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전 상서(前 上書)

정승헌 건국대학교 교수 농수축산신문l승인2018.02.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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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인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정부가 되겠다고 국민들 앞에 약속하고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나면서 이번 겨울 혹한만큼이나 참으로 길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축산농가들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함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경제 산업으로서 축산업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한반도에서 유목시대(遊牧時代)는 없었으며, 오랫동안 불교국가로서 살생을 금하고 육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축을 식용으로 제공하기보다 축력을 이용하거나 전쟁을 위한 군수물자로 사육했기 때문입니다. 경종농업(耕種農業)을 중심으로 경축순환(耕畜循環)의 농경문화가 지속돼오다가 일제시대(日帝時代) 일본이 자국에서 필요한 물자조달을 위해 소, 양, 말 등을 집단적으로 사육하는 근대적 축산이 태동(胎動)됐습니다. 이마저도 6.25를 거치며 대부분 붕괴되고 1960년대에 들어와 해외 축산선진국으로부터 ‘도전과 지원’을 받아 축산입국(畜産立國)의 기치(旗幟)를 들어 올린 것입니다. 이러한 해외의존형 축산업이 ‘보릿고개’를 넘어오며 1970년대 들어와 경제성장과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이제 축산물은 주식인 쌀을 넘어서 제1의 농촌소득원으로 또한 국민식량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농촌의 주거환경 변화와 수생태계(水生態係) 보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축산업은 환경오염 주범으로 매도되고, 축산냄새로 인한 지역주민들과 갈등으로 축산발전은 고사하고 현상유지도 어려운 중대 위기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대부분 고령(高齡)인 축산농가 들도 새로운 변화를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이고 이를 수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보지만 역부족으로 가슴만 졸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한 때는 국민들에게 고급단백질을 공급해 국민건강을 향상하고 농촌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효자산업’이라고 적극 장려하던 정부가 어느 날 돌변해 손발을 묶고 범죄자 취급을 하니 이를 어디에 대고 호소해야 하겠습니까?

‘가축분뇨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부칙에 무허가·미신고축사는 2018년 3월 24일까지 적법화하도록 시한을 못박아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농가는 축산시설 사용중지와 함께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합니다. 깜짝 놀란 축산농가 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이를 해결해 보려고 동분서주 뛰어보지만 대부분의 축산농가 들은 이 문제가 자그마치 26개 관계법령으로 얽히고설켜 풀어 낼 재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 3년간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지역별로, 적법화 사안별로 차분하게 대처하면서 축산농가의 생존권도 지켜주고, 수생태계 환경도 보전하고, 지역주민과도 화합하는 상생의 가치를 만들어보자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관료들은 축산 농가를 불신하며 우이독경(牛耳讀經)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혹시나 불행한 사회문제로 확산될까 걱정이 앞섭니다.

무역개방과 함께 국제 경쟁의 험한 파고가 밀려오는 시점에 북한 핵문제와 4대강국의 틀 속에서 대한민국을 나라답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어느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는 축산농가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축산단체장들은 이 추위 속에서도 얇은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을 하다가 이제는 삭발을 하고 단식투쟁을 한다고 하니 더 이상 이들의 아픈 외침을 허공에 흩어버리지 마시고 가슴에 담아주셔서 평창의 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나라 축산업도 민관이 서로를 신뢰하고 마음을 하나로 담아내는 평화로운 산업이 되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간곡히 청원 드립니다.

환경부장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님!

추위에 건강 잘 지키시고 ‘문재인정부’ 5년, 뜻하시는 일 모두 복됨으로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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