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자·정부 '거버넌스 구축' 과제
지역적 특색·여건 반영
현실성 있는 푸드플랜 필요

건강한 먹거리와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식품안전과 관련한 불안감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연 26조원 규모 이상의 수입농식품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면서 원산지와 관련한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먹거리를 둘러싼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져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6% 이상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자주 또는 가끔 먹거리가 부족’한 실정이며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의 10.8%, 노인의 8.1%는 ‘영양섭취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먹거리 공공급식율은 여전히 낮다. 친환경식재료를 50% 이상 공급하는 비율은 학교급식이 67%, 지역아동센터가 13%, 어린이집 22%이며 복지기관은 극소수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전 주기(생산에서 소비)에 걸친 먹거리 안전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고, 생활환경 및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먹거리 복지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먹거리 선순환체계인 푸드플랜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한편 먹거리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편집자 주>

# 푸드플랜 인식 확산·지역 여건에 맞는 푸드플랜 수립돼야

푸드플랜은 먹거리 안보, 공공급식·영양정책, 환경보전형 지역순환 먹거리체계 구축을 위해 수립되고 있다. 이는 푸드플랜의 주된 개념으로 자리잡았지만 그 가치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푸드플랜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생산자, 소비자들이 푸드플랜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특히 생산자들의 경우 푸드플랜 인식 확산으로 농산물 재배를 소량 다품목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인식 전환도 요구되고 있다. 안전한 공공급식에 대한 필요성이 확대되고, 이를 위한 정책수립과 제도개선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성숙해야 비로서 기대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탁명구 (사)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되고 있는 푸드플랜은 기존 롤모델을 따라하는 형태로 추진하다보니 실질적인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참여자들이 푸드플랜 개념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지역 여건에 맞게 필요한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지역푸드플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일부 소비형 복합도시의 경우 생산자가 많아 생산자 중심의 푸드플랜이 수립된 지역을 롤모델로 삼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무비판적으로 선례를 따르거나 분위기에 휩쓸리는 형태의 추진이 아니라 실제 지역 여건과 상황이 제대로 투영될 수 있는 계획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푸드플랜 추진 과정에서 지역적 특색, 여건 등이 고려되지 않고, 우수 사례로 꼽히는 일부 지자체를 따라하기에 급급해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별 연계에 앞서 각 지역 여건에 맞는 푸드플랜이 수립돼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푸드플랜 콘트롤타워 갖춰져야

국가푸드플랜과 지역푸드플랜 모두 생산자, 소비자, 정부, 시민단체 등 민과 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의를 강조한다. 이러한 협치농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은 푸드플랜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국가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부처간 거버넌스 구성 과정은 쉽지 않다. 이에 각 부처의 이해와 상황을 조율하고,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손영준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푸드플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국가푸드플랜을 먼저 수립한 선진국의 경우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푸드위원회에서 푸드플랜을 다룬다”며 “푸드플랜은 여러 부처의 연계가 필요한 협력과제가 대부분이어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의 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을 경우 효과를 나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푸드플랜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복지부,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안전부 등 많은 정부부처의 논의가 필요한데 각 부처마다 보는 관점이 다른 만큼 이를 원활히 조율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완형 한살림 전무이사는 “국가푸드플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부처가 중심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농특위에서 논의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대통령,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가 끌고 가지 않는다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푸드플랜과 연관된 정부 부처가 많은 만큼 농특위 차원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무이사는 “지역먹거리 순환체계도 포괄적으로 짜여 질 수 있는 만큼 국가푸드플랜에서 큰 틀을 만들고 이후에 추가적인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가정책으로 수립돼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콘트롤타워가 없으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농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각 정부 부처의 입장이 다르고 협의도 잘 이뤄지지 않는데 콘트롤타워 마저 없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농식품부 뿐만 아니라 각 부처별로 푸드플랜 관련 TF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지만 각자 본인들의 입장만 피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현재까지 논의된 푸드플랜 추진 계획은 농특위 내 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별도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국가 먹거리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점검한다는 것이다. 
 
# 생산자·소비자·시민 중심 협치 거버넌스 이뤄야

푸드플랜이 원활히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소비자, 시민단체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푸드플랜이 기존 농정과 크게 구분되는 점 가운데 하나는 생산자, 소비자, 시민단체 등의 적극적인 정책 참여 등 주도적인 역할에 기반해 협치농정을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푸드플랜은 거버넌스 구성과 구성원의 적극적이고, 자발적, 주도적인 참여가 성패를 결정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생산자,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공감대, 나아가 참여가 없으면 푸드플랜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푸드플랜은 안전한 먹거리 공급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만큼 전문가 뿐만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 소비, 유통, 폐기 등 전 과정의 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정현 실장은 “생산 현장에서는 안전한 먹거리 공급체계가 갖춰지기 위한 생산자의 제안이, 공급과정에서는 유통인, 소비자, 지자체 등의 다양한 의견이 함께 어우러져 방향성이 논의돼야 한다”며 “지역 현실에 맞는 푸드플랜이 수립돼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국가 푸드플랜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푸드플랜의 주요 검토내용은 주요 농산물 생산기반 유지 목표와 추진방안, 균형 잡힌 영양공급 및 공공급식 체계화방안, 환경보전형 농식품 생산 확대, 지역단위 푸드플랜 확대 지원, 소비자관점 농식품 인증 및 식품표시 제도 개선 등으로 생산부터 소비, 나아가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포괄한다. 이에 따라 푸드플랜은 먹거리 선순환시스템의 각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을 수립단계에서부터 착실하게 제도화 한다는 게 핵심이 되고 있다.

허남혁 전 지역재단 먹거리정책교육센터장은 “푸드플랜의 핵심의제는 정부의 식품지원체계, 정부의 영양급식 등으로 먹거리 기본권 확보를 위한 ‘분배 정의의 실현’인 만큼 국가 차원의 식재료 구매,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안전한 먹거리 공급의 가치사슬 가운데 어느 하나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TF가 생산자, 전문가를 중심으로 큰 기획이 이뤄졌다면 올해부터는 소비자, 시민 등의 참여를 확대해 푸드플랜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 계획이다”며 “범부처, 생산자, 소비자,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푸드플랜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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