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모두 먹거리 공공성 확보
'먹거리마스터플랜' 5대분야 26개과제 설정…도농상생 최우선 가치로
생산-소비 위주 지역 푸드플랜 확장

국가 푸드플랜은 먹거리 안보, 먹거리 안전성을 전국단위 관리체계로 관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해외의 푸드플랜 사업이 그렇듯 각 지역은 지역 특성에 맞게 정책, 사업, 프로그램을 선택해 지역에 맞는 순환시스템을 작동시킬 필요가 있고 이 때문에 지역단위 푸드플랜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 되고 있다.

지역단위 푸드플랜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우리나라 지역단위 푸드플랜의 실제사례를 알아본다.

■ 서울시

# 먹거리의 공공성 ‘확보’

서울시 ‘먹거리마스터플랜’은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경제적 형편이나 사회·지역·문화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인 ‘먹거리 기본권 보장’에서부터 출발한다.

특히 식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의 증가와 서울시 거주 가구의 5.1%가 경제적 이유로 먹거리 부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건강한 먹거리 보장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먹거리의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5년 3월부터 다양하고 폭넓은 먹거리정책 수립을 위해 시민제안대회와 전문가, 민간단체 등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문제점과 해결책, 제안사항 등 다각적인 의견을 수렴해 왔다. 특히 2016년 11월 30일에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가치를 실현하고, 상생먹거리를 통한 지역순화사회를 조성하고자 서울시를 포함한 10개 광역시가 ‘도농상생 가치실현을 위한 공공급식 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지난해 1월에는 먹거리 마스터플랜 토론회를 개최, 먹거리플랜 내용 및 향후 발전과정을 공유하고, 먹거리플랜 계획을 공론화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이같은 서울시의 먹거리플랜 수립을 위한 노력은 지난해 6월 20일 ‘서울시민 먹거리 기본권’ 선언과 함께 실천방안으로 ‘서울시 먹거리 마스터플랜’ 수립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화 됐다.

# 5대분야 26개과제 설정

서울시가 마련한 먹거리마스터플랜은 ‘지속가능한 먹거리 도시, 서울’라는 비전하에 ‘건강·보장·상생·안전’을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건강한 먹거리 접근성 향상을 위한 환경조성 및 시민의 역량강화 △모든 시민의 충분하고 질 높은 음식섭취를 위한 먹거리 지원 △먹거리 환경을 지키기 위한 우리 농산물의 공공조달 확대 △먹거리 불안감 해소를 위한 안전감시 시스템 강화, 먹거리 활동 주체간 협력과 참여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등을 5개 정책목표로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먹거리 △먹거리 보장 △상생을 위한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 △제도적 기반구축 등의 5대 정책과제와 26개 세부과제를 선정했다.

첫 번째 정책 과제인 ‘건강한 먹거리’ 분야는 더 건강한 먹거리 환경 조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바른 식생활 체험교육 및 음식수업, 건강 먹거리 제공 기준 설정, ‘서울 먹거리 포털’ 사이트 운영 등 5개 사업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두 번째로 ‘먹거리 보장’ 분야는 먹거리 취약계층 발굴 및 먹거리 지원, 취약계층 어르신 맞춤 영양관리 서비스 제공, 결식아동 맞춤 급식 서비스 제공, 사회적 취약계층·다문화가정을 위한 음식공동체 활성,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기능 확대로 소규모 복지관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세 번째 ‘상생을 위한 먹거리’는 공공조달 직거래 유통체계 확립을 위한 ‘도농상생 공공급식’ 추진,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위한 교육·홍보 및 거버넌스 구축, 도시텃밭의 확대와 안전먹거리 생산 등 5개 과제가, 네 번째로 ‘안전한 먹거리’에는 농·축·수산물 잔류농약 등 안전성 검사 강화, 안전관리를 통한 집단 급식소 식중독 사전 차단, 불량식품 4대 핵심 분야 집중점검으로 식품안전 강화, 유전자변형식품(GMO) 알권리 및 선택권 확보, ‘시민먹거리 지킴이’ 1만명 양성 등 7개 과제로 형성돼 있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기반 구축’에는 대외적으로는 먹거리 거버넌스 구성 및 운영,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 실행 전략 수립이, 내부적으로는 서울특별시 먹거리 기본 조례 제정, 서울 먹거리 통계 작성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 도농상생을 기반한 ‘먹거리플랜’

“서울 먹거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가 도농상생입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지속 가능한 농촌이 확립돼야, 먹거리를 통한 서울시민 건강과 안전이 보장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6월 서울 먹거리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도농상생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자치구와 농촌지역의 친환경 식재료 직거래를 통해 도농상생형 서울 먹거리 체계를 도모하겠다는 게 서울 먹거리마스터플랜의 큰 그림이다.

