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성장' 위기…물량 '증가'에도 금액 '감소'

▲ 홍콩 내 마트에 한우고기가 진열돼 있는 모습.

한우 홍콩 수출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지난해 홍콩으로 수출된 한우의 물량은 증가한 반면 금액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줄곧 ‘양적성장’보다 ‘질적성장’에 중점을 두고 진행했던 한우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특히 향후 한우 수출 확대의 열쇠를 쥐고 있는 홍콩시장에서 한우의 고급육 이미지가 흔들린다면 자칫 한우 수출사업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위기 상황을 초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수출물량 ‘증가’ 반면 금액은 ‘감소’

한우의 홍콩 수출물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 가량 증가했지만 수출금액은 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으로 수출된 한우고기는 57톤 가량이다. 2015년 12월 첫 수출 물량은 1톤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47톤, 지난해에는 57톤이 수출돼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한우업계 내부에선 누적 수출물량 100톤 달성을 적극 홍보하며,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수출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수출물량만 놓고 보면 한우고기가 홍콩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수출금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전국한우협회 산하의 한우수출분과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우의 홍콩 수출금액은 330만8000달러로 전년 347만8000달러보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지난해 수출물량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음에도 수출금액이 감소한 것은 한우 수출의 질적 성장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방증이며, 이 위험신호를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금액 감소 원인은 ‘과당경쟁’

이같은 수출금액의 감소는 홍콩 시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냉동육이 값비싼 냉장육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우가 홍콩에 높은 가격에 수출되다 보니 여러 수출업체가 난립, 수출업체들간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저렴한 냉동육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우고기 수출 초기 수출업체들은 홍콩 내 한우고기의 고급화 전략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냉동육 수출을 지양해 왔다. 그 일환으로 한우수출분과위의 운영 및 수출관리 규정에 수출을 위한 한우고기는 냉장상태로만 수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냉동육으로 수출할 경우 수출물류비 및 현지 한우홍보물 제작 지원 등에서 제외하는 등의 제재 사항을 마련했다. 이처럼 한우협회, 한우자조금 등 생산자단체에서 발전적인 한우수출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냉동육 수출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원천적으로 냉동육 수출을 막기 위한 법적 제재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수입 쇠고기가 판매되고 있는 홍콩시장에서 냉동육 수출 확대로 품질 낮은 한우고기가 수출된다면 미국산, 호주산 등과 같은 수입 쇠고기에도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준호 기본글로벌 이사는 “국내 업체들의 냉동육·갈변육 등의 수출로 현재 홍콩 내 한우의 이미지는 이미 일본 와규보다 한단계 아래 등급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볼 때 냉동육 수출은 수출업체에 이익을 가져다 줄 지 모르지만 장기적 볼 때 냉동육 수출은 미국산, 호주산 쇠고기에 밀려 한우 수출은 지속 가능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 수출 관련 업체의 자발적 노력 필요

한우업계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수출관련 업체나 기관들이 냉동육 수출로 인한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냉동육 수출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냉동육 수출을 제재할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우만이 갖고 있는 ‘희소성’을 부각시켜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우고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홍보 전략으로 삼아 한우의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켜야 시장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선순환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한우만의 경쟁력을 구축하면 오히려 국내 한우 수출업체가 돈을 쥐고 있는 홍콩 바이어를 대상으로 ‘갑’의 위치에서 수출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 한우 수출업체 관계자는 “홍콩 바이어가 저급육·냉동육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한우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수출업체들이 이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한우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해외시장에서 한우를 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수출업체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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