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협중앙회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 헌법 반영 1000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했으며 지난달 헌법 개헌 시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과 식량안보를 반영하고 농업조항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농업이 국가의 근간이자 중요한 산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선진국에서 농업에 대한 헌법을 제정했거나 헌법에는 정확한 조항이 없지만 입법에 대한 권리 공유와 별도의 조항을 농업관련 조항으로 해석하고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이 농업의 가치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스위스-농업의 가치를 헌법으로 규정
직접지불금 조건까지도 법으로 명시

스위스의 연방헌법 제104조 제1항에서는 국민에 대한 연방정부의 기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식량공급, 천연자원보존, 농촌경관유지, 인구분산 등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이용계획에 의해 인구분산정책을 추구하지만 스위스는 농업·농촌을 통해 인구분산을 도모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제104조 제2항에서는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른 농업의 자생력에 더해 농업이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필요한 경우 사회적 시장경제체계 반영을 선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3항은 1990년 초 제정의 필요성을 인식했으나 참여주체들의 이해관계로 부결되다가 국민제안을 한 생태학자, 소비자, 법학자, 영세농가 등의 이해관계 절충을 정부가 주도함으로써 1996년 제정됐다.

스위스의 연방헌법에는 직접지불금을 명시하고 그 조건까지도 명문화했다. 자세한 내용은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친환경농산물 생산에 추가지원을 한다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도록(생산이력제 등을 통해) 생산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비료 등 피해로부터의 환경보호 △농업·농민을 세부적으로 관찰하며 교육을 하고 투자지원을 한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현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연방헌법 제 104조 제3항 a~e호는 농업에 대한 과잉보호 정책과 높은 보조금 제도를 갖추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정책에서 기인한 부작용(과잉생산, 높은 농산물 가격· 약탈농업에 의한 생태파괴 등)에 반발해 보다 자연친화적이면서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원하던 데서 기인하고 있다.

연방헌법 제104조 제3항 f호의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비경작자 불허가 및 매입자 우선순위 등을 포함한 농지거래 허가제를 통해 경작자(가족농)의 농지 소유를 확보하고, 임대인 자손의 우선임차권, 임차인 영농의무 및 임대인 유지보수의무, 관할청의 임차료 관리를 통해 농지임대차를 규율(농지임차법)하고 있다.

또한 재원확보에 관해 구체적으로 농언분야·일반연방기금으로 해 전통기금을 조성함으로써 재원화보가 구체적인 것이 특징이다.


#독일-농업·농촌 관련사항 연방회의·주회의 입법권리 공유
세계최초 헌법 개정…장기적 식량안보 보장

독일의 헌법에 해당하는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에는 농업·농촌에 관한 사항을 직접 규정하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농업·농촌에 관련된 사항은 연방의회와 주의회가 입법에 대한 권리를 공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토지와 자연자원 등의 소유권 이전 ▲식량공급 및 농산물과 임산물의 적절한 수출입을 보장하기 위한 농업생산 장려 ▲농업법(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내용 제외) ▲동물 질병 ▲식품과 그 생산에 소요된 동물에 관한 법, 알코올, 담배, 주요 농산물과 사료에 관한 법, 농산물과 임산물의 씨앗과 묘목 유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동식물 병해충 방지에 관한 법 ▲사냥 ▲자연보호와 경관관리 ▲토지배분 ▲지역계획 ▲수자원 관리 등이다.

연방헌법 제104조 a는 지난해 9월 24일 신설된 세계최초로 식량안보에 관한 헌법규정이다. 스위스 헌법은 투표 총수의 절반과 국내 23지구 중 절반의 지지를 얻어야 개정되는데 79%의 지지와 모든 지구의 찬성다수를 얻어 수정헌법이 확정됐다.

생산부터 가공, 마케팅을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농업·식품공급 과정 전체를 아우르고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및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수출입까지 어울러서 통합헌법 규정을 제정함으로써 장기적인 식량안보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농지를 중심으로 한 국내 농업의 기반시설 확보 ▲적지적산과 높은 자원 효율성 ▲시장 중시형 농업과 식품산업 ▲지속 가능한 농업에 도움이 되는 무역의 실현 ▲자원 낭비의 회피 등을 담고 있다.

독일은 토지거래법에 의해 농지의 안전한 상태 유지, 세분화방지, 안정적인 가격유지를 위해 농지거래는 농업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농업청은 양도로 인해 농지가 독자적인 농업경영능력을 상실한 정도 또는 1ha 미만으로 돼 비경제적인 소규모로 되는 경우 등 그 대가가 부동산의 가격에 비해 현저히 불균형한 경우는 불허하고 있다.

독일의 특이한 사항은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불허하지는 않지만 비농업인과 같은 조건으로 농지를 매입을 희망하는 농업인에게는 농지선매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농장제를 근간으로 하는 독일의 농지임대차는 독일민법 제585조~제597조에 걸쳐 방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2년을 넘는 기간으로 체결된 농지임대차계약이 서면에 의하지 않은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본다.(독일민법 제585조의a) 또한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경제적 생활기초가 농장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는데 농장의 경우는 18년, 농지임대차의 경우 12년간 행시할 수 있다.(독일민법 제595조 제1항 및 제3항 3호)
 

#일본-재산권·차별금지조항 농업관련 조항으로 해석
비농업인 농지소유 규제·농업진입 농지법서 규정

일본헌법에는 농업·농촌관련 직접적인 조문은 없고 재산권(제29조)·차별금지조항(제14조)을 농업관련 조항으로 해석하고 논의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농지소유와 규제, 비농업인의 농업 진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법률유보로써 농지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된다고 해석한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포함한 농업정책에 관해서는 식료·농업·농촌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일본 농지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지매매허가제를 실시해 비농가의 농지소유를 규제하고 있다. 농지취득은 시·정·촌 농업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요건 중에 농지취득자의 거주지와 농지소재지간의 거리 등을 감안해 농지의 효율적 경영이 가능한 경우에 농지취득을 허가한다.

또한 식료 기본법을 통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 정책지원을 확충했다. 식료기본법에 의해 직불제를 도입하고 최근 포괄적인 직불제로 확대했다. 직불금이 농식품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6%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의 공익적 기능창출, 국가 전체의 후생(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상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후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농협 사업의 근간인 농업농촌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사업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사동천 홍익대 교수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부터 설득할 수 있는 논거와 필요성을 마련하고 무엇보다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농어업인과 농업인단체, 학계,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여 농업이 국민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산업임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농촌은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와 쉼터를 제공하고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보전하는 등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며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 개헌특위 자문위원단이 농업계와 국회 간 가교 역할을 해 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