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스틸로 인한 출하지연으로 피해 커
12개 주요 육계계열 농가 손실액 하루 80억원
농가·계열사 경제적 피해 대책 마련해야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AI가 발생하지 않은 육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AI 발생에 따른 닭고기 소비감소와 더불어 전라도 지역 오리농장에서 지속적으로 AI가 발생하면서 일시 이동중지 명령(스탠드스틸)이 발령, 입식과 출하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육계 산지가격이 kg당 대닭·중닭이 900원, 소닭이 1000원대를 형성했다. 그러다 지난 10일 대닭·중닭 1000원, 소닭 1100원으로 소폭 오른 뒤 15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겨울철 육계 생산비 1350원을 크게 밑도는 가격이다.

특히 지난해 원종계 사육마릿수의 증가로 종계 입식이 증가, 병아리 생산잠재력 지수가 높아져 닭고기 공급이 과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AI가 발생하면서 소비 위축까지 더해져 육계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육계업계는 스탠드스틸로 인한 출하지연의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육계는 다른 가금 축종에 비해 AI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사육규모가 가장 크고, 사육기간이 한달 가량으로 짧다. 따라서 도축장 출하, 병아리 입식 등의 이동이 잦아 스탠드스틸에 따른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0일 1차 스탠드스틸 발령 당시 하림, 마니커, 참프레, 사조, 체리부로 등 12개 주요 육계계열사의 농가 입추 및 출하지연 손실과 공급 중단에 따른 매출 기회손실, 체화제품 냉동 및 보관비용 등을 감안해 손실액을 추정한 결과 하루 8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도 소재 한 계열업체 관계자는 “스탠드스틸로 인한 출하지연으로 납품 중량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 농장에서 출하가 하루만 지연돼도 다음 차례의 출하 농장에서도 연쇄적으로 출하가 밀리는 현상이 발생해 농가와 업체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닭고기 가격 하락에 더해 출하 지연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육계가 출하되더라도 계열업체는 농가에 사육비는 평소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어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최근에 발령되는 스탠드스틸은 사전 대비를 위한 기간인 리드 타임(Lead time)이 없이 즉시 발령되고, 고병원성으로 확진되기 이전에 발령되는 등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SOP)을 초월하고 있어 계열사와 농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오리농가에 대한 선별적인 방역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전체 가금에 대한 발령이 불가피할 경우 피해와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8시간 내외의 리드 타임을 제공한 뒤 발령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6~2017년에 발생한 AI에서 육계 발생 비율은 1.3%에 지나지 않지만 그 피해는 가장 크게 입고 있다”며 “AI 발생 원인이 철새에 의한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 정부는 스탠드스틸 발령에 따른 농가와 계열사의 경제적 피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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