이같은 박 시장의 의지는 예산 배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20년까지 계획된 먹거리마스터플랜 예산 3329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1639억원이 도농상생 공공급식, 도시텃밭 확대, 도농 교류 확대 등의 사업이 포함된 ‘상생을 위한 먹거리’ 정책과제에 투입된다.

특히 전국 최초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작했던 만큼 ‘학교급식’에 큰 관심을 보였던 박 시장은 도농상생을 위한 공공급식의 새로운 조달체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서울시 공공급식은 납품업체 등을 통해 식자재를 구매함으로써 여러 유통단계를 거쳐 공급하게 돼 유통비용 상승 및 생산자·소비자에게 이익이 환원되지 않고, 식재료 조달에 대한 적정기준 부재를 비롯해 납품업체, 대형마트, 슈퍼, 재래시장 등에서 개별구매해 식재료의 안전성 및 품질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서울시는 먹거리마스터플랜 안에는 서울과 농촌간 1대1 공급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유통과정을 줄여 공급단가를 낮추고, 농촌은 안정적인 유통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상반기 강동구와 완주군 협약을 시작으로 도봉구와 원주시, 강북구와 부여군, 노원구와 홍성군, 성북구와 담양군, 금천구와 나주시 등 총 6개의 협약이 진행됐다.

또한 오는 2019년까지 25개 자치구마다 직거래할 농촌을 선정해 공공급식센터를 운영하고, 센터 설치에 총 812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자치구의 공공급식센터는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복지시설에 대한 식재료 공급을 넘어 먹거리취약계층에 꾸러미 공급, 어르신, 결식아동 등 취약계층에 대한 도시락 배달, 지역공동체 부엌 등으로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를 통해 공공급식 친환경 식재료 비율을 40%(2016년 기준)에서 2020년 70%로 증가시키고, 공공조달시스템을 통한 공공급식 대상인원을 2만5000여명(2017년 기준)에서 2020년 2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돼 있다.

이와 관련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서울시의 공공급식으로 인해 안전한 식재료 조달과 적정한 농가수취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더불어 기존 서울의 학교급식 조달체계에서 간과했던 산지지자체와 급식시설의 관계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서울시 먹거리시민위원회 ‘출범’

서울시의 먹거리시민위원회는 지난해 9월 21일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제정된 ‘서울특별시 먹거리 기본조례’에 따라 발족됐다.

기본조례는 생상의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세대가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구현하는 먹거리체계의 확립과 서울시민의 먹거리보장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 먹거리시민위원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모집하고, 심사를 통해 일반시민, 시민사회단체, 학계·전문가, 시의원, 언론 등 총 128명 위원을 선정했다. 위원회는 서울시 먹거리정책 방향과 정책의 통합·조정과 먹거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기능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시민이 주체가 되어 시정에 참여하는 민·관협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 화성시

# 지속가능한 먹거리 도시

지난해 5월 푸드플랜을 세우고 사람과 환경을 배려하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도시를 실현하겠다는 목표아래 화성시는 안전, 건강, 조화, 지속가능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비전을 세우고 있다. 지속가능 생산기반 조성을 비롯해 로컬푸드 산업화, 화성푸드 인증제 도입 등 12대 전략과제를 선정하고 로컬푸드 가공기업 100개소 설립, 화성푸드 통합 정보센터 구축, 먹거리 폐기물 30% 감소 등의 세부 목표를 세웠다.

인구 66만명으로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된 화성지역은 난개발 및 인구증가에 따른 먹거리 안정성 및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 거대한 목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푸드플랜을 세우기 위해 화성시의 사회·경제·농업 현황을 분석하고 화성시민의 먹거리 구매실태 및 관내 농산물 유통실태 등을 분석한데 이어 소비자 관점의 먹거리 이슈를 파악하는 등 각종 단계를 거쳐 비전과 실행과제를 도출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화성시는 산업화 및 인구의 빠른 증가로 환경 악화에 대한 대책도 염두하고 있다. 특히 농지 오염, 수질 악화 등으로 지역내 먹거리 불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비롯해 농촌지역과 도시화지역간 교류를 통한 공동체성 강화, 외국인·비정규직 노동자 등에 대한 영양개선 및 먹거리접근성을 강화한다는 지역적 특성도 염두했다.

