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체질개선, 지역과 농업의 주체적 발전전략이 중요
축산 상당부분 빠르게 규모화…젊은 노동력 필요성 절실

초고령사회, 노후준비·사회보장제도 절대적으로 중요


농업·농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노인 빈곤문제, 농가 소득감소, 열악한 의료·복지수준, 일손부족 등의 문제를 야기시키며 이제는 농업·농촌의 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농업계 전문가들로부터 고령화시대에 우리 농업·농촌이 어떻게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할지를 들어봤다.

▲ 이종인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 이종인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축산경영학회장)

우리나라는 2017년에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경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는 특히 농촌에서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다. 그동안의 이농·이촌으로 농촌인구는 급격하게 감소됐다. 새로운 인구의 유입도 없고 신생아도 태어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농촌에는 이제 노인들만이 남아 있게 됐다. 이렇다 보니 농촌에서의 50~60대는 아직도 젊은이로 인식이 되고 있다.

농산물의 주 생산지인 농촌 인구가 빠르게 늙어간다는 것은 우리나라 농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히 축산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경종이나 원예 등 다른 농업과 달리 축산은 움직이는 동물을 다룬다. 그 것도 소나 돼지 등 덩치가 큰 동물을 다룬다. 고령화는 단적으로 노동력의 감소를 의미한다. 농촌 지역의 고령화는 바로 노동자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농촌에서 일손이 부족하게 되자 부족한 노동력은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됐다. 같은 사람도 젊었을 때보다 늙으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미 축산은 상당부분 규모화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농장 작업의 많은 부분이 기계화 또는 자동화로 바뀌었다. 앞으로 축산에서의 규모화는 더 빠르게 진행 될 것이다. 부족한 노동력에 대한 대처, 그리고 시장경쟁력 강화 등이 규모화를 빠르게 진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이 높은 젊은 노동력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현재 축산농가는 규모화와 축사의 현대화에 따른 자금난, 고령화와 농촌의 공동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농촌에서는 노동력이 부족한 반면 청년 실업문제는 우리의 또 다른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농업 노동력, 특히 축산에서의 노동력이 부족한 이유는 간단하다. 노동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규모화와 시설의 현대화를 위한 자금난 해소,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 젊은 노동력의 공급 방안 모색 등 정부와 축산농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 황영모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 황영모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농업·농촌의 활로모색을 위한 다양한 의견과 여러 방식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위기는 기회’이니 그 요인을 살려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로 지금의 낙후를 빨리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에 비춰볼 때, 활로모색을 위한 저마다의 대응은 현실적이지 않은 전략적 선택이거나, 현재의 어려움을 희석시키는 ‘희망고문’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역과 농업’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나갈 현실적 가능성은 매우 낮음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과 농업이 주도하지 못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과연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자본이 주도하는 시장의 가치사슬에 선승하기 위해 지역은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불합리한 단계별 가치사슬 체계의 구조에서 지역과 생산자는 지나친 경쟁과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다. 특히 인적·물적자원이 부족한 지역이 선택해 온 외부에 의존하는 개발방식의 결과는 무엇인지 되짚어야 한다. 외부의존 낙수효과가 지역과 농업에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키웠다. ‘지역과 농업’이 주도하는 로컬푸드 전략이 확대되고 있으나, 지역 수요창출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지역순환 경제구조로의 재편의도는 주류적 흐름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요컨대 농업·농촌발전을 위한 혁신의 성과가 외부로 유출되는 지역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는 지역과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과 농업의 발전에 대한 소모적 논의를 최소화하기 위해 냉철한 현실인식이 중요하다. ‘발전 없는 성장’에 대한 물음과 ‘개입하지 못하는 절대적 열세’의 공허, 그것이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본질적 원인일 수 있다. 그래서 ‘지역과 농업’의 의지적이고 주체적 혁신과 실천과제가 더욱 중요하다.

