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공급과잉 해소·조사료 자급률제고 '효과'
볏짚 위주 사양은 생산성 저하·경제수명 단축 원인

국제곡물가격의 불안정으로 인해 수입조사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축산농가들의 경영불안정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축산농가의 경우 농후사료 중심의 급여체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조사료 급여량이 적고 이는 생산비 상승과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 쌀산업은 소비량의 감소와 생산량의 증가 등으로 수급불안정이 지속돼 왔다. 이에 정부가 쌀 생산량 조절을 위해 쌀 생산조정제,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휴경보상제 등을 시행중이나 그 부작용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부터 쌀의 공급과잉 문제와 사료작물의 자급률 제고를 위해 논에 대체작물을 재배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면서 대체작물인 사료용 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축산 전문가들은 사료용 벼 재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쌀 수급 및 가격 안정은 물론 양질의 조사료 확보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일부 축산농가의 경우 사료용 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부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조사료 수급실태를 점검해보고 주목받고 있는 사료용 벼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살펴봤다.

<上> ‘사료용 벼’ 사료적 가치는
<中> ‘사료용 벼’ 경제적 가치는
<下> 향후 과제-전문가 인터뷰

# 조사료 왜 중요한가

가축은 생명유지나 생산활동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함유한 유기·물질, 즉 사료를 먹고 자란다. 사료는 크게 조사료, 농후사료, 특수사료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짚류, 건초류, 생초류, 사일리지, 근채류 등이 조사료에 속한다.

조사료는 반추(되새김) 동물에게는 농후사료와 함께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사료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기능이 조사료의 거친 입자와 섬유소가 반추동물의 위벽을 물리적으로 자극해 되새김과 침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장기적으로 반추위와 장을 발달시켜 지속적인 성장발육을 향상시킨다. 여기에 대사성 질병이나 번식장애를 막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같은 조사료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조사료의 자급률은 정체상태에 있으며, 수입 의존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국내산 조사료는 지난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조사료 증산정책인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영체나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2000년 279만3000톤에 불과했던 조사료 생산량이 2013년에는 467만2000톤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이후 볏짚 수거량 감소 등의 이유로 국내산 조사료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급기야 2016년에는 생산량이 434만4000톤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국내산 조사료 자급률 역시 82%까지 상승했었으나 2016년에는 80%로 하락,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축산농가들이 농후사료를 과다하게 급여하고 있고 조사료를 급여하더라도 사료가치가 낮은 볏짚 위주의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축산 전문가들은 “볏짚 위주의 사양은 생산성 저하는 물론 경제수명을 단축시키고 생산성과 품질 저하의 원인이 된다”며 “생산성을 유지키 위해선 급여사료 중 조사료의 비율을 60~70% 수준을 유지해야 하나 현재 상황은 40~45% 정도로 작은 편”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사료용 벼 사료적 가치는

이런 가운데 정부가 쌀 수급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쌀 생산조정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사료용 벼(총체벼) 재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쌀 재배농가가 논에 타작물을 재배할 경우 단위 면적당 일정 수준의 소득차이를 보전해 주는 이 제도는 올해 5만ha의 논을 대상으로 추진 후 내년에 10만ha까지 규모를 늘린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중 조사료는 1만5000ha를 재배목표로, 정부가 ha당 400만원을 지원해 준다.

사료용 벼는 재고로 남은 쌀을 사료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생산단계에서부터 가축의 사료로 쓸 수 있는 벼를 재배하는 것이다. 즉 소에게 먹이는 건초와 같은 조사료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이미 사료용 옥수수가 보편화 됐고 유럽 역시 밀을 가축사료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도 10여년 전부터 사료용 벼를 생산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가고 있다.

농업 관계자들은 사료용 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논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점을 꼽고 있다. 쌀 재고가 많을 때는 사료용 벼를 재배하다가 식량용 벼 부족사태 등이 빚어지면 다시 일반 벼로 전환하는 식으로 수급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배 방법도 일반 벼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기존 벼농사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배수가 잘 되지 않거나 경사지의 논에서도 키울 수 있으며, 도정비와 보관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사료용 벼의 재배는 쌀 공급과잉 해소와 조사료 자급률을 제고시키는 두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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