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노은도매시장 '존폐위기'
개장부터 시장 활성화 뒷전…대전중앙청과가 자비투자 보완
(上) 개설자 시장 활성화는 무관심

중부권 원예농산물 유통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대전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과 대전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이 침체 위기에 빠졌다.

대전도매시장 유통인들은 급변하는 유통환경과 더불어 시장 내 재투자, 시설개보수, 시장 활성화 방안 등이 모색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전시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개정으로 도매시장법인, 출하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가뜩이나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차 줄고 있는 상황에서 개설자(대전시)의 시장 활성화에 대한 무관심이 양 시장을 존폐위기까지 몰고 갔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대전도매시장이 이대로 공영도매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上) 개설자 시장 활성화는 무관심
(下) 누구를 위한 조례 개정인가

1987년 개장한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청과부류에는 대전청과와 대전중앙청과, 농협 대전공판장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노은도매시장의 개설이 추진되면서 1999년 전자경매를 처음 시행, 대통령상까지 수상해 선도 도매시장법인으로 꼽힌 대전중앙청과의 이전 필요성이 제기된다.

2000년 건립된 노은도매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농산물 유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대전중앙청과가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대전시의 생각이었다. 대전시와 대전시의회는 온갖 설득과 강요, 회유까지 하면서 대전중앙청과를 노은도매시장으로 이전시켰다.

대전시와 시의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당시 대전시의회 회의 자료를 통해 지키기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의원은 최근 개장한 안산, 구리, 천안, 안양도매시장 모두 제대로 시장이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향후 10년 이내에 정상적인 영업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B의원도 5년 뒤인 2006년 부터 시장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게 대전시의 입장이지만 황당한 얘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전중앙청과를 노은도매시장으로 이전시키고 사실상 시와 시의회는 나몰라라 한 것이다.

2000년 10월 31일 노은도매시장 개설추진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대전시는 관련 상가(하이퍼마켓)를 입주자로 선정해 축산부류는 생산자단체(축협)입주로 제한한다고 적혀있다.

대전중앙청과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축수산물의 유통이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2002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언론에 수산물과 축산물도 경매해 종합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2011년에도 대전시장이 노은도매시장을 방문하고 식자재 유통상가 확충은 시장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만큼 유휴공간에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조치는 없었다.

축산과 수산 관련 상가 등의 건립을 통해 도매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약속은 사실상 무의미해진 것이다.

대전시는 2012년에도 노은도매시장 활성화 대책 안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지켜진 것은 없으며 관련상가가 농수산물 유통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농림수산식품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농식품부는 축산관련 상가동 입주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개설자는 차일피일 시간만 미루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노은도매시장으로 이전한 307명의 중도매인이 시장을 떠났으며 대전중앙청과는 영업 정상화를 위해 69억원의 자금 투자뿐만 아니라 생산자 출하 손실액(16억원)까지 보상해주며 농산물 출하를 독려했다. 오정도매시장에서 50%를 웃도는 물량을 취급했지만 노은도매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현재는 점유율이 27%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내 비가 새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도매인 점포는 비닐하우스를 방불케 했으며 경매장 면적도 부족해 임시매장에서 눈, 비를 맞으며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전중앙청과가 자비를 투자해 시설을 보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은도매시장 유통인들은 최근에도 시장 내 건의사항과 불편사항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이대로 시간만 간다면 노은도매시장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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