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임시국회가 사실상 ‘빈손 국회’로 전락할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국회가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각종 민생 법안과 감사원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임시국회는 연내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많은데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양보 없는 다툼을 하며 흘러 보낸 정기국회를 보충하기 위해 열렸다. 그럼에도 국회는 임시국회 내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연장을 둘러싸고 정쟁으로 개점휴업, 민생법안 처리를 뒤로 미뤄 국민들의 애를 태웠다.

애초 국회는 지난달 22일 본회의를 열고 법안들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로 세월아 네월아 하다 일주일이나 뒤늦게 다시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 밥값을 하긴 했다.

연내에 처리돼야 할 법안 중에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는 지역농협 뿐 아니라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김치가공공장에서 생산하는 김치의 원·부재료를 생산하는 농업인들의 생계가 달려있었다.

2010년 국가계약법 시행령 명령으로 수의계약 대상에서 지역농협이 제외됐고 2015년부터 간주중소기업자격도 상실돼 올해부터 당장 지역농협 김치가 공공기관 납품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만났던 한 농업인은 “지역농협 김치 가공공장에 배추와 무를 납품하고 있는데 군납에 이어 학교급식 납품까지 중단되면 판로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그동안 안정적인 판로가 돼줬던 지역농협 김치 사업이 축소되면 농사를 그만지어야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민생법안 역시 그러했겠지만, 이 개정안의 연내 통과 여부가 농업인과 지역 농업의 피해를 좌지우지 할 수 있었다. 공산품과는 달리 농산물은 그 특성상 계절적으로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지방선거 유불리만 따지며 정당 이기주의에 매몰돼 국회를 공전시킨 것을 반성해야 한다. 새해에는 부디 국민의 삶을 볼모로 잡아, 민생을 뒷전으로 미루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