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중심…지속가능한 농업·사회·환경 실현
국민적 공감 부족-민간영역 관심·참여 낮아…거버넌스 통해 푸드플랜 실행해야

▲ 우리나라는 현재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푸드플랜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실현은 더이상 농업인들만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인, 우리 국민 모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의 문제, 식량위기와 경제 불안의 지속 등 복합적인 세계적 위기로 인류와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국가와 도시차원에서 푸드플랜 등 농산물의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 먹거리시스템 전체의 순환과정에 대한 통합적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푸드플랜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환경의 지속가능성, 사회·경제적 형평성, 인권에 기반한 정의를 핵심가치로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 문화, 복지, 환경, 공간계획 등을 연계하고 통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먹거리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먹거리종합계획(푸드플랜)’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2018년 국가 및 지역의 푸드플랜 수립’을 채택해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푸드플랜의 수립과 실천은 국제사회에서 보듯이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푸드플랜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확산이 부족하고 민간영역의 관심과 참여도가 낮아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푸드플랜 추진에 있어 중요한 사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 농식품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변화

사회 계층간 영양 격차가 심해져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순환적 경제시스템 관점에서의 먹거리에 대한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빈부차가 심화되고 빈곤층이 증가해 계층 간 영양 격차가 지속되고 있는데 실제로 우리날 기초생활수급자 10만 명당 영양실조로 진료를 받는 인구는 2011년 36.9명에서 2015년 48.3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모순되게 비만 등 각종 성인병 문제로 균형잡힌 식생활과 영양공급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식품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안전한 먹거리의 사회적 수요가 증대하고 있는 점도 푸드플랜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먹거리 문제는 단순히 농산물과 식품의 수요와 공급, 즉 어떻게 조달되는 것을 넘어 양적·질적 보장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최문식 지역농업네트워크 본부장은 “국제적으로는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또한 우리나라의 세계식량안보지수(EIU)는 2012년 세계 21위에서 2013년 24위로, 2015년 26위로 매년 순위가 하락하고 있으며 식량안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로컬푸드 정책의 한계

농식품 유통의 새로운 채널로 등장한 로컬푸드 정책은 직매장 확대 위주로 추진돼 지역 내 선순환적인 먹거리 체계 구축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부분 지역이 소비자 접근성 제고를 위한 직매장 설치 등에 집중하고 있어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생산·소비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소진 지역농업네트워크 지사장은 “그 동안의 로컬푸드 및 6차산업 정책의 성과를 토대로 해서 생산에서 가공, 유통, 소비 그리고 재활용이라는 순환모델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지역순환·먹거리복지 등 새로운 가치 요구

전문가들은 푸드플랜의 지향성을 경쟁력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하고, 대외지향적인 시장에서 지역순환경제로 전환해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출발점자체도 생산과 소비를 같은 선상에서 시작해야 하며 영역 역시 산업과 지역을 묶고, 추진 체계 역시 관주도와 민관·협치의 조화가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푸드플랜의 추진상황을 보면 지난해 10월, EU(유럽연합)·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WHO(세계보건기구)가 참여하는 세계 식량의 날에서는 전 세계 100여개 도시가 참여한 밀라노 국제 엑스포에서 ’세계 도시 푸드정책 협약’을 채택했으며 현재 150여개의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있다.

지역 푸드시스템을 오래전부터 구축하여 실천하고 있는 영국, 북미 등에서는 지방정부, 지방의회, 시민사회 등 거버넌스 체계로 푸드플랜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서울 먹거리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발표했으며 경기도는 행정이 주도해 생산·소비 ‘먹거리 비전 2030’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그 외 충남, 경기 화성시, 전북 완주군, 세종시, 충북 옥천군, 충남 아산시, 충남 홍성군 등에서도 지역 푸드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국가차원에서는 문재인정부의 1번 농정공약인 ‘농정의 기본 틀을 바꾸겠다’의 핵심 과제로 제시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공급체계를 위한 ‘국가 푸드플랜’이 수립, 추진된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전문가 테스크포스팀을 구성, 국가푸드플랜 논의를 시작했으며 향후 각 관계부처의 협의로 오는 4월 국가푸드플랜과 지역단위 푸드플랜 수립에 착수를 내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푸드플랜(Food Plan)이란

푸드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농장(Farm)과 생산자(Producer)로부터 식탁(Table)과 소비자(Consumer)에 이르는 먹거리의 이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푸드플랜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상품-사람-환경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 지속가능한 농업-사회-환경을 실현하는 정책이자 실천전략으로 정의된다. 푸드플랜은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요 선진국과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먹거리를 매개로 사회, 경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생산과 소비의 다면적 기능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생산-가공-유통-폐기로 이어지는 먹거리 순환 체계를 구축, 사회·경제·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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