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소매유통, 온·오프라인 명칭 '제각각'
접근성 떨어져 소비자와 엇박자…이관 논의 돌연 중단
지주-자회사 간 칸막이…임원·간부 자리보전 시각도

▲ 대형마트들이 온·오프라인 명칭을 통일시킨 반면 농협은 다르게 설정, 온·오프라인 연계성과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편해 오픈한 ‘농협몰’을 두고 명칭에서부터 조직개편에 이르기까지 전략적 판단보다는 조직 논리가 앞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협몰은 그동안 운영해 온 온라인 쇼핑몰인 농협a마켓이 고전하자 새로 개편된 사이트다. 온라인 쇼핑몰 개편 추진 당시 농협경제지주 모바일쇼핑사업부는 한·영이 혼용된 명칭이어서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명칭 변경을 고심했다. 후보군에 오른 다수의 명칭 중 농협몰이 선택되고, BI(브랜드정체성) 확정에는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대형마트의 온라인 쇼핑몰의 명칭은 오프라인과 동일하다. 국내 대형마트 3사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만 놓고 보더라도 온라인쇼핑몰 명칭은 각각 이마트몰, 홈플러스 온라인마트, 롯데마트몰이다. 또한 포털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만 검색해도 바로 해당 마트의 온라인쇼핑몰 사이트가 검색결과 페이지의 최상단에 나타난다.

반면 대형마트 3사와 달리 농협의 온·오프라인 마트의 명칭은 통일되지 않아, 당초 목표였던 소비자 접근성 향상과는 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국내 최대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하나로마트를 검색하면 농협몰 사이트 대신 하나로유통 홈페이지와 타사 온라인쇼핑몰에 입점된 하나로마트 링크만 검색결과로 나온다. ‘다음’에서만 다수의 프리미엄링크 중 두번째로 농협몰이 검색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농협은 조직 특성 상 네이밍에 있어 ‘농협’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온라인몰 후발주자인 만큼 소비자의 접근성을 보다 빠르게 높여나가기 위해선 온·오프라인 명칭이 통일되는 것이 유리함에도, 지주와 자회사 간 칸막이가 존재해 자회사가 운영 중인 마트의 명칭인 ‘하나로’를 채택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온라인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를 돌파한 1조504억으로 전년 대비 25.2%나 신장했다”며 “온라인 시장이 급속히 신장하고 있어 빨리 점유율을 높여 나가야 함에도 소비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협은 지난해 ‘2018년 조직개편안’을 논의하던 당시 농협경제지주 모바일쇼핑사업부를 농협하나로유통으로 이관하는 안을 검토해왔다. 이관을 통해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등 급변하는 소매유통 사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역시도 무산됐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이관이 논의되다 돌연 중단돼 의아한 마음이다”라며 “온라인유통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이관이 다시 재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관 무산과 관련해선 ‘자리 만들기’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관을 통한 효율성 보다는 임원 및 간부의 자리보전이 더욱 고려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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