첫째 경쟁력을 넘어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체계 전환이다. 경제성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 지향적 정책으로는 식품안전, 환경보전, 자원제약, 인간소외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시장지향 농정에 대한 비판으로 ‘환경성, 안전성, 푸드 시스템의 개혁’ 등을 주요 골자로 한 포괄적인 농업발전의 전략으로 파악되고 실천돼야 한다.

둘째, 분산을 넘어 조직화를 위한 지역연합의 확대가 관건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유통구조를 결정하고, 유통 경로별, 주체별 복잡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농산물 산지유통의 적절한 사업과 부문의 통합적 조직화와 대응은 지역의 몫이다. 지역단위에서 단계별 산지조직의 체계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셋째, 농가경제의 불안정을 넘는 경영안정 전략이다. 전반적 농가소득 하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득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상시적인 농업경영의 불안정을 보완하기 위한 농업경영 안정화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 특히 전업농과 중소농(25:75)의 농가의 분화에 대응해 농가 특성별 소득안정과 경영 불안정을 시정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넷째, 도농간 격차를 넘어 안정된 생활을 위한 삶의 질 향상이다. ‘지역과 농업의 동반침체’는 농촌지역에서 삶의 질 시장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공공에서의 삶의 질 사업 및  활동의 전개와 함께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주체를 갖춰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생활경제 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현장의 노력을 지역의 사회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활력있는 삶터를 위한 농촌활력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농촌지역은 인적·물적자원, 재정이 부족하다. 농촌활력의 발전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공영역에서의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의 일상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로 ‘주체, 체계, 프로그램’이 강조된다. 그래서 읍면을 중심으로 한 생활경제권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여섯째, 단절을 넘어 교류와 연대를 위한 지역순환경제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지역의 경제적 가치가 역외로 유출되는 점이다. 이러한 경제활동의 구조적 현상을 지역과 농업이 주도해 우선적으로 시정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활동 주체의 지역 법인화와 지역 내 소비구조의 확대 및 안정화가 중요하다.

▲ 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농촌(읍·면부)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21.5%이다. 특히 면부의 노인인구 비율은 28.1%나 된다. 우리나라 농촌은 이미 노인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임을 알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노후준비와 사회보장제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농촌노인들은 별 다른 노후준비 없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농촌노인들의 복지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먼저, 노인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초고령사회에 적합한 노인복지의 패러다임은 ‘활동적 노화(active ageing)’이다. 활동적 노화란 ‘노화 과정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건강, 참여, 안전 영역에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 농정에서도 노인들을 시혜적인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상으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 농촌노인은 농업 및 농촌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적 자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은 농촌노인의 소득 및 일자리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 인정액 및 재산의 소득 환산액을 산정할 때 농업 및 농촌의 특성을 적극 반영하여 사각지대를 축소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농어업인의 국민연금보험료 지원을 위한 기준 소득금액(현재 월 91만원)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일자리의 경우, 농번기와 농한기를 감안하고 교통대책을 마련해 농업 및 농촌에 적합한 노인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농업과 같은 사회적 경제와 노인일자리 사업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노령 농업인들이 자신들의 신체 및 사회경제적 여건에 맞추어 편하게 영농에 종사하고 생산물을 유통할 수 있도록 ‘고령친화 농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초고령 농촌사회에 특화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평생건강관리 책임자로서 1차 진료를 담당하면서 질병 예방 및 재활사업도 담당하는 ‘주치의제도’를 농촌노인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위급한 질환자의 발생 등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응급구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초고령 농촌사회에서 수요가 많은 구강보건, 치매의 예방과 치료, 활동 보조기구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끝으로, 농촌노인들의 신체적 조건과 사회경제적 특성에 맞게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단독주택의 경우 화장실, 목욕실, 문턱 등을 농촌노인들이 이용하기 쉽게 개선하고, 노후 전기시설의 교체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을 개조해 독거노인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공동생활홈’ 사업과 스마트폰과 무선스피커로 소통하는 ‘무선 마을방송시스템’도 전국 농촌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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