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식량공급' 본래 기능 뛰어넘어
환경·경관보전·지역사회 유지로 확장
휴식·자녀교육 역할 '주목'…공익적기능 인정 공감대 확산
농업 공익적가치 年 160조원이상
식량안보·균형적 경

최근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범주를 안정적인 식량공급이라는 본원적 기능 차원을 넘어 경관보전, 환경보전, 수자원 확보 및 홍수방지,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으로 확장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식품 안전, 깨끗한 환경, 쾌적한 휴식공간 제공 등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농업·농촌은 식량생산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식량안보, 경관보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 국제사회서 촉발된 ‘공익적 가치’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다원적 기능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혜택을 의미한다. 이같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개념은 1980년대 후반 WTO(세계무역기구) 무역 협정 진전 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엔 ‘다원적 기능’이 아닌 ‘비교역적 기능’이라는 개념을 사용했고, 1992년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에서 다원적 기능 개념이 최초로 등장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이후 1998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농업부문이 본원 기능에 더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인정했고, 2007년 FAO(식량농업기구)에서는 농업의 환경·사회·경제적 기능이 조명되는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주요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해 가장 종합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는 OECD 농업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OECD의 경우 1998년 3월 농업각료회의에서 농업이 수행하는 농업생산 이외의 다양한 추가적인 공익기능을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고 공식 명명하고, 이후 다원적 기능의 성격과 정책적 함의에 관한 분석을 실행하는 등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종합적이고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해 왔다.

또한 UN 식량농업기구에서의 논의는 1995년 캐나다 퀘벡에서 개최된 UN FAO 창설 50주년 기념 농업각료회의에서 채택된 퀘벡선언문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란 표현이 포함된 후 촉발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농업과 농촌이 갖고 있는 공익적 기능과 가치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돼 왔다. EU, 스위스, 노르웨이, 일본 등 선진국들과 같이 이를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선진국과 같이 이를 법률에 포함시키는 과정은 더딘 상황이다.

#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인식 ‘확산’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농업·농촌에 대한 2016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도시민의 농업·농촌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살펴본 결과 ‘안전한 식품의 안정적인 공급(34%)’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는 ‘자연환경 보전(25.8%)’, ‘국토의 균형발전(16.8%)’, ‘전통문화의 계승(10.1%)’, ‘전원생활 공간제공(7.8%)’, ‘관광 및 휴식장소 제공(5.3%)’의 순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민들이 앞으로 농업·농촌이 수행하길 원하는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응답 결과를 보면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2008년 50.1%, 2010년 42%, 2012년 21.7%, 2014년 25.9%, 2016년 16.5% 등으로 나타나 대체적으로 낮아지는 반면 ‘전통문화의 계승’, ‘전원생활의 공간’, ‘관광 및 휴식의 장소’ 등의 역할을 기대하는 응답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농업·농촌의 사회 문화적, 다원적 기능 또는 공익적 가치에 대해 도시민 10명 가운데 6명이 ‘가치가 많다(62%)’고 응답해 대다수의 도시민들이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인정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점차 확산돼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농업·농촌이 말하는 공익적 가치 범주는

△ 식량안보=국민들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능, 유사시 국민생존과 직결된다.
△ 경관보전=농촌은 아름다움과 아늑함을 제공한다. 사계절 풍경, 농촌의 푸르름, 황금물결을 이루는 논 등 농촌 특유의 전원풍경은 어메니티(Amenity) 자원이다.
△ 환경보전=농업은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탄산가스를 줄이고, 산소를 방출한다. 또한 폐수는 농지에서 농업용수로 이용해 정화되는 대기 및 수질정화의 기능이 있다. 더불어 경사지에 토양 보전작물을 재배함으로써 토양유실을 경감하고, 생물 다양성의 보존과 균형있는 생태계를 유지시킨다.
△ 수자원 확보 및 홍수방지=논은 장마철 집중호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댐과 같은 기능을 수행함은 물론 홍수를 방지하고, 고여 있던 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중요한 지하수원이 된다.
△ 지역사회 유지=농업은 농촌에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도농간 균형발전에 기여한다. 또 거주자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도시민에게는 휴식처를 제공한다.
△ 환경보전=농업생산에 의해 농촌이 유지되므로 우리의 전통문화 및 향토문화가 보전될 수 있다. 만약 농촌이 사라진다면 전통문화 계승과 보전이 어려워진다.

# 농촌으로 모이는 ‘도시민’

농촌으로 떠나는 도시민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농촌관광을 통한 비용이 1인당 15만원 가량이 신규로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이 서울 및 6대 광역시 도시민 3000명을 대상으로 ‘2016 도시민 농촌관광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6년 한해 동안 약 459만명의 도시민이 농촌관광을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한해 동안 농촌관광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4.4%로 2014년 14.7%에 비해 9.7%포인트 늘었고, 2006년을 기준으로 15.9%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2016년 약 459만명이 농촌관광을 떠난 것으로 산출됐다.

