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품종 개발…소비자 선택권·농가소득 제고 '주력'

풍년이 들수록 벼 재배 농업인은 더 힘들어지는 ‘풍년의 역설’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만성적인 재고과잉으로 벼 재배농업인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특급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뿐 아니라 지자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쌀이 있다. 바로 쌀 육종가인 조유현 시드피아 대표가 개발한 국산 향미 쌀 품종들이다. 조 대표가 개발한 향미 쌀은 가마솥에서 구수하게 익어가던 밥 냄새를 구현, 기억 속에 각인된 고향집 밥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조 대표의 20여년 연구 인생이 응집된 ‘골든퀸’ 등은 차별화된 향미 쌀로 구수한 향 뿐 아니라 밥맛이 우수하고 윤기와 찰기가 오래 지속돼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향미 쌀 개발로 제값받는 쌀 시장 형성에 앞장서고 있는 조 대표를 만나봤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향미 쌀 개발 계기는.

“일본 규수대학에서 유전자원개발관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각국의 벼 유전자원으로부터 향미에 대한 신소재를 선발하는 연구를 수행하다보니, 한국인이 선호할 만한 향 자원을 쌀에 접목해 고품질 쌀 시장을 열어 나가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우선 향미 자원 중 재배하기 쉬운 계통 개발부터 시작해 육종기법을 활용, 새 품종 개발에 몰두했다. 개발한 향미 쌀이 부가가치를 높이는 품종이 되고,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품종이 되기 위해선 쌀의 품질도 놓칠 수 없는 과제였다. 특히 품종 개발의 전제는 소비자의 기호성이었다.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가 해당 품종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밀로스와 단백질 함량이 낮아 밥맛이 좋은 ‘진상벼’를 우선 개발하고 육종법을 통해 향이 나고 재배가 용이한 ‘골든퀸’을 개발했다. 소비자의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큼 다양한 향미 소재를 끊임없이 개발, 현재 시드피아 시험포에는 1000가지 이상 계통이 식재돼 있으며 이는 차세대 품종 개발에 중요 자산이 돼 줄 것이라 자부한다.”

 

#쌀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도 기술원 간 상호 경쟁 체제 구축 등을 통해 각 지역마다 특화된 쌀을 개발해야 된다. 우리 쌀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나 ‘명품화’ 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품종에서 벗어나 품종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모든 상품은 희소성, 차별성에 의해 그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시드피아는 골든퀸 등을 필두로 프리미엄급 시장을 공략해 판로를 개척 중인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워커힐 호텔과 미슐랭 레스토랑 등에 납품, 우수한 밥맛과 구수한 향으로 손님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에 쌀 산업이 대응하는 길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길 뿐이다. 향미 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과 고품질화로 쌀 부가가치를 높이고 값이 더 비싸더라도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쌀 역시 엄중한 국제 경쟁 체제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육종 인력은 쌀이 주곡 작물인 일본과 중국에 비해 규모면에서부터 한참 뒤처진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 벼 품종 개발과 육성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종속국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개발 및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향미를 소재로 삼아 다양한 가공적성별 쌀 품종을 개발해 소비자 선택권의 다양성과 농가소득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 글로벌시장에서 쌀을 떠올릴 때 자동 연상되는 국가가 우리나라가 되도록 국가경쟁력을 갖춘 쌀 품종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도 여주시와 시드피아의 ‘진상벼’ 간 전용실시권 계약을 체결해 진상벼가 여주쌀의 대표 품종으로 육성하게 됐다. 이처럼 국내 개발·육성 품종을 지역특화품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농가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고 ‘고시히카리’ 등의 일본 품종을 대체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별 특화품종재배 활성화를 통한 브랜드·고품질화 전략을 펼쳐 RPC(미곡종합처리장)의 경영난 해소에 일조하고 차세대 품종 개발의 기반의 주춧돌을 마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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