■ 완주군·전주시

완주군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 맞춤형 지역먹거리 순환경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사회 스스로 지역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완주군의 푸드플랜은 농업인을 완주 군민으로 확대해 농업생산경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먹거리 소비경제로 확대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이러한 지역 푸드플랜은 서울의 푸드플랜과는 그 괘를 달리 한다. 도시 먹거리 관점에서 소비에 초점을 두는 푸드플랜이 서울의 푸드플랜이라면 지역, 그 중에도 중소도시나 군단위의 푸드플랜은 농정관점에서 수립되는 경우가 많다.

전주시는 그런면에서 도심지가 안고 있는 사회, 경제적 이슈를 푸드플랜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지역내 이슈로 확장에 한계를 겪고 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지역 푸드플랜은 지역에 특성에 맞는 푸드플랜을 확립하되 농정이나 생산에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 소비자 전체에 대한 고민을 통해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뷰> 길청순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경기·제주지사장

“생산과 소비만을 위한 지역푸드 플랜이 아닌 지역단위 푸드플랜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양질의 지역 기업이라는 개념하에 전체적인 푸드플랜이 세워져야 합니다.”

길청순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경기·제주 지사장은 지역단위 푸드플랜이 최근 정치적인 목적이 더해지면서 순수한 개념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소비 도시니까 소비관점에서 안전성과 먹거리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을 중심으로 마스터 플랜이 나왔습니다. 조달체계가 있어야 하니까 산지에 있는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어서 산지시군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거죠.”

길 지사장은 시민단체 등이 주도적으로 지역단위 푸드플랜 생성에 참여하다 보니 정치적인 이슈를 만드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단위 푸드플랜이 도농상생, 소농, 영세농 등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지기도 합니다. 도시의 경우는 더욱 그렇죠. 이 부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푸드플랜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길 지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이 사업의 지속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급식을 하려면 거점이 되는 시설이 있어야 하고 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을 한군데 모아 소비지로 분산시키는 운영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지역단위 푸드플랜에서는 이른바 이 유통 주체들에게 수익률을 낮게 책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산지 지자체가 지원하게 됩니다.”

길 지사장은 이 부분에서 푸드플랜의 지속성이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지역단위 푸드플랜은 지속가능한 사업이어야 합니다. 단발로 지자체에서 운영비를 지원해서 갈 수 있는 사업이 아니죠. 운영수수료의 부족한 부분은 산지 지자체가 지원한다고 하지만 3만~4만 인구의 작은 군단위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는 힘이 듭니다.”

따라서 길 지사장은 운영수수료의 현실적인 반영과 제대로 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운영주체 수수료가 15% 정도로 필요하다고 하면 운영수수료를 반영해서 현실적인 계약을 해야 농가도 정확한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확립돼야 유통 주체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생산자도 제대로 된 가격을 받아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지역단위 푸드플랜은 정부의 지원사업이 아니라 양질의 지역사회 기업을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는 게 길 지사장의 생각이다.

“지역단위 푸드플랜에서는 생산과 유통, 소비자의 전체 단위가 아닌 생산하는 농민과 소비하는 시민들만을 위한 계획처럼 운영되고 있어요. 유통업자들은 마치 업자로 취급을 하면 안됩니다. 지역단위 푸드플랜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양질의 사업을 운영해야 합니다. 지역의 기업이 모두 참여해 시스템을 만들고 전체적인 푸드플랜을 만드는 거죠.”

이러한 지역단위 푸드플랜이 세워졌을 때 제대로 된 일자리의 창출과 지역 기업의 상생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단순한 지원사업으로 단발로 끝나는 것은 모두에게 악영향일 수 있습니다. 선한 의지를 가진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고민을 같이 하면서 먹거리 푸드시스템안에서 양질의 일자리, 지역의 일자리를 고민해야 하는데 현재는 이런 고민들이 취약한 것 같습니다.”

생산에 있어서도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단위 푸드플랜을 세우면서 한 지역의 농가가 친환경 농산물만 참여가 가능하다는데 가격을 맞추려면 제초제를 제한해선 생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안전성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무조건적인 친환경이 불가능한 생산환경에서 천편일률적인 생산환경과 조건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죠.”

길 지사장은 소비자의 권리만이 아닌 먹거리의 지속가능한 생산에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한 고민이 함께 이뤄지면서 생산단계에서 보다 깊은 논의를 통해 소비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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