농촌을 관광지로 선택한 횟수는 1회(79.9%)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2회는 13.4%, 3회 이상도 6.7%나 차지해 평균 약 1.3회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시민들은 농촌관광으로 1인당 평균 15만2991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식사 등 먹거리 비용이 6만1758원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교통비 4만5073원, 슉박비 3만841원, 농·특산물 구입비 1만1089원, 체험비 4230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농촌관광을 위해 도시민들이 연간 평균 지출하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7022억2869만원이 된다. 즉 농촌관광을 통해 새로운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촌으로 관광을 떠나는 이유로는 주로 일상탈출 및 휴식(51.9%)을 위해서였으며, 자녀교육 및 가족화합(15.1%), 유대관계 증진 및 위락(12.7%), 농촌 자연경관감상(10%) 등이 비슷한 비율을 차지했다.

농촌관광의 만족도도 매년 높아져 향후 관광산업을 통한 수익창출도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농촌관광 종합 만족도는 2016년 78.3점으로 2014년 76.1점 대비 2.2점 상승했고, 농촌관광의 매력으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자연경관을 꼽았다. 다만 화장실이나 휴식시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이 가장 불편했던 사항으로 지목됐다.

손호기 농진청 농업연구사는 “농촌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특히 농촌의 소득원확대 지원 기반마련과 농업의 공익적·경제적 가치를 확산키 위해선 이같은 명확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결국 젊은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환경보전, 경관·문화, 식량안보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80조~160조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 환경보전 146조6000억원 가치

농경연에 따르면 환경보전의 공익적 가치를 환산하면 146조6000억원에 달하고 경관·문화는 16조1000억원, 식량안보는 2조1000억원, 농촌활력제공은 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혜택을 다원적 기능의 이익 내지는 혜택으로 볼 때 친환경농업 환경보전적 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발행하는 2014년 연구논문에 따르면 농업의 기능은 식량공급 기능이외에도 식품안전, 환경보호와 같은 기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공익적 기능은 다원적 가치(multifuntionality)와도 일맥상통한다. 경기농업이 지닌 공익적 기능을 식량안보기능, 환경보전기능, 도시사회문제완화 기능, 균형적 경제발전기능 등으로 재구성해 비시장적 가치평가법(CVM)과 대체비용법(RCM)을 사용해 경제적 가치를 추정한 결과 경기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최소 약 4조4714억원에서 최대 약 5조132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수도권 거주자에게 가구당 최소 51만5518원에서 최대 59만1700원의 공익적 서비스를 주는 혜택과도 같다고 한다.

이와 함께 각 기능별 비중은 식량안보 기능이 8.8~11.3%, 환경보전기능이 73.0~80.1%, 도시사회문제의 완화기능이 6.2~9.1%, 균형적 경제 발전기능이 4.8~6.7% 등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용한 다원적 농업 프로그램 개발과 제공자수혜원칙을 적용한 관리계약제도와 직접지불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친환경농업 경제적 편익 커

이와 더불어 국가 전체의 친환경농업이 지닌 환경보전적 기능의 경제적 가치와 관련한 기존연구에서 실험선택법을 이용한 유기농업의 공익 기능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연간 약 1조9600억원으로 추정했고 토빗모형을 이용한 친환경농업의 환경개선효과를 연간 약 3조3000억원으로 계산했다.

농경연은 이런 가운데 환경보전적 기능의 경제적 가치를 파악함에 있어서 가상가치평가법을 이용해 지불의사금액을 산정한 결과 친환경농업의 환경보전 기능에서 항목별 지불의사액은 토양·물과 관련해서는 가구당 월 6154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물다양성 유지에는 5225원,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절약은 4965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항목별 지불의사금액을 이용한 친환경농업의 환경보전적 기능에 대한 경제적 편익은 3조5708억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2013년 기준 경지면적 171만1436ha가 모두 친환경농업으로 재배했다고 가정할 경우 친환경농업으로 ha당 209만원의 환경보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추정한 친환경농업의 환경보전 기능에 대한 경제적 편익은 국민들의 지불의향 가치여서 일반 국민들의 인식 전환과 친환경농업의 지원에 대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현재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기농업 실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경우 농업생태계 환경보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5년차 이상의 유기재배 농가에게 지속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 가치 공유 방안…기금마련·세금징수·기부금 순

농진청에 따르면 2012년 가치평가조사에서 전 영역에서 가치가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10%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농업·농촌의 가치 공유를 위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출연금과 보조금으로 기금을 마련한다’는 응답이 67.9%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세금으로 징수한다’가 16.9%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공익적 가치의 유전·보전을 원하는 국민의 기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답변한 경우는 11.7%에 불과했다.

이 연구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의 경제적 평가를 이항형 로지스틱 회귀모형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소비자들이 지불하고자 하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최소 6조3468억원에서 최대 9조3272억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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