으며 품위까지 하락했다. 일부 포장에서는 노균병까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모내기를 한 논이 쩍쩍 갈라져 어린 모들이 논바닥 틈새에 걸쳐있고 심한 곳은 농업용수를 가둬놓는 저수지 밑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지난 5월에는 강원도 강릉·삼척과 경북 상주지역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7개도 25개 시군에 국지적으로 우박이 떨어져 농작물 피해면적이 8031ha에 달했다. 이에 따라 사과, 고추, 매실, 수박 등은 품위가 크게 하락했다. 고랭지배추 재배지역의 경우 지속된 가뭄 이후 내린 폭우, 폭염 등으로 포전의 배추가 60% 이상 녹아 큰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충청, 경북지역에도 최고 300mm의 집중호우로 오이, 애호박,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시설하우스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1월 15일에는 포항지역에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6) 고병원성 AI 재발과 방역정책국 신설

올해는 전례없는 심각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축산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올 들어 지난 4월 4일까지 140일간 지속된 고병원성 AI는 37개 시·군에서 닭 27건, 오리 22건, 기타 3건 등 52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살처분된 마릿수만 946호, 3787만마리에 달했으며, 특히 H5N6형 바이러스와 H5N8형 바이러스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살처분보상금 2291억원을 비롯해 생계소득안정, 입식융자, 수매 등을 합쳐 3084억원(추정)이란 엄청난 돈이 소요됐다. 이에 정부는 내년 3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AI의 발생 방지를 위해 ‘심각’ 단계에 준한 선제적 특별방역조치를 추진했고 특히 국가방역체계 강화를 위해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을 지난 8월 8일 신설, 동절기 집중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7)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만료 목전

무허가축사 적법화 완료기한이 내년 3월로 다가왔다. 2014년 가축분뇨법 개정에 따라 분뇨처리시설이 미비하거나 건축법 위반 등 무허가 축사에 해당되는 농가는 내년 3월 24일까지 적법화 공사를 완료해야 하고 미이행시 가축분뇨법에 의해 축사 폐쇄조치가 이뤄진다. 올해 9월 기준 전체 무허가축사 보유 농가 중 적법화를 완료한 농가는 12%에 불과해 축산농가 수천호가 범법자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지난 20일 여의도에서 전국 축산인 1만여명이 운집,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연장과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총 궐기대회를 여는 등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축산업 존폐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전국의 축산농가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간의 유예와 함께 복잡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한시적 비용 경감 조치 등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축산업의 생산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 살충제 계란 파동

지난 7월 유럽지역에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유통돼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8월 국내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오염 계란이 검출, 소비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월 14일 경기도 산란계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산란계를 사육하는 모든 상업 농장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 곳곳의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피프로닐을 비롯해 비펜트린, 플루페녹수 등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면서 사태는 더욱 확산됐다. 특히 살충제 계란이 정부의 친환경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서 집중적으로 검출되면서 친환경인증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계란 소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론이고, 종계·육계업계까지 영향을 미쳐 종계 병아리와 닭고기 가격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이를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의무화하는 축산물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산란계농가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9) 바닷모래채취 논란

▲ 수산업계에선 바닷모래채취단지의 채취기간 연장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올해는 바닷모래채취 문제를 둘러싸고 어업인의 반발이 거셌다.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바닷모래채취단지의 채취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시작된 바닷모래채취 논란은 어업인들의 강한 반발로 중단됐다.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남해 및 서해 배타적경제수역 모래채취 중단촉구 결의안’을 의결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바닷모래채취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골재채취법 개정안을 발의키도 했다. 또한 전남대가 실시한 바닷모래채취에 따른 어업피해조사 연구용역의 결과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닷모래채취에 따른 어업피해가 입증됐다. 어업인들이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를 중심으로 바닷모래채취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무조정실은 전체 골재공급량에서 1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바닷모래를 5% 수준까지 감축한다는 내용의 중장기 골재수급 로드맵을 발표했다.

 

10) 한·미 FTA 재협상

▲ 한·미 FTA에 대해 농축산업계는 폐기를 주장했지만, 결국 재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내년까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지난 18일 국회 보고를 거치며 국내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농업계는 일관되게 ‘한·미 FTA 폐기’를 부르짖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농축산물에 대한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전하며 재협상에 돌입할 것을 밝혔다.

한·미 FTA 폐기를 주창하고 있는 농업계는 이번 재협상 추진에 대해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재협상”이라고 비판하며 “정부가 농업인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업계는 서울 여의도공원, 국회, 정부 세종청사 등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통해 ‘재협상이 아닌 폐기’를 부르짖으며 이러한 입장을 수차례나 강도 높게 성토했다. 이어 공청회를 무산시키는 등 강경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협상을 위한 모든 국내 절차를 마쳤다고 발표해 내년에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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