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북고창을 시작으로 총 14건의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가운데 뉴스와 신문지상의 AI 관련 보도에 가급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AI관련 보도에 축사 내부 모습이나 살처분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지만 대부분의 자료화면은 가금 살처분 장면이 대부분이며 오히려 모자이크 처리 때문에 시청자로 하여금 더욱 부정적인 불안한 상상을 증폭시키게 한다. 이와 관련해 오미선 한국오리협회 대리가 언론사에 보낸 기고문은 가금업계의 어려운 심정을 가늠케 한다. 오 대리는 기고문을 통해 AI 관련 뉴스에 나오는 살처분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현장 참여자가 느끼는 고통과 유사한 스트레스를 준다고 언급하며 AI 관련 보도 때마다 가축 사육 자체가 마치 질병 발생의 근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대리는 이렇게 부정적 시각으로 말미암은 축산물 소비 침체 후에는 언론이 다시 소비 촉진을 위한 각종 장면을 보도하며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언론매체는 알권리에 기대서 가금업계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AI에 대해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수년전 AI가 한참 발생했었던 일본에 출장차 방문했을 때 주요 일간지는 물론 방송 어디에서도 AI관련 보도를 보지 못했다. 단신으로 처리된 AI 보도에는 AI 발생으로 몇 마리의 가금이 죽었다는 식의 보도만이 있었다. 당시 방문한 일본 가금 관련 협회는 한국 언론에서 살처분 장면을 찍으러 현장에 진입하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AI는 질병이지 연예가십이 아니라고 못 박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10일 일본 양계장에서도 AI가 발생했다. 언론에 보도가 됐지만 자료화면은 살처분 장면이나 가축, 축사내부 장면은 한 장면도 보이지 않았다. 방역장면이나, 축사외부 전경, 소독장면, 회의 장면으로 질병에 대처하는 정부와 업계의 모습만을 보도,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신중한 접근이 화면을 채웠다.

물론 무조건적인 자국산업보호는 곤란하다. 정확한 보도와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언론의 주된 임무다. 하지만 AI 관련 보도처럼,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AI는 질병이지 가십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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