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유명무실한 VMS, 해법은

단속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 '의문'
조업현황·안전모니터링…FMC설치를
어업인, 조업노하우 노출·과잉감시 우려
김동호 기자l승인2018.01.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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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선의 안전조업과 어업질서 확립을 위해 VMS설치 의무화와 FMC 설치를 통한 조업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정박중인 어선.

연근해어선의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연근해어선에도 VMS(선박위치추적장치)의 가동을 의무화하고 FMC(조업감시센터)를 설치, 연근해어선의 동향을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산업계 전문가들은 FMC가 연근해어선의 안전운항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자 국내어선의 불법조업, 중국어선 불법조업 방지 등을 위해 필수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을 들며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어업인들은 VMS와 FMC로 인해 영업비밀인 어장정보 등이 노출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VMS와 FMC에 대한 어업인과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 유명무실한 의무화

현행 어선법은 어선의 안전운항을 위해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어선의 소유자는 어선위치발신장치를 갖추고 작동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문제점은 지난해 발생한 391흥진호 납북사건이 발생하면서 공론화됐다.

해경에서는 흥진호가 납북될 때까지 흥진호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수부는 어선 무선설비와 어선위치발신장치 미작동, 혹은 발신장치 고장·분실 신고 후 수리 또는 재설치 조치를 하지 않은 등 세부 위반행위별 과태료 부과기준을 규정하고 과태료 상한액을 최대 300만원까지로 상향조정토록 하는 어선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 지난 1월 29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해수부가 관련 규정 강화를 추진중이지만 수산업계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점은 과태료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EU에서는 VMS를 끄는 행위를 불법조업을 하는 것으로 간주, 이에 상응하는 처벌규정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VMS를 끄는 것만으로는 불법조업을 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VMS를 끌 경우 과태료만 부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태료 상한액인 300만원이 부과된다 하더라도 VMS를 끈 시간동안 이뤄지는 불법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VMS를 끈 이후 불법조업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 등이 병행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효과는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실질적인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의도적으로 장치를 끈다고 해도 이를 고장 등으로 신고할 경우 확인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형선망업계의 한 관계자도 “VMS를 의도적으로 끄는 것은 정해진 조업구역을 넘어서는 등 불법조업의 목적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해수부와 어업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불법조업을 통한 기대수익을 감안하면 과태료 300만원 수준으로는 실효성 있는 제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우진 해수부 어선정책팀장은 “VMS를 끄는 행위를 불법조업으로 연결시킬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부과할 수 있는 것은 과태료가 전부”라며 “해수부는 흥진호 후속대책으로 종합적인 어선안전운항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업인, 영업비밀 노출·과잉감시 우려
어업인들은 FMC를 통한 감시로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어장정보가 노출될 수 있으며 어선에 대한 과잉감시가 이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연근해어선의 선장이나 어로장은 자신들만의 조업어장과 조업 노하우 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VMS와 FMC를 이용해 감시가 이뤄질 경우 조업위치와 조업상황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어업인들의 주장이다.

또한 FMC를 통한 감시는 매우 강력한 수준으로 연근해어선에 대한 과잉감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관계자는 “어선의 선장들은 오랜기간 동안 체득한 시기별 어장의 정보를 바탕으로 조업을 하게 되는 데 FMC를 이용해 이를 감시할 경우 비밀이 돼야하는 선장들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공개될 우려가 있다”며 “또한 성실하게 조업하는 어업인들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보고 과도하게 감시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산자원은 어업인의 자산이 아니라 전 국민의 자산으로 정부차원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어업인들도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간단한 보안시스템을 마련하면 VMS에서 송신되는 정보가 다른 어업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만큼 조업정보 보호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FMC 통해 안전운항·수산자원관리 도모해야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VMS와 FMC를 적극 활용, 조업안전과 지속가능한 수산자원의 이용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우선 실효성 있는 처벌규정을 마련해 VMS가 상시가동될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연근해어선의 조업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FMC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VMS와 FMC는 어업인들의 조업안전성 확보나 기초적인 어업질서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라며 “해외에서 VMS와 FMC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사례를 조사,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훈 전남대 교수도 “현행 시스템으로는 정해진 권역을 떠나버리면 위치파악이 어렵고, 어업인들이 의도적으로 위치발신장치를 꺼버릴 경우 실효성이 없다”며 “어선의 안전성 확보와 수산자원관리에 대한 어업인의 인식개선을 위해서라도 VMS를 통한 위치정보 수집과 FMC를 통한 관리·감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업계의 또다른 전문가는 “VMS는 어업인의 조업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어업인들이 의도적으로 VMS의 전원을 끄지 못하도록 기관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에 VMS를 이중으로 설치토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VMS가 꺼질 경우 바로 회항토록 하거나 상습적으로 VMS를 끄는 어선에 대해서는 어업허가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수단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기자  kdh0529@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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