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숙원사업으로 지난해 어렵게 예산을 확보한 쌀 생산조정제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예산당국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며 제도 도입 자체가 불투명했으나 농업인들과 국회, 농림축산식품부가 힘을 합쳐 우여곡절 끝에 예산을 확보해 냈다. 이는 해마다 반복하며 업계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사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 했던 것이다.

대북지원이라는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쌀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정부는 매년 추가 생산되는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시키고, 재고 부담까지 떠앉기 버거운 상태이며, 생산 농업인(단체)들도 적정 가격 보장을 위해서 공급 물량을 사전에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여론에 힘입어 올해부터 논에 타작물 재배시 ha당 340만원까지 지원해 주는 생산조정제가 시작됐다. 올 사업대상 면적은 벼 재배면적 5만ha이다. 논 1ha당 쌀이 5톤씩 생산된다고 할 때 약 25만톤의 쌀을 줄일 수 있는 규모다. 사업 대상은 2017년산 쌀 변동직불금 수령 농지를 대상으로 하되 지난해 자발적으로 타작물로 전환한 농가의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생산작물의 판로가 확보된 농지, 들녘경영체 등 집단화·규모화된 지역, 진흥지역 농지 등은 사업대상 선정시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지원단가는 ha당 340만원내에서 조사료는 400만원, 일반·풋거름작물은 340만원, 두류는 280만원으로 차등화했다. 대상품목은 1년생 및 다년생 작물이나 수급관리가 필요한 무, 배추, 고추, 대파, 인삼은 제외했다.

그러나 신청기한이 이달 말로 임박해왔지만 신청면적은 20일 현재 목표치인 5만ha에 턱없이 부족한 2265ha에 그치고 있다.

쌀 생산조정제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쌀 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GSnJ에 따르면 2017년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에 80kg당 15만1000원대에서 시작해 12월에 15만5000원대로 상승했고 올 1월에는 15만8000원대, 5일 현재 16만1792원으로 2015년 동기 가격에 근접했다.

쌀값이 이같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쌀 대신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신청 기간을 연장하고 대상농지를 확대하는 등 활성화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당초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쌀생산조정제는 과거 실패했던 정책이다. 이번에도 제도 정착이 불발되면 또다시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쌀 소비는 감소세가 다소 주춤해졌다고 하지만 예전처럼 회복될지 만무이다. 갈수록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적정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급량을 줄여나가는게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다. 쌀값이 잠시 괜찮아졌다고 모르쇠로 일관할 게 아니라 지난해 절실했던 그 심정을 다시 떠올리자. 농업인과 정부 모두 지혜를 모아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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