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원광대 교수

프랑스의 대표적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Brillat-Savarin)은 1825년 저술한 그의 저서 미각의 생리학(Physiologie du gout)에서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며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가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성격과 성향에 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먹방과 쿡방이 유행하고, 가공식품이 풍부해지며 우리 청소년들의 입맛은 점점 자연적인 음식에서 오는 다양한 미각보다는 달고 기름진 미각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전국 중·고등학생 6만227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제13차(2017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 남학생의 1일 1회 이상 과일 섭취율은 2006년 31.0% 이상이었지만 2017년에는 21.6%로 감소했으며,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지방 섭취를 증가시킬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주 3회 이상 섭취한 비율은 2009년 남학생 13.4%, 여학생 10.7%에서 지난해 남학생 21.6%, 여학생은 19.3%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주 3회 이상 탄산음료 섭취율은 2009년 남학생 29.8%, 여학생 17.4%에서 남학생 40.2%, 여학생 26.7%로 급격히 증가해 청소년의 첨가당 섭취량 또한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을 초과했다. 청소년의 비만율 또한 매년 증가해 2007년 11.6%에서 2016년에는 16.5%로 증가해 우려할 수준이며 스트레스, 우울증과 자살률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청소년의 건강이 위태로운 역학적 전환기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니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다. 전국 6006개 초교에서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 24만3094명을 대상으로 오는 4월부터 1인당 150g 내외의 조각과일을 공급한다고 한다. 과일은 청소년들에게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해 에너지 대사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장 건강에도 좋다. 또한 항산화성이 높은 파이토케미칼을 제공해 만성질환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 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에게 하루 2회 이상 200~400g의 과일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성장기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유도해 사회적 과체중 문제를 막고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현재 과잉 생산되고 있는 국내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국민의 건강증진과 농촌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행하는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2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정부에서는 친환경 또는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과실·과채를 원재료로 하며, 농산물 표준규격의 ‘상’ 등급 이상의 지역농산물을 권장하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적용업소에서 생산한 신선편이식품 형태의 조각과일을 제공할 예정이어서 생산업체의 적합성과 원재료 및 제품의 안전성은 담보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5월에 이른 폭염이 온다든가 초가을에 예상치 못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사례가 많으므로 자칫 관리에 소홀하게 되면 생과일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전 과정이 콜드체인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유통과정 관리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줄 것을 당부한다.

또한 식습관 개선은 건강한 국민, 건강한 사회를 위한 투자이지만 1주일에 1회, 연간 30회 과일 제공은 자칫 만족도가 높은 이벤트로 끝날 수 있으므로 꼭 영양(교)사에 의한 학생 대상 영양교육과 학부모 교육을 연계해주길 주문한다. 식습관으로 체화되기 위해서는 왜 과일 간식이 필요한지 알아야 하고, 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지속적인 지지와 식생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식생활전문가에 의한 적절한 영양교육이 뒷받침돼야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과일간식급식' 사업의 본래 취지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 및 경제적 수준이 낮은 취약가정 자녀의 비만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므로 이 사업이 꼭 성공해 우리 사회에 영양복지 실현의 디딤돌이 돼주기를 바라며 전체 초·중·고 학생들에게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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